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나는 아직까지 버티고 있다. 주중 하루 주말 하루, 이렇게 일주일에 두 번씩 웨이트리스로 일하며 투잡을 뛰고 있다. 돈도 상당히 모았다. 얼마인지는 (남편이 구독자) 비밀이다.
퍼뜩퍼뜩 움직이는 다른 서버와는 달리 좀 느릿하지만 여유 있게 손님들을 응대하고, 나이가 들어 보여서인지 고객분들로부터 오너냐 사장님 사모님이냐는 질문을 심심찮게 받는다. 그럴 때면 칭찬으로 알겠습니다 하고 웃으며 더 신경 써 드린다.
지지난 주말 아들내외 손주들까지 함께 저녁을 드시러 온 노부부, 장아찌 맛있다고 하셔서 한가득 다시 담아 드리고 다음번엔 이런이런 메뉴를 한번 드셔보시라고 했더니 지난주 토요일 다시 아들내외에 손주들까지 대동하시고 오셨다. 내가 추천한 메뉴를 먹으러 오셨단다. 또 만나는 반가운 얼굴들, 이번에도 할아버지가 모든 음식값을 지불하신다. 오늘도 아버님이 쏘시네요라는 나의 응대에 늙을수록 지갑을 열어야 해 하시며 팁도 두둑이 주고 가신다.
우리 식당 손님의 60퍼센트는 중국, 10퍼센트는 필리핀, 10퍼센트는 한국, 나머지 20퍼센트에 화이트와 기타 인종이 포함된다. 인도 손님은 거의 없는데 어느 토요일 저녁 엄마 아빠와 이쁜 틴에이저 딸 세 명이 바비큐를 먹으러 왔다. 깔깔깔 틴에이저 세명과 엄마는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와 BTS 열혈팬들, 처음 시도해 보는 한국바비큐와 한국 음식들에 기대가 많았고 떡볶이며 LA 갈비, 삼겹살, 치즈 계란말이며 다양한 메뉴를 주문했다. 행복해하는 아내와 딸들을 위해 아빠는 열심히 고기를 구우며 또 행복해했다. 다음에 꼭 또 오겠다는 인사와 함께 웃으며 식당문을 나갔다.
토요일 밤 열 시, 한쪽 눈이 사시가 심한 청년 한 명이 들어왔다. 3-4인용 바비큐 콤보에 2인 바비큐를 추가하고, 막걸리에 파전까지 시킨다. 어~ 너무 많이 시키는 거 아니야 물었더니 자기는 한국 음식이 너무 좋단다. 된장국에 밥까지 말아 배불리 먹고 남은 음식들은 반찬까지 모두 싸서 우버를 불러 나선다. 뭔가 외로워 보이는 청년이었다. 다음에 오면 더 따뜻하게 챙겨줘야겠다.
족발을 시켜야 할지 불족발을 시켜야 할지 15분 고민하다가 결국 불족발 (덜 맵게)로 결정한 주머니 사정 여의치 않은 청년 4명, 참이슬을 나눠 마시며 익숙한 전라도 사투리로 수다 삼매경이다. 어, 저 전라도 광주인데 어디세요 묻자 그중 가장 어려보이는 내 아들뻘 청년이 광주에서 온 지 46일 됐다며, 이모 다음에 또 놀러 올께요 한다.
카트를 끌고 발바닥에 땀나게 움직여야 하는 토요일 저녁, 음식을 가득 담은 카트를 바쁘게 밀고 가다 갑자기 멈추자 뜨거운 떡볶이를 담은 냄비가 미끄러지며 카트 밑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테이블에 앉은 백인 아저씨가 뜨거운 냄비를 맨손으로 잡아준다. 우우우웁스, 뜨겁지 않냐고 묻자 괜찮다며 씩 웃는다. 으악~ 떡볶이 냄비가 바닥에 떨어져 뜨거운 빨간 국물이 온 바닥과 손님들에게 튀었을 비상사태는 상상만 해도 너무 아찔하다. You saved my life 하며 감사하다는 인사와 아저씨 테이블에 더 신경을 써 드리고, 음료 서비스를 드렸다. 카드로 결제 하시며 팁도 두둑이 주시고, 또 현금으로 추가 팁을 남기셨다. 너무 맛있게 잘 먹었다고.
뒤통수에도 눈이 달려 내가 하는 일거수 일투족에 잔소리를 하던 선배 서버언니는 이제 내가 가장 의지하는 서버 파트너가 되었고, 식당에 울려 퍼지는 노래를 따라 하는 귀염둥이 서버 동생은 내가 놓치는 부분들을 말없이 커버해 주는 동료가 되었다. 새로 들어온 초짜 서버들을 이제 트레이닝도 시키는 나는, 선배 (응???) 서버가 되었다. 저녁때가 지나 배가 고픈 내 입속에 뭔가를 자꾸 넣어주는 키친 스텝들... 큰 파도가 지나간 후 직원들과 함께 먹은 야식들...
아직 나는 중년 아줌마 웨이트리스로 버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