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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Aug 08. 2023

(80)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 '평창동계올림픽'

17부. 5G 새로운 도전

"평창동계올림픽을 5G로 치루겠다."


2015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황창규 KT 회장은 느닷없이 깜짝 발표를 한다.1) 평창동계올림픽을 세계 최초 5G 시범 올림픽으로 치루겠다고 선언했다. 아직까지 표준조차 확정되지 않은 차세대 통신기술로 올림픽을 진행하겠다고 하니, 실로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게다가 KT는 2013년 평창동계올림픽 주관통신사로 선정될 당시에도 대회 통신망을 안정적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기로 했을뿐 그 어디에도 5G는 없었다.


하지만 역시나 표준 문제가 대두됐다. ITU가 비전발표를 한 후 3GPP가 2017년부터 표준을 제안하기로 한 로드맵 상 KT의 선언은 너무도 빨랐다. 5G 기술을 개발해 올림픽을 치루더라도 그 기술이 표준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자칫 갈라파고스에 빠질 위험이 컸다.


이에 따라 KT는 각 글로벌 네트워크 사업자들과 손잡고 표준 생태계에 최대한 근접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주목했다.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노키아와 인텔, 버라이즌 등과 함께 5G 자체 표준인 ‘5G SIG’ 규격을 완성했다. 완성된 규격이 3GPP에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생태계 확보에 나선 셈이다.


황창규 전 KT 회장이 MWC 2015에서 평창올림픽을 5G 올림픽으로 치루겠다고 첫 공언했다. [사진=KT]

평창을 향한 ICT 진심


앞서 소치 동계올림픽은 개인단말 시청을 자유롭게 하는 BYOD 올림픽, 런던올림픽은 SNS 기반 소셜 올림픽을 표방했다. 평창의 또 다른 명칭이 바로 ICT올림픽이다. 세계 최초 5G 시범 서비스가 펼쳐지는 곳이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은 2018년 2월 9일부터 25일까지 17일간 열렸다. 정부는 앞서 ICT올림픽을 치루기 위해 2014년부터 평창 ICT동계올림픽 추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2015년 5월 평창동계올림픽 ICT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기존 계획에 AI와 VR 등 신규 유망분야가 추가되면서 첨단 'K-ICT 올림픽' 구현 전략의 밑그림을 그렸다.


세계 첫 5G 시범 서비스를 기반으로 경기 중계에서 관람, 시스템 운용 및 관제, 보안 까지 IoT, VR과 AR, AI, 홀로그램 등 첨단 ICT기술을 접목했다. 아울러 UHD 방송을 통해 마치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은 생생한 경기장면이 세계로 송출,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정부는 KT 등 이동통신사와 이번 올림픽 기간 중 5G 시범서비스를 위한 준비에 심혈을 기울였다. 일정에 맞춰 28GHz 주파수 대역을 5G 실험국 주파수로 지정하고, 상용 수준의 5G 단말 지원을 위한 시범 서비스망과 연동에도 나섰다. 대회 및 미디어 관계자가 집중되는 경기장 주변은 물론 프레스센터에서 인천공항, 광화문 등까지 대상 지역도 넓혔다.


또 트래픽 폭증에 대비, 이용자 밀집지역 중심으로 대회관계자 및 관람객을 위한 초고속 와이파이를 구축했다. 또 인천공항 등 주요 지점, 올림픽 경기장 등에도 와이파이, 센서 등 IoT 인프라를 구축, 입출국, 경기, 관광 등 유용 정보 및 편의서비스를 개인맞춤형으로 구현했다.


기간 중 홀로그램, VR은 물론 자율주행차 및 드론레이싱 등의 실시간 제어 등 새로운 서비스 시연과 체험 기회를 마련했다. 주요 구간에는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대기했다.


특히 지능형 교통제어와 재난방지 등에서 IoT 기술 및 서비스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실환경 거리도 조성했다. 가령 강릉시 월화거리에는 공간과 거리 특성을 고려해 IoT 파노라마, 스마트미디어월, 스마트힐링체어 등 ICT 체험형 서비스가 분산 배치되고, IoT 스트리트 전체를 파노라마로 간접 체험하게 했다.


각국 선수들은 대회기간 트레이닝 웨어러블 등을 활용해 선수맞춤형 건강상태를 모니터링할 수도 있었다.


올림픽 경기 방송은 지상파 4K UHD로 실시간 중계됐다. 위성방송 등을 통해 8K 시범서비스도 선보였다. 수도권과 평창 지역에서 UHD 환경에 맞으면 시청할 수 있다. 올림픽 현장은 개인기기로 실시간 촬영 및 공유가 가능했다.


