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7시 15분에 집을 나서서 사무실에서 정신없이 일을 하다 보면 어느새 4시 반. 저녁 5시 15분쯤 귀가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그냥 씻고 쉬고 싶지만 나는 주부가 되어야 한다. 하루종일 공부한다고 고생한 아들과, 아침 점심을 거르고 저녁 한 끼만 먹는 남편을 위해 나는 식사를 준비한다. 그리고 배를 채우고 나면 이젠 배터리가 방전된다. 하지만 첼로를 시작한 후, 저녁식사 후 지하에 내려가 첼로를 연습하면서 배터리가 다시 충전이 된다. 그래서 주방에서 투닥투닥 내일 아침 먹을거리며 이런저런 내 손이 필요한 곳을 정리하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첼로를 시작한 지 이제 두 달이 조금 넘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두 달 전 연주 영상과 지금의 연주 영상을 보면 소리에 차이가 느껴진다. 앞으로 일 년 또 이년이 지났을 때 얼마나 나의 첼로 소리가 변해 있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다.
지난 10월 나를 포함한 네 명의 아줌마들이 함께 첼로를 시작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에 선생님 댁에서 콘서트를 계획 중이다. 각자 지정곡을 선생님께서 정해 주셨고, 세 파트로 나누어 연주할 합주곡도 열심히 연습중이다. 지난 토요일 레슨을 마치고 선생님께서 찬송가 한곡 연주해 보겠냐고 제안하셨다. 쉬운 곡을 선생님이 골라 주셨고 선생님과 듀엣으로 연주할 멋진 기회가 될 것 같다.
오늘 레슨중 선생님께서 내가 연주할 곡의 제목을 적으시며 순서지를 만들면 좋겠다는 제안을 받았다고 하셨다. 선생님, 제가 만들께요. 단 1초도 고민하지 않았다. 집에 돌아와 당장 순서지 첫 페이지와 마지막 페이지 (painted by 실비아)를 디자인했다. 선생님이 공연 순서를 주시면 중간 페이지를 채워 넣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