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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ngineer Apr 28. 2021

게임 업계의 V.I.P(V.I.Pushover)

게임 업계의 진심어린 반성이 필요하다.

기업에게 VIP란 어떤 존재인가?


직장 동료와 좋아하는 의류 브랜드를 주제로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저는 나이키와 아디다스 같은 스포츠웨어를 좋아하는 수준이지만 그 동료는 저보다 옷에 관심이 많은 특정 브랜드의 팬이었습니다. 브랜드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그 브랜드에 1년에 수백 만원 이상을 지출할 때도 있는 VIP라고 했습니다. VIP라는 말을 듣자 호기심이 일어 다양한 질문을 했습니다. 'VIP는 어떤 대우를 받느냐', '그 브랜드의 모든 매장에서 VIP 대우를 받느냐', 'VIP의 조건은 무엇이냐' 같은 질문이 기억납니다. 그 중 일부는 분명히 기억하고 있어 정리를 해봤습니다.


미리 연락을 하고 매장을 방문하면 매니저가 직접 의상을 추천해 준다.

VIP의 이름을 알고 있으며 매장에서 '○○○님'처럼 친근하게 이름을 불러준다.

쇼핑이 끝나고 돌아갈 때는 매니저가 직접 배웅을 해준다.

VIP용 특별 할인 쿠폰을 정기적으로 지급 받는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품 정보를 미리 알려주거나 VIP 전용 상품이 있다.


흔히 알려진 샤넬, 구찌 수준의 명품 브랜드는 아니었음에도 일반 고객과는 '확실히 다른 대우'를 해준다는 점이 분명했습니다. 말 그대로 정말 중요한 고객(VIP) 대우를 해주고 있었습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기업에게 고객 유치와 관리의 중요성은 굳이 언급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년 다양한 브랜드(기업)가 쏟아져 나오고 그만큼 많은 브랜드가 사라집니다. 경쟁은 치열하고 소비자는 냉정합니다. 고객의 마음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지 않으면 그 브랜드의 경쟁력은 약해질 것이 뻔합니다.

그런데 여기 다른 세계 이야기처럼 들리는 사례가 있습니다.


고객이 제품에 불만을 느껴도 고객센터과 대화하기 어렵고 직접 방문해도 만족스러운 답변을 받기 어렵다.

1년에 수천만, 수억원을 쓰는 고객의 특전 수준이 낮거나 존재하지 않는다.

신규 고객 유치에는 돈을 많이 쓰지만 유지와 관리가 부실해 기존 고객의 불만을 자주 산다.


고객을 이렇게 대하는 기업이 있다면 시장에서 살아 남을 수 있을까요?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고객을 이런 식으로 대우하면서 시가 총액 수십조, 수조에 이르는 기업이 존재하는 산업이 있습니다.

바로 게임 산업입니다.

게임 산업의 고객 관리는 다른 산업의 고객 관리와 안 좋은 방향으로 거리가 있습니다. VIP 고객을 위한 특전은 둘째치고 최소한 유저에게 손해는 끼치지 않아야 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고객이 게임 개발사의 몇번째 우선 순위 인가 의심스러운 때가 많습니다. 특정 게임의 유저가 겪었던 부당 대우는 구글에 검색만 해도 수두룩하게 쏟아집니다. 그 중 게임 업계의 고객 관리가 어떤지를 확인시켜주는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불과 1, 2개월전 게임 업계와 소비자를 뜨겁게 달궜던 사건을 소개하겠습니다.



리니지 문양 시스템 롤백 사건


'리니지'는 어떤 게임?

한국 사람이라면 게임에 별 관심이 없어도 '리니지'라는 게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게임의 유명세만큼 오래되기도 했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리니지를 즐기고 있습니다. 리니지는 한국 온라인 게임의 간판입니다. MMORPG(대규모 다중 사용자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 장르 대중화에 기여했고 NC 소프트를 세계적인 개발사로 거듭나게 해 준 게임이기도 합니다. 유명세를 둘러싼 소문도 많습니다. '리니지에서 성주하면 한달에 수백, 수천만원을 벌 수 있다', '한 달 수백만원 지출은 고과금자 축에 끼지도 못한다', '리니지로 먹고 사는 사람도 있다', '게임 머니를 벌기 위한 리니지 작업장이 국내외에 많이 존재한다'처럼 리니지를 아는 사람은 사실인지 루머인지 알 수 없는 소식을 접합니다.

