꿈은 이루어진다.
사람들이 의아해한다. 남편이 혹시~ 아니면 본인이 혹시~
짤렸는지 묻고 싶은 눈치지만 차마 묻지는 못한다.
어제는 식당 웨이트리스 첫날이었다. What would you like to drink? What would you like to order? How about you? 유튜브에서 식당서버 영어 공부하고, 메뉴판도 사무실에서 몰래 Tabloid 사이즈 종이에 큼직하게 프린트(노안 초기라 작은 글씨가 보이지 않는다)해서 출근길 오고 가며 LRT에서 예습도 철저히 했다.
금요일 저녁은 식당이 가장 바쁜 시간이다. 손발이 척척 들어맞는 세분 선배 서버들의 능수능란한 손님응대, 손에 모터를 달아 5배속으로 움직이는 그릇 치우기, 미치도록 바쁜데 전화까지 친절하게 받는 여유. 그들이 존경스러웠다. 나는 서버 동생들이 이모라고 불렀다. 언니 누나라고 부르기는 뭔가 애매하다.
우리 식당은 바비큐 식당이어서 손님이 막창을 굽느냐, 양념 LA갈비를 굽느냐, 생상겹을 굽느냐, 족발을 오더 하냐, 보쌈을 오더 하냐에 따라 나가는 side dish와 양념 소스가 달라진다. 아침산책하며 어제 배운 내용 복습 겸 여보, 불족발에는 야채와 양념이 따로 안 나가고, 막창에는 막창 전용 소스, 생상겹에는 소금후추가 꼭 같이 나간다. 남편은 그냥 웃는다.
재미도 있고 돈도 벌어보자 하는 생각으로 두드린 서버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어제 본 것은 발바닥에 땀나게 함께 일한 어리지만 정말 열심히 일하는 선배 서버들, 아이들만 있는 집 생각에 불판을 하나라도 빨리 씻고 정리하는 손길, 삶의 치열한 현장에서 애쓰시는 분들 그분들의 삶을 조금씩 보았다.
그리고 우리 남편이 하루 만에 변했다. 요즘 좀 느슨해져 있었는데, 와이프 식당에서 일한다고 주방정리며 빨래 정리며, 뜨거운 물주머니 만들어 침대에 넣어 놓는 서비스까지.
토요일 저녁도 금요일 저녁만큼 바쁘단다. 오늘도 5시까지 오란다. 가자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