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아침 - 1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금요일은 자택근무다.
아침에 씻지 않아도 되고, 드라이로 머리를 말릴 필요도 화장을 할 필요도 없고,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
엄마가 또 아내가 여유로운 아침은, 아들도 남편도 여유가 있다. 하루종일 집에 혼자 있어야 하는 돌돌이도 내가 집에 있는 날은 귀신같이 알아차린다. 평상시 같으면 남편과 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눈치를 보는데, 오늘은 거실 쿠션에 앉아 느긋하게 우리를 지켜본다.
당근 채 썰고, 계란 부치고, 햄이 없으니 베이컨을 굽는다. 냉장고에 있는 단무지와 양념된 우엉도 준비한다. 어젯밤 남편이 해 놓은 밥에 맛소금과 참기름을 뿌려 밥을 준비한다. 옥수수차 한 줌 넣은 주전자를 가스불에 올려놓고 김밥을 만다. 김밥에는 따끈한 옥수수차가 딱이다. 어, 베이컨이 세 개뿐이다. 아들 김밥에는 베이컨을 넣고 최근 고지혈증 약에 고혈압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 남편 김밥에는 베이컨은 생략하고 볶은 당근을 많이 넣는다. 그리고 남편과 아들의 점심 도시락에도 김밥을 예쁘게 담는다. 아들은 베이컨 김밥 한 줄을 얼른 끝내고 물병에 뜨끈한 옥수수차를 한가득 담아 아빠와 함께 차를 타고 나선다.
믹스 커피 한잔 맛나게 끓여 위층으로 올라와 업무 시작. 내 보스의 이메일이 좌라락~ 뜬다. 잠깐 짜증이 났다가 아효~ 천천히 하나씩 하자라는 생각으로 짜증을 가라앉히고 답변을 해 나간다. 오늘은 행복한 금요일, 이메일 끝에 내 마음을 담은 Happy Friday! 를 달아서 보내자 사무실 동료가 채팅으로 Happy Friday, Indeed! 라며 답변을 한다.
오늘 아침 남편이 아래층 주방에서 일하는 나에게 카톡 스크린샷을 하나 보냈다. 넷플릭스에 전도연 나오는 영화 개봉했다며 저녁에 둘이서 함께 보잔다. 무서운 영화를 못 보는 남편, 소파 뒤에 숨어서 또 1층과 2층을 오가며 무서운 장면을 피하면서 보는 모습과 혼자서는 스토리 이해를 못 하는 와이프 위해 주저리주저리 설명해 가며 보는 모습을 상상하니 미소가 지어진다. 점심때 잠깐 나가 내가 일하는 식당에서 족발하나 포장해 와야겠다.
남편에게 얘기 안 하고 온라인 쇼핑으로 지난주 지른 겨울 부츠가 다행히 오늘 배달이 잡혔다. 도착하면 신어보고 얼른 신발장 뒤쪽에 집어넣어야겠다.
한국은 지금 불금이 거의 끝나가네요. 그래도 모두들 Happy Frid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