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실비아 Feb 10. 2024

개시도 못한 나의 겨울 스포츠

캐나다 직장인의 소소한 일상

겨울이 춥고 긴 이곳에서는 6개월 동안 집에 코옥 박혀 있기 딱 좋다. (몸이 고단한 요즘엔 딱 6개월 동안만이라도 집 벽난로에 불이나 피우면서 딱 쉬면 좋겠다) 이민 초기, 겨울 운전도 서툴러 어디 갈 데도 없는 우리의 유일한 취미는 집 벽난로 앞에서 퍼즐 맞추는 게 전부였다.   


한국의 강원도와 이곳 캐나다 앨버타주는 1974년 sister province로 관계를 맺기 시작한 이후 교육, 문화, 스포츠분야에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직장 동료의 소개로 2014년 바이애슬런, 2016년 크로스컨트리 스키, 2018년 배구 스포츠 교류의 통역을 이곳에서 맡았었다. 그리고 이를 통해 크로스컨트리 스키 (x-ski)라는 종목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다운힐 스키는 한국에서도 타본 적이 있고, 이곳에 이민온 후에도 몇 번 탔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인지 넘어지면 뼈가 부러질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며 즐기지는 못했다. 이때쯤 x-ski에 눈을 뜬 남편이 장비를 구입해서 먼저 타기 시작했다. 스키를 렌트해서 남편과 함께 몇 번 타보니 걸을 수 있으면 시작 가능한 문턱이 낮은 운동이었다. 하지만 보이는 것과는 달리 스키를 타고나면 온몸에서 김이 모락모락 날 만큼 땀을 흘리게 되는 아주 좋은 겨울 스포츠였다. 겨울이 다 지나갈 즈음 클리어런스 세일할 때, 과감하게 나도 장비를 마련했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 x-ski 선수 구역에서 통역 봉사를 하면서 x-ski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x-skier가 되어 겨울에도 땀을 흘리며 들로 산으로 나갔다.   


산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겨울에 이만한 스포츠가 없었다. 스노슈즈로는 걷기 버겁지만 스키를 타면 훨씬 수월하게 산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겨울 록키를 즐길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이상기온으로 따뜻한 겨울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또 눈마저 귀해서 x-ski를 아직까지 개시도 못 했다.  


2024년 2월 2일 Hinton Nordic Centre에서 올린 포스팅이다. 트레일 컨디션이 좋지 않아 스키를 탈 수 없단다. 2월이면 윈터 원더랜드여야 할 곳이 이런 벌거숭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구 온난화가 정말 심각한 문제임을 피부로 깨닫는다.  


2024년 2월 2일 - Hinton Nordic Centre


2021년 2월 13일  - Hinton Nordic Centre

이번 겨울에 한 번이라도 x-ski 타야 하는데, 지금 기회만 보고 있다. 

x-ski 신나게 타고 브런치에 스토리를 올릴 수 있는 날이 조만간 있었으면 좋겠다. 

 

2023년 2월 Blackfoot Waskehegan Staging Area에서 남편과 함께


2022년 어느 겨울날, 인생샷이 나올 것 같은 생각에 남편에게 사진 포인트와 앵글을 알려주고 나는 앞서서 스키를 탔다. 


작가의 이전글 나는 못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