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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tngineer Jun 15. 2021

게임 기획자 취업기 Ep.02 : 오! 포트폴리오여

무지한 취준생의 포트폴리오 제작기

신입 기획자 취업기 Ep.01

포트폴리오? 그게 뭔데?


게임 기획자로 진로를 결정하긴 했지만 '어떻게' 취업해야 할까가 새로운 문제가 되었습니다. 게임 개발사에 자기소개서와 이력서를 열심히 돌렸지만 서류 합격조차 되지 않았습니다. 게임 회사 취업을 목표로 하기 전에는 일반 회사에 지원하면 가끔씩 서류 합격 정도는 했는데 게임 회사는 어떤 곳도 연락을 주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게임 기획자로 취업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포트폴리오'도 없이 지원했으니까요. 무지에서 비롯된 헛수고만 반복한 셈입니다.

저는 완전한 초짜였기 때문에 노하우 부족으로 게임 회사 취업 관련 정보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채용 공고는 찾을 수 있었지만 취업을 위해 뭐가 필요한지를 찾을 수 없었습니다. 게임 기획자 커뮤니티는 존재했지만 취업을 위해서는 포트폴리오가 필요하다는 말만 있었지 구성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게임 회사에 취업하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포트폴리오가 필요하고 가장 중요하다'라는 답변만 들었습니다. 다른 업계와 달리 졸업 학점이나 토익 점수는 의미가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대체 포트폴리오가 뭔데?'라는 짜증 섞인 의문이 솟구쳤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검색을 계속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스톰의 게임 기획(http://sstorm.egloos.com/ : 업데이트가 오랫동안 되지 않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유용한 정보가 많습니다)'이라는 블로그를 발견했습니다. 당시 게임 기획 현업자셨던 '스톰'님께서 운영하시면서 게임 기획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놓은 블로그였습니다. 그 자료의 발견은 저에게 천운이었습니다. 초보 기획자를 위한 가이드와 게임 개발 현업을 자세히 설명한 자료 덕분에 취업을 위한 방향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특히 게임 개발 경험이 없는 사람은 기획자가 되려면 '역기획서'라도 작성해 포트폴리오로 삼으라는 조언은 당장 움켜 잡아야 할 지푸라기였습니다. 기획서의 개념도 몰랐기에 당연히 '역기획서는 뭔데?'라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다행히 역기획을 하는 법이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었고 포트폴리오 준비 작업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역기획 : 상용화된 게임의 시스템/콘텐츠 기획 의도와 로직을 파악해 재구성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역기획을 통해 만들어진 기획서를 역기획서라고 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 기획자 지망생을 구원해줬던 '스톰의 게임 기획 연구실'. 이 글을 빌어 감사드립니다.

당시 저는 PSP(Play Station Portable)로 출시된 '어스토니시아 스토리'를 플레이하고 있었고 내친김에 게임의 핵심 게임 로직인 역습 시스템의 역기획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며칠간의 작업 끝에 초라하지만 뿌듯했던 첫 번째 역기획서이자 포트폴리오를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피드백을 받을 수 없어 아쉽고 불안했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으로 다시 게임 개발사에 서류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확연히 달라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궁하면 통한다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걸까요?



게임 기획자가 되다


포트폴리오가 없던 시절 서류 합격률이 0%였다면 포트폴리오를 첨부하면서 체감상 5~10% 정도의 서류 합격률을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면접은 저에게 또 다른 난관이었지만 최소한 면접 경험치를 쌓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었습니다. 몇 차례의 면접 불합격 끝에 한 회사가 저에게 입사 제의를 했고 저는 드디어 기획자로서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습니다. 만 29살에 드디어 기획자로 첫 회사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포트폴리오가 뭔지도 모르던 어떤 기획자는 어느덧 10년의 경력이 쌓였습니다. 이제는 취업이 아니라 채용에 더 신경 써야 하는 직책이 되었습니다. 세월은 흘렀지만 여전히 어떤 이력서는 포트폴리오도 없이 서류합격을 기대하던 저를 떠올리게 합니다. 하지만 1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여러 부분에서 지원자의 수준은 높아졌습니다. 10년 전의 제가 지금 신입 기획자가 되겠다고 같은 포트폴리오를 제출한다면 서류 합격률은 다시 0%가 될 것입니다.

10년 전과 지금 게임 업계에는 어떤 차이점이 생겼고 지원자의 수준은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Episode : 03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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