리니지는 그만큼 유명하고 아직도 일년에 천억단위 매출을 내는 게임입니다. 다양한 루머가 있다고 했지만 수백, 수천만원을 지불한 고객은 실재로 많이 존재하며 억단위를 지출한 VVIP도 실재합니다. 몇 년전에는 게임의 특정 기념일을 축하하는 화려한 행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NC 소프트는 VIP의 중요함을 인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말입니다.


논란의 문양 시스템 업데이트

그런데 리니지에 큰 문제가 발생합니다. 리니지는 2018년 모바일로 리니지M을 출시해 더 많은 사용자를 모았고 매출도 급증 했습니다. 아직도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의 매출 최상위에 포진해 있으며 NC 소프트의 주가는 그 이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습니다. 실제로 NC 소프트의 한 주당 가격은 리니지 출시 전인 2017년에 30~40만원 정도였지만 매출을 계속 끌어 올리며 얼마전에는 한 주당 100만원을 넘기도 했습니다. 모바일 출시 게임의 매출 견인이 NC 소프트 주가에 큰 영향을 줬다는 점을 고려하면 리니지의 기여 정도는 엄청납니다.

얼마전 리니지M에 문양시스템이 업데이트 됩니다. 문양 시스템은 간단히 소개하자면 게임 내 캐릭터의 스탯(능력치를 뜻하며 공격력, 방어력 등 세부 항목이 존재합니다. 스탯이 높을 수록 좋은 캐릭터라고 생각하면 됩니다)을 랜덤으로 올려주는 시스템입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간략한 설명을 추가합니다.


문양 시스템은 캐릭터 스탯을 올려주기 위한 시스템이다.

유저 한 명은 여러 개의 문양을 갖고 있으며 각 문양은 여러 개의 슬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문양은 강화(스탯을 올리는 시도)할 수 있다. 강화 시도 횟수는 제한되어 있다.

문양 강화에 성공하면 랜덤으로 문양의 슬롯이 채워진다. 채워진 슬롯은 스탯을 올려준다.

문양 강화 시도에 모두 성공해 모든 슬롯을 채우면 높은 보너스 스탯이 추가된다.

강화 시도가 모두 성공할 수 있지만 높은 확률로 일부 시도는 강화에 실패해 슬롯을 채우지 못한다.

강화 실패로 일부 슬롯이 채워지지 않으면 보너스 스탯은 받을 수 없다.

보너스 스탯을 원하는 유저는 새로운 문양을 구입해 처음부터 강화를 재시도해야 한다.

강화 재시도를 할 경우 돈을 지불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문양 시스템 이미지(출처 : PlayNC 리니지 M 공식 가이드북)


시스템 자체는 과금에 대한 인식차이가 있을 뿐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캐릭터를 최고 수준으로 맞추고 싶은 사람만 과금하면 될 것처럼 보이니까요.

하지만 리니지는 서비스한지 20년이 넘은 게임입니다. 당연히 오랜 시간 플레이한 고레벨 유저가 많이 존재하고 이들은 작은 스탯 차이도 크게 느끼게 됩니다. 많은 고과금 유저가 문양 시스템에 큰 돈을 지출해 문양 강화를 완성했습니다.


문양 시스템 업데이트의 문제점

하지만 이후 문양 시스템 업데이트에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NC 소프트는 문양 시스템의 과금 문턱을 낮추기 위한 업데이트를 단행합니다. 문양 강화 기록을 저장하는 기능이 업데이트의 핵심이었습니다(물론 저장을 할 경우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이 업데이트로 문양 강화를 실패해도 처음이 아닌 실패한 지점부터 다시 강화 시도를 할 수 있게 시스템이 변합니다. 유저는 문양 강화에 실패할 경우 처음부터 강화를 해야 하는 부담을 덜게 됩니다. 업데이트 덕분에 비교적 적은 돈을 써도(그렇다 해도 큰 돈이 필요합니다) 문양 강화를 완성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큰 돈을 들여 문양을 완성한 기존의 VVIP들은 불만을 갖게 됩니다. VVIP는 수천만, 수억원(!)을 지불해 문양을 완성했는데 그보다 훨씬 적은 돈으로 이득을 보는 유저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VVIP는 NC 소프트에 집단으로 항의를 했고 업데이트를 취소하지 않으면 게임에서 무차별 PK(Player Killing : 다른 캐릭터를 죽이는 행위)를 하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리니지에서 가장 강한 캐릭터만 보유한 유저가 PK에 나서면 차상위급 캐릭터나 보통 캐릭터만 보유한 유저는 게임을 즐길 수가 없게 됩니다. 급해진 NC 소프트는 해당 업데이트를 취소하고 업데이트 이후 문양 시스템에 돈을 쓴 유저에게 환불을 진행합니다.


