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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실비아 Apr 28. 2023

유혹과 선택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나의 현재는 과거에 내가 수없이 선택해 온 것들의 결과물이다.  


오늘 아침에도 팀홀튼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동안 캐쉬어 옆 캐비닛 안에 맛있어 보이는 도넛과 쿠키, 팀빗을 보며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쵸코렛이 듬뿍 발라지고 안에는 노란 크림이 가득한 보스턴 크림 도넛을 한번 쳐다보며 한입 베어무는 상상을 하고, sour cream 도넛을 보며 오늘은 저 달달한 걸 한입 베어 물고 싶은 생각도 하고, 둘 다 칼로리가 높으니 조그만 팀빗 두 개로 일주일 동안 일한다고 고생한 나에게 상을 줄까 고민한다. 오늘은 줄도 길어 유혹을 받는 시간도 길어지고 많은 생각이 오간다. 하지만 내 차례가 왔을 땐 유혹을 뿌리쳤다.


나: Medium coffee with two creams, please

종업원: Anything else?

나: That's it for today (하아, 아쉽다...)


하루를 시작하는 starter는 팀홀튼 커피 한잔으로 충분하지만 매일 아침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서는 동안 나는 한결같이 유혹받고 그 사이에서 선택한다. 아쉬운 마음, 집에서 오븐에 구워온 고구마를 함께 먹으며 우쭈쭈, 오늘 도넛 안 산거 참 잘했어요, 스스로 칭찬한다.




두 달 뒤 임기가 끝나는 그분이 너무 이상한 비용들을 과다하게 지출하고 비용 청구를 위한 리포트를 비서인 나에게 작성하게 한다. 이상한 항목, 너무 부풀려진 금액의 영수증을 볼 때마다 짜증이 확 올라오고, 이런 비용 리포트를 청구시스템에 집어넣을 때마다 참 남사스럽고 쪽팔린다. 하지만 나의 업무는 윗분의 비용 청구 요청이 있을 때 그에 따라 리포트 작성하는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리고 그 리포트를 리뷰하고 승낙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 나는 facts에 기반하여 리포트를 작성하고 나의 감정과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기로 선택한다. 




아침 업무가 마무리되고 이제 점심시간이 다가왔다. 아, 운동 가기 싫다 그냥 쉬자 하는 마음에 사무실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기가 싫다. 하지만 운동가방을 집어 들고 짐으로 향한다. 학생들 기말고사가 끝나서인지 짐이 한가해 내가 쓰는 운동기기들이 모두 비어있다. 비록 30분 운동이지만 이것은 내가 오후 업무를 더 잘 해낼 수 있게 하는 정신휴식 시간이다. 운동을 다녀와 집에서 챙겨 온 점심거리를 먹으며 우쭈쭈, 오늘 운동 다녀온 거 참 잘했어요, 스스로 칭찬한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내려야 하는 결정의 순간들,

오늘 하루도 그 선택의 순간들에서 나는 잘 결정했다.

우쭈쭈, 오늘도 수고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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