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일지 #042
5차 항암에 대한 안일함
약물이 바뀌었을 뿐.이라는 아니한 생각.
항암치료를 받기로 한 8번의 치료 중 절반을 넘어가는 시간이 우리에게도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치료했던 항암치료를 진행하기 위해 혈관에 관을 삽입해 놓은 상태로 지내셔야 했고, 머리가 빠지는 등의 외형적인 변화를 적응하며 바쁘게 시간이 지나간 듯합니다. 인간은 적응하는데 최적화된 동물이라는 것을 보란 듯이 입증하듯이 항암치료제의 부작용마저도 적응해서 어떻게 대처를 하면 덜 힘든지 알게 되어 환자와 가족 모두 조금은 편안한 시기가 찾아왔었습니다.
5차 항 암약을 투약하기 이전에 혈관에 삽입된 관들도 제거가 된 상태였고, 항암치료를 진행하다 보니 그저 막연하기만 했던 두려움은 사라지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긴장감이 풀려버렸던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전이가 안된 상태를 확인하고 나서는 치료하고 수술하고 나면 치료가 되는 병이니 어머니가 돌아가시지는 않겠구나 라는 생각이 어딘가에 자리 잡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떤 이유였든 앞으로 투약될 약의 부작용과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 조사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는 시점입니다. 약물에 대해 병원에서 전달받을 때 기존 약과 부작용이 다르며, 근육통을 동반한 통증이 생길 것이라고 전해 들었죠. 그게 얼마나 심할지..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저 검사 결과 조금이라도 암이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신났을 뿐이죠. (기대만큼 줄질 않았어도, 크기가 커지지 않고 조금이라도 줄었다는 게 중요하죠)
새로 바뀐 약물을 투약하시고 나서는 3일가량 새로운 부작용으로 고통 속에 지내셨습니다. 기존 약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땠는지 몰라도, 어머니에게는 고통을 주기보다는 더부룩한 정도였으니 거의 부작용이 없었다고 봐도 무관합니다. 체기가 늘 있었지만 그래도 체중이 엄청 늘으실 정도로 음식을 많이 드셨거든요.
이번 약물을 투약하고 나서 근육통도 문제지만, 대변을 보시는 것도 힘들다고 하시더군요. 그러니까. 대변을 보기 위해 힘을 주면 그것 또한 통증을 더 증가시키는 일이 된다는 겁니다. 대략 투약 이후에 3일가량 컨디션은 최악으로 아무것도 못하시고 버티셨네요. 물론 이렇게 힘드셨던 이유 중에는 같이 처방해준 진통 약을 안 드셨던 게 가장 크긴 합니다. 이유를 물으니 어쨋던 안 그래도 안 좋은 약을 해서 몸이 힘든데 다른 양약까지 넣어서 몸에 안 좋은 성분들을 축적하고 싶지 않으셨다네요.
항암 일지를 쭉 일어보셨으면 아실 거예요. 저희 어머니는 여기저기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계시답니다. 주로 민간요법과 체험위주의 의학정보들이죠. 이렇게 주위에서 접하신 정보들을 바탕으로 결론 내리시고 시행하고 계신 게, 진통 약을 안 드시는 겁니다. 아프더라도 버티시는 거죠. 이게 아무 부질없는 짓이라는 걸 알지만 이런 걸로 되려 다투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에게 당부하자면, 항암치료하면서 가장 중요한 건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겁니다. 그래야 변수가 줄어들기 때문이죠. 변수를 병원에서 통제해야만 원하는 결과 값을 산출해 낼 수가 있습니다. 물론 의사가 훌륭해야만 가능한 전제이긴 합니다.
투약 후 3일이 지나고 나니 컨디션이 좋아지셔서 속초에 친구들모임에 다녀오실만큼 몸이 많이 좋아지셨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항암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꼭 잊지 말고 해야 할 게 있어요. 바로 "독감 예방주사"를 꼭 맞으라는 겁니다. 항암환자가 독감 걸리면 정말 걷잡을 수 없이 힘든 상황으로 이어집니다. 그러니 항암주사 맞으러 가는 주에 꼭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십시오. [항암주사 맞으러 가는 주가 가장 컨디션이 좋은 주이기 때문이에요]
우리 함께 힘내요.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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