당시 최정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평창ICT올림픽추진단장은 "경기장면을 현장에 있는 것과 같이 생생하게 즐기려면 초고속 데이터 처리가 가능해야 한다"라며, "넓은 폭의 대역에서 5G가 운영돼야 가능하다. 기존 방식이 푸시 형태의 일방적인 소통이었다면, 5G에서는 시청자가 보고싶은 장면만 골라 보는 참여형 방식이 가능하다. ICT가 스포츠 관람 방식까지 바꾸는 셈이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림픽 이후 크게는 5G 기반의 통신 인프라 기술, 서비스로의 전환이 이뤄질 것이라 예상한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일본과 중국이 한국에서 5G 레퍼런스를 찾을 것이고, 한국과 일본, 중국이 스포츠와 ICT로 연결돼 아시아에서 5G 주도권을 가져가게 되기를 바란다"고 자신하기도 했다.


KT는 2018년 1월 31일 강릉올림픽파크에서 5G 평창올림픽 준비완료를 선언했다

'세계 최초 ICT올림픽, 평창'


2018년 1월 31일. KT는 강원도 강릉 올림픽파크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공식 파트너 중 처음으로 홍보관을 개관했다.2) 5G 시범서비스 준비가 완료됐다는 의미였다.


당시 장병규 4차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5G를 처음하겠다는데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비난하고 의심했을 것"이라며, "이 자리에서 세계 최초로 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 자체가 수많은 사람들과 정부, 민간업체 등 관련된 이해관계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던 것"이라고 박수를 유도하기도 했다.


KT는 삼성전자와 노키아, 인텔, 버라이즌 등과 함께 5G 자체 표준인 SIG 평창 규격을 완성해 제안했다. 실제 평창올림픽의 5G 인프라는 5G SIG 규격을 기반으로 구축됐다. 5G 평창 규격은 2017년말 3GPP가 5G 최초 표준을 완성한 논스탠드얼론(NSA)에 일부 포함됐다. 향후 도입될 5G 스탠드얼론(SA) 1차 표준에도 다수 적용됐다. 그 중에서도 특히 28GHz 주파수 대역의 밀리미터파 5G 기술과 4G와 5G 연동 기술 등이 주목 받았다.


실제 2월 9일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도 ‘5G SIG’ 규격을 통해 28GHz 주파수에서 시범 운영됐다.


결과적으로 ‘5G SIG’가 완벽하게 3GPP의 규격과 일치하지는 않았다. 당시 삼성전자도 5G 1차표준과 디테일의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평창에서 실제로 운영했던 초고주파 기술이나 4G와 5G 연동 등의 다양한 기술들은 일정 부분 5G NSA 표준뿐만 아니라 향후 2차 표준에도 영향을 끼쳤다. KT 역시 실제 운영을 먼저 해본 경험을 바탕으로 보다 수월하게 5G 상용화까지 나아갈 수 있게 됐다.


황창규 KT 회장이 MWC19서 역대 3번째 기조연설에 나섰다 [사진=KT]


이같은 성과는 2019년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MWC19에서 황 전 회장의 발언으로 다시 재조명됐다. 이날 황 전 회장은 무대에 올라 4년전 약속을 지켰으며, 나아가 2019년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루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지금껏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줄 5G는 궁극적으로 사람을 위한 기술, 인류의 진보에 기여하는 기술이 돼야 한다"며, "현재 반도체가 한국경제를 견인하고 있지만 몇 년 안에 5G 기반의 서비스, 솔루션, 콘텐츠는 한국은 물론 글로벌 경제를 움직이는 중심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같은 결과는 사실 이통3사는 일찌감치 5G 표준에 부합하기 위한 연구개발(R&D)에 매진했기에 가능했다. 가시화된 빅이벤트가 2018년 개최된 평창동계올림픽이었을뿐이었다.


2019년 3GPP의 5G 1차 표준 승인에 따라 국내 이통3사는 5G 상용화를 목표로 ‘5G 전담반’을 신설했다.

각 전담반은 각사 CEO의 의지가 십분 반영됐다. 1위를 수성하고자 하는 SK텔레콤, 평창동계올림픽을 통해 5G 역전에 나선 KT, 만년 3위를 벗어나고자 하는 LG유플러스 등이 세계 최초 타이틀 경쟁에 불을 지폈다.


1) 윤상호 기자, [MWC2015] 반도체스타에서 5G스타로…KT 황창규 대표, 5G 미래 제시, 디지털데일리, 2015. 3. 3.

2) 김문기 기자, [종합]KT·삼성전자·인텔 "5G 평창올림픽 약속 지켰다", 아이뉴스24, 2018. 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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