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의 끝자락, 절대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싱글 동생들과의 등산 모임이 깨졌다. 상처받고 속상해하는 나를 위해 남편은 매주 토요일이면 드라이빙 레인지에 같이 가주었고, 친구 부부와 몇 번 라운딩을 나가며 우리 둘은 골프에 조금씩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남편과 나는 유튜브 골프 채널들을 구독하며 밤이면 침실에서 7번 아이언을 휘두르며, 동영상을 서로 찍어주고, 또 서로 지적질(?)을 하며 골프에 조금씩 맛을 들여갔다.
이 나이에도 여전히 도전을 즐기는 나는 2030년 은퇴와 함께 티칭프로(응?)라는 목표를 갖게 되었고, 골프 선배들은 무조건 골프 레슨을 권했다. 그리고 작년 겨울, 우연히 같은 한국행 비행기를 탄 골프 티칭 프로 지인과 나는 밴쿠버 공항에서 세 시간 내리 골프 이야기를 했다. 침실에서 파자마 입고 클럽을 휘두르는 나와 남편의 동영상을 보며 선생님은 남편은 그립을 다시 배워야 하고, 나는 손목이 빨리 풀린다는 조언을 해 주셨다. 그리고 오늘 정식으로 스크린 골프장에서 그분과 함께 우리 부부는 첫 레슨을 받게 되었다. 그립부터 어드레스 또 몸을 쓰지 않고 팔로만 클럽을 휘두르는 세 가지 포인트로 첫 수업을 채우고 남은 9번의 레슨에 대한 기대감을 우리에게 남겨 주셨다. 각종 유튜브 골프 채널을 섭렵하며 우리가 신경 써온 힙턴, 몸의 꼬임을 이용한 스윙, 지면 반발력 등등 이런 거를 모두 내려놓고 기본기에 포커스를 맞춘 첫 번째 수업이었다. 기본이 안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수업이었다.
2030년, 지금부터 7년 후다.
골프, 잘 배워보자. 그리고 은퇴할 때 티칭프로로 용돈도 벌고, 사람들도 가르치고, 운동도 하자. 혹시 티칭프로는 못 하더라도 남편과 함께 그린을 밟고 운동하는 것, 그것으로도 나는 좋다.
이틀 전 대학교 커리어 사이트에서 한번 지원해보고 싶은 잡포스팅을 찾았다. 현재 내 레벨보다 한 단계 높고 이 정도 월급에서 은퇴하면 은퇴 후 받을 Pension도 더 많아질 것이다. 일단 커버레터와 이력서를 업데이트하는 중이고 며칠 후 지원할 예정이다. 지원하면 일단 면접콜은 올 것 같은 느낌이다. 도전해 보자.
골프 레슨 후 잠시 들린 한국마트에서 얼마 전 웨이트리스로 일한 레스토랑의 사장님을 뵈었다. 세 달 만에 그만둔 중년 아줌마 웨이트리스, 좀 멋쩍었지만 반갑게 인사하며 그만 두니 편하고 좋다며 웃으며 인사드렸다. 난 도전했고 즐겼으며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는 체크마크 v가 되었다. 요즘 내 관심은 웨이트리스로 번 돈으로 어디를 여행할까이다. 내 버킷 리스트 중 한 곳인 마추픽추를 갈까 싶다가 오늘 오후 집어든 정세랑작가의 지구인만큼 지구를 사랑할 순 없어를 읽으며 뉴욕, 타이완, 아헨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