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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Apr 14. 2023

중년 아줌마의 식당 웨이트리스 도전기 5

이제 도전의 끝이 보인다. 

내 마음속에 있었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웨이트리스. 


어린아이로부터 젊은 청춘들 또 어르신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참 즐거웠고, 

완전 맛있게 잘 먹었다며 구글리뷰에 별 다섯 개를 약속하는 고객들로 피곤이 사라졌고, 

내가 추천한 음식이 손님 입맛에도 맞아 쌍엄지척 올려줄 때 앗싸 기분 좋았고,   

손님들이 빠져나간 늦은 저녁에 스텝들과 한숨 돌리며 솜씨 좋은 주방 스텝들이 해준 맛난 음식들을 먹는 것도 좋았으며, 

맨날 책상에 앉아 모니터만 보며 일하다 발바닥에 땀나게 주방과 홀을 뛰어다니며 처음 해봤던 몸 쓰는 일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통장잔고에 돈이 쌓여 가고 또 내 책상 서랍 안 봉투에 현금이 늘어나는 것은 가장 신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본업을 뛰면서 일주일에 두번씩 저녁에 6-7시간을 쉬는 시간 없이 서서 일하는 것은 이런 일을 해본 적이 없는 나에게 체력적으로 무리였다. 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루틴을 가진 내가, 고된 식당일을 마치고 늦게 집에 오면 리듬이 깨져 밤에 잠을 자지 못했고 이틀 동안은 피곤해라는 단어를 달고 살게 되었다. 지난 두 달간 음식을 주문받고 서빙하며 큰 실수는 없었지만, 그만둬야 되겠다고 생각한 사건이 있었다. 


우리 식당에는 테이블 두 개가 놓인 조그만 방이 하나 있다. 그 방 손님이 떠나고 나와 신참 서버가 테이블을 치웠다. 그리고 10분 후 다른 서버와 얘기하던 중 그 방에 아직 손님이 있다고 얘기했고 그 말을 옆에서 듣던 신참서버가 "이모, 우리 둘이 좀 전에 테이블 치웠잖아요" 하는데 퍼뜩 정신이 들며 나의 치매 초기 깜박병에 스스로 놀랐다.     


이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기회는 찾아왔다. 

최근 들어온 젊은 청년과 아가씨가 트레이닝을 마치고 스케줄을 받으며, 일주일에 두 번 일하던 나의 스케줄이 하루로 줄었다. 때는 이때다 싶었다. 내가 빠져도 서버 스케줄을 돌리는데 전혀 무리가 없어 보였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번씩 3주만 더 하는 것으로 사장님 그리고 매니저와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세 달간의 도전이었지만 나의 버킷리스트 중의 하나는 v 체크마크가 되었다. 꼬박꼬박 모아둔 월급과 팁은 나의 또 다른 버킷리스트를 위해 사용될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버를 하며 얻은 소중한 경험 또 소중한 인연들은 내가 도전해보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었다.  


사장님, 잘 알지도 못하는 저를 믿어 주시고 잘할 거라며 다른 직원들의 반대에도 저를 서버로 써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더 오랫동안 버텨 내며 옆에서 함께 도와 드렸어야 하는데 너무 죄송한 마음이에요. 


매니저님, 사장님이 우겨서 꽂아 넣은 경험 전무한 아줌마 서버, 좋은 스케줄 배정해 주시고 스케줄 조정 요청할 때마다 흔쾌히 받아주셔서 감사했어요. "누나, 생각했던 것보다 아주 잘했어요. 스케줄 펑크 나거나 급하게 누님 필요하면 연락드릴 테니 꼭 도와주세요" 한다.    


서버동료들, 부족한 이모 트레이팅 시켜주고 답답한 부분들 말없이 커버해 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항상 건강하고 힘들게 번돈 아껴 써요. 


남편, 마누라 일하고 돌아올 때까지 밤늦게까지 안 자고 기다려주고, 아들 밥 챙겨줘서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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