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이 몸에 좋다는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안다. 병원에서 환자들의 건강을 위해 식단 조절을 철저하게 하는 것만 봐도 먹는 것이 우리의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매우 확실한 사실이다. 그런데 그 확실한 사실인 단식, 식단 조절을 내 삶에 적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단순히 쉽지 않은 것만이 아닌 본능적으로 싫어한다고까지 생각된다.(생존본능에 관한 거랄까)
나는 30년 이상을 살면서 배부르게 먹는다는 것에 대해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살아왔다. 젊기도 했고, 어릴 적에는 살이 덜 찌는 체질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 근거 없는 자신감은 확실치는 않지만 20대 중반 차를 갖게 되면서 사라졌다. 취업을 하며 대중교통으로는 출퇴근이 어려운 환경이라 차를 구입하였다. 거기에 직종도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이라 신체활동량이 적었다. 거기에 더해 회식, 친목 등의 술자리도 이전보다 매우 많아졌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살이 조금씩 조금씩 붙었고, 20대 중반 취업하기 전 73kg의 몸무게는 십 년도 더 지나고 30대 후반에 가까워진 지금 체중계의 숫자는 93kg를 바라보았다. 20kg…. 헬스장에서 들어보고 깜짝 놀랐던 20kg, 그 덤벨이 내 몸에 하나 붙어있다는 것이었다. 아마 한 번에 몸무게가 확 불어났으면 무거운 몸에 대한 부작용을 느꼈을 텐데 천천히 늘다 보니 만성적으로 내 몸은 불어난 몸무게에 적응하며 몸의 문제를 잘 느끼지 못했다.
가끔 러닝을 할 때 줄어든 지구력과 폐활량을 단순히 나이가 먹어서라고 생각하며 문제를 크게 체감하지 못하고 살아가다가 얼마 전 유튜브를 통해 단식, 소식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다. 시선을 끄는 썸네일과 제목, 그리고 편집의 힘은 대단했다. 평소에 거의 보지 않던 단식에 대한 영상을 한 개, 두 개 그러다가 닥치는 대로 게걸스럽게 찾아보았다. 그렇게 꽤 많은 영상을 보게 되었고 나름 단식에 대한 생각을 정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바로 도전을 해보았다.
3일 단식 도전.
살면서 단 하루도 음식을 먹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단식은 당연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극도의 배고픔도 느끼고, 또 이상하리만치 먹지 않았음에도 속은 평화를 유지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배고픔이 그렇게 오래 유지되지 않는다는 것. 배가 고파서 움직이지도 못할 것 같은데 막상 활동에는 큰 지장이 없었다. 이전에 상상했던 배고픔의 고통이 생각보다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에 놀랐고, 배가 비어있는 상태에서 정신이 매우 또렷해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몇 시간의 부족함으로 완벽한 3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꽤 얻은 게 많은 도전이었다.
몸무게의 변화는 그 이후 곧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기에 크게 중요하지는 않은 것 같고, 먹지 않는다는 행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좋았다.
어떤 방법이 내 건강을 위해 가장 좋을까에 대해 많이 고민하였고, 결국 나름의 방법을 찾아내었다. 바로 소식과 단식의 컬래버레이션. 적당히 버무리는 방법이었다.
하루 두 끼 혹은 한 끼 정도를 배부름을 느끼지 않을 만큼만 먹자
나름의 대식가인 내가 이게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몸무게보다는 건강을 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었기 때문에, 꼭 해낼 거라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먹방이 시대의 트렌드가 되는 요즘 시대에 조금은 반대 방향의 삶으로 향해나가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나는 순간의 행복보다는 장기적인 행복을 향해 살아가고 싶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유의미한 결과를 다시 기록하는 그날이 올 것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