오해 방지 차원에서 개발사 입장을 대변해 보겠습니다.

게임 업데이트가 잘 못 되어 업데이트를 롤백(원상 복구)하는 경우는 비교적 자주 일어납니다. 심각한 경우가 아니라면 업데이트 롤백 자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고객 입장에서는 개발사가 고객의 의견에 귀를 잘 기울이고 모니터링한다는 증거가 될 수도 있습니다.

환불도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대규모 환불 사태가 자주 일어난다면 개발사의 역량에 의문을 품는 유저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고객의 실수나 문제가 아닌데도 고객이 손해를 보는 어이 없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최소한 고객의 게임사를 향한 신뢰는 망치지 않습니다.


납득하기 어려운 환불 결정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 보기에는 게임 개발사가 환불까지 진행했으니 별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충분히 있을만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문양 시스템 환불 사건은 큰 논란을 불러 일으킵니다.

위의 리니지 문양 시스템의 진짜 문제는 환불의 방식에 있습니다.

리니지M에서 문양을 구입한 고객은 현금을 지불했습니다. 개발사의 업데이트 취소로 문양 시스템에 돈을 지불한 고객이 손해를 봤기 때문에 마땅히 현금 환불이 이뤄져야 합니다. 하지만 NC 소프트는 게임내 현금 재화인 다이아로 환불을 결정합니다. 백번 양보해서 현금 환불 과정이 어렵기 때문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진짜 문제는 고객이 지불한 금액보다 적은 양의 다이아를 환불받았다는 사례가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게임 유튜버인 BJ 매드는 문양 시스템 업데이트 후 1억 6천만원을 지불했지만 5천만원 어치의 다이아만 환불받았다고 합니다. 분노한 BJ 매드는 개발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진행했습니다.

이 사례를 백화점 고객으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한 백화점 VIP가 백화점 명품관을 방문한다.

명품관에 방문한 VIP가 수천만원의 명품을 쇼핑하고 집으로 돌아온다.

집으로 돌아온 VIP가 뉴스를 통해 자신이 구입한 명품에 치명적 하자가 있다는 뉴스를 본다.

VIP는 백화점에 항의 전화를 한다. 항의를 한 VIP는 수백명에 이른다.

백화점은 실수를 인정해 해당 브랜드 명품 리콜을 결정하고 환불을 개시한다.

하지만 백화점은 현금 환불이 아니라 백화점 상품권으로 환불을 진행한다.

현금으로 명품을 구입한 VIP는 일방적으로 백화점 상품권을 전달 받는다.

더 나아가 본인이 지불한 금액보다 적은 금액의 상품권을 돌려 받는다.


산업의 특성상 설정이 다른 부분은 존재하지만 맥락은 분명히 동일합니다. 고객은 돈을 지불했고 백화점이 판매한 상품으로 고객이 손해를 봤기 때문에 환불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고객이 지불한 돈 보다 적은 금액의 현금도 아닌 상품권을 돌려 받습니다. 이런 일이 생겼다면 그 백화점은 어떻게 됐을까요? 모두가 결과를 알고 있을 것입니다.



VIP(Very Important Person)가 아닌 VIP(Very Important Pushover)


VIP는 게임에서 더 중요하다

게임 산업에서 VIP의 비중은 남다릅니다. 전체 유저를 과금량 기준으로 백분위를 나눌 경우 상위 5%의 유저가 전체 매출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도 흔히 찾아 볼 수 있습니다. 규모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리니지의 VIP/VVIP 존재는 사업적으로 절대 특수 케이스가 아닙니다. 업계에서는 큰 매출을 발생시키는 소수의 VIP를 고래(Whale)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게임 개발사는 그 무엇보다 그런 고객에게 감사해야 하고 그에 맞는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사업적으로도 타당합니다. 말 그대로 VIP에 걸맞는 대우를 해줘야 합니다.

