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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캠 Nov 28. 2019

유방암 일지 #041

항암 대란

우리나라 암환자가 이렇게 많았나?


 5차 항암치료를 위해 모든 설명을 다 듣고 나니 시간이 2시가 넘어가고 있습니다. 매번 삼성병원암센터를 방문하면서 사람이 참 많구나 라고 생각만 했었지만, 이 날은 정말 암환자가 많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암 치료가 더 이상 개인치료가 아닌 국가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 생각을 하게 된 날이었습니다.

 서울에서 거주를 하는 중이라면 항암치료를 병원에서 받는 데 있어서 그리고 진료를 받는 시간에 크게 어려움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저희처럼 지방에서 치료를 위해서 올라가는 경우라면 시간이 아주 중요합니다. 예컨대 10시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전주에서 6시에는 출발을 해야 변수가 생기더라도 대응하면서 도착할 수 있습니다. 특히나 도로에서 교통사고로 인한 교통체증이나, 출퇴근시간 러시아워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는 걸 바라볼 수밖에 없죠.

 해서 저희는 항암치료를 받는 날에는 "11시 도착 -> 채혈 -> 식사 -> 휴식 -> 1시 진료 -> 1시 30분 항암 시작 " 이런 일정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항암을 1시 30분에 시작하더라도 대기시간과 항암주사 맞는 시간을 적용하면 보통 4시~5시가 되어야 마무리되고, 다시 전주로 내려오게 되면 9시에서 10시가 된답니다. 

 항암치료를 위해 주사를 맞고 나면 시간이 가면 갈수록 컨디션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머니는 당일날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 서울에 머물러 있지 않고 어떻게 서든 전주로 내려가십니다. 그만큼 주사를 맞은 다음날부터 컨디션이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기 때문이죠.

 어쨌든 항암치료를 받는 일정은 늘 같았는데, 이 날은 유독 이상합니다. 기존에도 통원치료센터에 항암치료를 받기 위한 환자들의 대기가 길기는 했지만 5시간 대기는 처음 봤습니다. 기존에는 도착해서 미리 접수를 해 놓아서 그나마 시간을 당길 수라도 있었지만, 항암치료제가 바뀌기에 모든 설명을 다시 상담사에게 들어야지만 통원진료센터에 항암치료제가 넘어가게 돼서 미리 접수도 안되더군요. 

 선택은 2가지입니다. 오늘 늦게라도 투약받고 내려가거나, 내일 오전으로 접수하고 오늘 서울에서 하루 머무는 것. 저는 후자가 좋지 않을까 했으나, 어머니는 늦더라도 오늘 다 하고 내려가서 마음 편히 쉬겠다 하시니, 그럼 오늘 모든 걸 마무리 지어야죠.  

 하필 태풍이 올라오는 날이라 비행기 결항 소식이 항공사 어플에서 하나 둘 올라오고 있는 상황이라 항암치료받으시기까지 옆에서 같이 있어주지 못한채 병원에 홀로 어머니를 두고 김포공항으로 급히 이동합니다. 

 다행히 비행기는 제주에 잘 도착했고, 불과 30분 뒤부터는 모든 비행기가 결항되기 시작합니다. 어머니는 혼자서 잘 항암주사 맞으시고는 버스터미널로 이동하셔서 밤늦게 고단한 몸을 이끌고 버스 타고 전주로 내려가십니다. 

 

 많은 분들이 쪽지, 댓글로 궁금하신 것 들에 대해 물어보시고 계십니다. 그중에서 혼자 치료받는 것에 대한 부분들도 상당히 있습니다. 당연히 보호자가 함께 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지만, 여의치 않다면 혼자서도 항암치료는 받는데 문제없습니다. 지방에서 서울로 치료받으러 다니는 것도 매일 다니는 것이 아니기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변수라고 한다면 항암치료제에 대한 부작용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너무 부작용이 크다면 혼자 장거리로 치료받는 건 인근 병원으로 옮겨야 할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건 치료가 시작돼 봐야 알 문제입니다.  


우리 함께 힘내요.

함께라면 이겨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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