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길거리에서 학생들이나 젊은 친구들의 귀에 비슷한 것들이 하나씩 꽂혀있는 걸 자주 본다.
그 이름도 유명한 에어팟이다!
에어팟이 아닌 다른 종류의 무선이어폰들도 많지만 학생들이나 젊은 친구들의 귀에는 십중팔구 대부분 에어팟이다.
애플 생태계 안에서의 호환이나 편의성이 좋다는 건 이전부터 익히 들어왔다. 그래서 아이폰을 쓰고 있는 내가 에어팟을 쓴다면 당연히 좋겠지 라는 생각은 했지만 사악한 가격 때문에 그동안 '저건 내가 쓸게 아니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번에 그 에어팟을 샀다.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었고, 술 한 잔 마시고 와이프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그만 저질러버렸다. 다음날 눈을 뜨니 문 앞에 에어팟이 담긴 쿠팡 택배봉투가 다소곳하게 놓여 있었다. 식탁에서 포장을 뜯고 있는 나를 보며 와이프는 "웬일이야? 여보가 에어팟을 다 사고?" 라며 진심으로 놀란 말투로 말했다.
"나에 대한 선물이지"
그렇게 얼떨결에 갖고 싶은 욕구를 수없이 외면했던, 선물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동안 선이 주렁주렁 걸리적거리는 유선 이어폰을 사용했었는데, 에어팟을 사용하니 움직임에 제약이 거의 없을 정도로 편안해서 깜짝 놀랐다.
매장에서 재료손질을 할 때 에어팟은 내 귀에서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 시간씩 귀에 에어팟을 끼고 유튜브를 보고 들었다. 거의 1년 가까이 예능, 정치, 경제, 역사, 교육 등 수많은 영상을 무분별하게 듣고 봤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이건 아닌데' 싶은 생각이 들었다.
'들으면 대부분 잊어버리는 다른 이가 만든 결과물을 습관처럼 듣고 있는 게 과연 좋은 것일까?'
'내가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이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이 두 가지의 생각이 딱 드는 순간 바로 에어팟을 벗었다.
그래 에어팟은 일을 하다가 전화 왔을 때나 음악을 듣고 싶을 때 정도만 사용하자.
꽤 결단력 있는 결심이 있은 지 바로 다음 날부터 엄청난 금단증상에 시달렸다. 일을 하며 조용한 적막 속에서 일을 하는 시간이 왠지 효율성 없고 한 번에 하나만 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시 에어팟을 귀에 꽂을까 하는 생각도 몇 번이고 했지만 작심일일이 스스로 창피해 한번 참아봤다. 조금 지나면 익숙해지겠지.
그 생각은 틀리지 않았다. 며칠 지나고 나니 이전과 같은 금단증상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그리고 이전보다 스스로 깊이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조용함 속에서 일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어떤 생각을 하게 되고, 다른 자극이 없으니 그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깊어졌다.
그렇게 그동안 어떻게 하지? 라는 물음표로 있던 해결해야 할 많은 일들의 답을 찾게 되었다.
한마디로 에어팟 좋긴 한데 내 삶에는 오히려 별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