리니지는 20년 넘게 서비스한 게임입니다. 이 글에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지만 최근 아이템 확률 조작 이슈로 논란을 낳았던 '메이플 스토리'도 20년 가까이 서비스 해왔습니다. 온라인 게임의 특성상 신규 유저는 계속 유입되지만 그 숫자는 꾸준히 줄어들게 됩니다. 어떤 게임도 이 현상을 피할 수 없습니다.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도 꾸준히 이뤄지지만 결국 오랜 기간 하나의 게임을 플레이 해 온 유저의 규모가 게임을 유지/성장시키는 핵심입니다. 아직도 수만명의 유저가 리니지와 메이플 스토리를 매일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힘들게 번 돈을 게임에 사용합니다. 그 게임을 사랑하고 친구들과 함께 플레이 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고리타분한 표현이지만 게임은 제품보다 '서비스'의 의미가 큽니다. F2P(Free to Play : 게임 다운로드와 플레이는 무료지만 게임내 아이템과 콘텐츠를 유료로 판매하는 방식. 부분유료화라고도 한다) 게임이 모바일, 온라인 가릴 것 없이 대세가 된지 오래입니다. 한 게임에서 콘텐츠는 업데이트를 통해 계속 확장됩니다. 한 번 즐기고 마는 게임은 점차 사라지고 있습니다. 게임은 말 그대로 '계속' 서비스 되고 있습니다.

패키지나 유료 다운로드로 게임을 판매하는 회사도 동시 접속자 수 유지와 매출 확장을 위해 DLC(Downloadable Contens : 다운로드 게임 콘텐츠) 업데이트와 콘텐츠 확장, 유지보수에 신경씁니다. 그만큼 신규 고객 유치만큼 기존 고객 유지도 중요해졌습니다. 지속적인 매출과 게임 IP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고정 유저층이 두터워져야 합니다.

하지만 고객의 매출 비중은 그들을 VIP대우 해줘야 하는 이유 중 하나일 뿐입니다.


떠나지 '않아줬던' 고객. 하지만 이제는..

게임 고객은 게임에 각별한 애정을 쏟습니다. 사용한 돈도 있지만 유저가 만들어낸 캐릭터가 게임에 숨쉬고 있으며 오랜 시간 해온만큼 많은 게임 안팎으로 추억이 쌓였기 때문입니다. 깊은 애정은 분노도 만들지만 마음을 약하게도 만듭니다. 리니지와 메이플 스토리의 개발사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뒤 늦게 유저 간담회를 개최했습니다. 하지만 간담회 내용과 결과는 고객의 마음을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반복적인 사과와 앞으로 개선하겠다는 공수표 발언이 넘쳐 났습니다. 게임 개발사는 사과의 뜻으로 보상을 지급해 유저의 마음을 돌리려 했지만 일부만 돌아왔을 뿐 아직 유저의 시선은 차갑습니다. 개발사는 깊은 애정을 지닌 마음 약한 유저들조차 이번만큼은 쉽게 용서할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게임 업계의 많은 게임 개발사는 이번 사건을 진중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유저는 호구(Pushover)가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본 어떤 게임 개발자의 면접 내용이 기억납니다. 모 회사에 지원한 게임 개발자가 면접관에게 자사 게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을 했습니다. 면접관의 답변은 경악스러웠습니다. 면접관은 '우린 그런거 안한다'는 대답을 했다고 합니다. 저는 이 면접관의 발언이 모든 게임 업계 종사자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발언의 진의를 떠나 이런 발언을 고객이 들었다면 어땠을까요? 자신이 시간과 돈과 애정을 쏟은 게임이 '그런 거'로 취급받는 기분은 어떨 까요? 자기가 사랑하는 게임을 '그런 거' 취급하는 사람들이 일하는 개발사는 유저를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을까요? 백번 양보해 게임도 그저 일이기 때문에 물리적, 시간적 한계로 고객에게 최고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손해를 보거나 호구 취급받는다는 느낌은 주지 말아야 합니다. 너무도 당연한 말인데 유저들은 그렇게 느끼지 않을 때가 더 많습니다.


리니지와 메이플 스토리가 논란으로 얼룩질 때 또 다른 온라인 게임 '로스트 아크'는 반사 이익과 명성을 얻었습니다. 로스트 아크는 평소 다른 게임 대비 저렴한 과금정책과 유저 중심의 업데이트로 칭송을 받았습니다. 런칭 초기 '갓'게임 칭호를 받았던 시절과 비교하면 콘텐츠 부족으로 인기가 다소 수그러들기도 했습니다. 메이플 스토리와 리니지에 실망한 유저들이 로스트 아크에 대거 유입되면서 로스트 아크는 재조명을 받았고 인기 순위와 매출모두 급상승했습니다.

로스트 아크를 총괄하는 금강선 디렉터는 유저 간담회에서 '이렇게 다 퍼주면 뭐가 남냐?'는 유저의 질문에 '여러분이 남는다'는 명언을 남겼습니다. 유저의 큰 반발을 산 업데이트에 대한 질문에 진심을 담은 깔끔한 사과를 전달했습니다. 다시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고 약속도 했습니다. 간담회에 따지러온 유저들도 그 사과를 받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유저 친화적인 업데이트 정책을 고수했던 금강선 디렉터는 최근 '빛강선'이라는 별명을 얻었습니다. 유저를 생각하는 마음이 담긴 별명이지만 다른 게임이 만들어 낸 논란과 극명히 대조되는 상황이 만들어 냈다는 생각도 듭니다.

스마일 게이트의 로스트 아크 디렉터 금강선. 금강선 디렉터는 이제 빛강선으로 불리고 있습니다(출처 : 게임메카)


게이머의 마음부터 사야 게임 업계가 생존한다

개인적으로 게임은 무형의 자산이라 생각합니다. 게임 패키지와 다운로드 파일은 가치가 없습니다. 게임은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입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재미'를 기반으로 합니다.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해졌기에 유저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분위기와 감정은 각기 다를 수 있지만 재미있지 않으면 유저의 외면을 받습니다. 유저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 돈과 시간을 기꺼이 지불합니다. 게임이 재미라는 흥미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수단이라면 게임 개발사는 그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영세 기업부터 대기업까지 개발과 서비스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당장 오늘부터 고과금 유저에게 VIP 대우를 하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호구 대우는 막을 수 있습니다. 개발사의 잘못으로 돈을 환불해 줘야 한다면 환불해야 합니다. 이 기본 원칙부터 지켜나간다면 게임 개발사가 법적, 제도적으로 궁지에 몰렸을 때 게이머의 지지를 '잃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계속 VIP를 강조하는 이유는 VIP가 받게되는 불합리한 처우가 보통 수준으로 게임을 즐기는 유저나 게임을 잘 모르는 유저에게 안 좋은 영향을 크게 미치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유저의 진입을 막고 VIP가 될 가능성이 있는 보통의 유저가 게임에서 이탈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VIP 수준의 고객이 고작 저런 대우를 받는다'고 업계에 대한 안 좋은 인식만 확대됩니다. 

게임과 게이머는 언제나 공격받아 왔습니다. 게임을 하면 시간만 낭비하는 중독자 취급을 받았습니다. 게임 개발사는 분명치도 않은 게임 중독 질병 논란에 치료를 위한 세금을 내라는 출처 불명 이익 집단의 추궁까지 당했습니다. 게임이 건전한 엔터테인먼트이자 일자리를 창출하고 많은 세금을 내는 산업이란 사실을 알리고 싶다면 많은 지지가 필요합니다. 게이머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이자 지원군입니다. 게이머의 마음부터 사야 합니다. 게임을 병의 근원이자 도박으로 취급받고 '게임 중독 치료 기금'이란 명목으로 열심히 일해 만든 매출을 10%씩 갈취당하고 싶지 않다면 고객을 대호구(Very Important Pushover) 취급하는 것부터 멈춰야 합니다. 개발사의 실수와 잘못이 있었을 때 진심어린 사과부터 하는 것, 그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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