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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Aug 10. 2023

(82) 韓 5G 첫 전파를 쏘아 올리다

17부. 5G 새로운 도전

우리나라가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천명하자, 미국 주요 이통사인 버라이즌과 AT&T 역시 맞불을 놨다. 한국과 미국의 자존심을 건 대결구도가 마련됐다. 


당시 글로벌이동통신표준화기구인 3GPP는 2017년말 5G 논스탠드얼론(NSA) 기술 표준규격을 완성했고 이듬해인 2018년 6월 5G NR 1차 표준(SA) 확정을 앞둔 상태였다. 


우리나라는 6월 5G 주파수 경매를 마무리하고 이통사가 발 빠르게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출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세계 최초 5G 상용화의 밑바탕을 구축하는 셈이다. 문제는 단말이었다. 5G 네트워크 인프라가 마련되면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이용약관이 필요하고, 또 이를 받아 쓸 수 있는 5G 단말 유무가 절대적이었다. 우리나라는 2019년 3월을 최초 상용화 시기로 잡아놓고 있었다. 


미국은 2018년초 AT&T가 5G 상용화를 발표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세계 최초를 천명했다. 실제로 미국은 한국보다 먼저 5G 주파수로 600MHz 대역과 3.7-4.2GHz 대역, 27.5-28.35GHz 대역을 확정했다. 게다가 1위 이통사인 버라이즌이 삼성전자와 손잡고 본격적인 5G 경쟁에 뛰어들었다. 버라이즌은 28GHz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2018년 하반기 애틀랜타와 휴스턴, 마이애미 등 일부 도시에 5G 서비스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는 약 반년 가량 미국에 뒤쳐지게 된다. 


다만, 버라이즌의 계획이 자체 통신규격인 5GTF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 스마트폰과 같은 엔드 디바이스 제품이 아닌 가정 내 셋톱박스나 AP로 구현된다는 점, 유선과 무선망의 단절 지역을 연결하는 보완적인 방식인 점을 들어 완전한 5G 서비스라 부를 수 없다는 맹점을 안고 있었다. 글로벌에서 통용되는 표준도 아니고 완전한 이동통신 방식의 5G 단말도 아닐뿐만 아니라 보완재로 쓰인다는 분석이었다. 

(왼쪽부터) 2018년 1월 회동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8년초부터 이통3사 CEO와 회동 자리를 마련하고 5G 투자 및 상용화에 힘써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미국의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대해 "두고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통3사 CEO 역시 미국과 경쟁하게 될 것이라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1)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기민하게 움직였다. 일본은 5G NSA 표준이 확정된 후 장비 공급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NTT도코모의 경우 글로벌 표준에 입각한 5G 상용화를 목표로 했다. 통상적으로 새로운 네트워크 장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제안과 준비, 장비 기술 검증 등의 일정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일본 역시 만만의 준비를 끝마친 것이나 다름 없었다.2)

2018년 2월 MWC 2018에 참가한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018년 2월 바르셀로나 MWC 2018에서 개최한 2차 회동. (좌) 윤경림 KT 부사장,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유영민 장관은 2018년 2월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 기조연설자로 나서 한국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천명한 후 복귀 자리인 3월 12일 경기도 판교 '5G시대 지능형 디바이스 제작 지원 전략 간담회' 자리에서 "MWC 기조연설에서 한국이 5G 세계 최초로 간다고 공식 발표했다. 거꾸로 보면 우리에게는 제가 사고친 격이다. 우리 스스로를 옭아매는 도전 목표가 됐으면 한다. 그만큼 절박하다"고 강조했다.3)


미국과 치열한 눈치싸움


2018년 6월 18일. 제1차 5G 주파수 경매가 마무리되자 이통3사간 최초 상용화를 향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다만, 무분별한 경쟁은 세계 최초 타이틀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타국 이통사에게 득이 될 가능성이 컸다. 이같은 상황을 미연에 대비하고자 과기정통부는 7월 17일 여의도 메리어트 파크센터에 이통3사 CEO를 모두 불러 들였다. 

(왼쪽부터) 2018년 7월 3차 회동 모습.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황창규 KT 회장,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이 자리에서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박정호 SK텔레콤 사장과 황창규 KT 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과 함께 이통3사가 공동으로 5G 서비스를 시작하는데 합의했다. 내적인 경쟁을 지양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가 되기 위한 대의적인 결단이었다.4)


물론 합의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정부는 보편요금제 도입을 통한 가계통신비 인하뿐만 아니라 취약계층에 대한 무료에 가까운 요금체제 설계 등을 요청했다. 이에 이통3사는 5G에 막대한 투자비가 필요한만큼 경감 대책이 마련돼야만 그에 따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우리나라가 5G 상용화를 위한 장애물을 하나둘씩 걷어내자 미국도 조바심을 냈다. 우리나라는 한발 더 나아가 연내 상용화 계획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이통3사는 당초 예정했던 2019년 3월 상용화 시기를 더 앞당겨 2018년 12월 1일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5) 이날은 전파법에 의거 주파수 경매를 통해 배분된 대역을 사용할 수 있는 첫날이기도 하다. 즉, 정부가 주파수를 인계해주는 순간 5G 첫 전파를 쏘아 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문제는 역시나 단말이었다. 이통3사는 이같은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모뎀이나 모바일 라우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5G 모뎀과 RF 안테나 등을 갖추기만 하면 스마트폰 대비 설계가 단순하기 때문에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LTE 상용화 때 역시도 모뎀과 라우터를 활용해 첫 서비스를 개시한 전례가 있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미국이 나섰다.6) 2018년 9월 10일 AT&T가 연내 5G를 세계 최초 상용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애플란타와 달라스, 인디애나폴리스, 휴스턴 잭슨빌, 뉴올리언스 등 총 12개 도시에 우선적으로 5G를 도입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또한 장비 공급사를 확정하는 한편, 5G 레퍼런스 스마트폰을 통한 테스트도 진행했음을 강조했다. 


정부는 겉으로 태연한 척 했으나 물밑에서는 끊임없이 발을 구르고 있었다. 10월 4일 과기정통부는 12월 1일 상용화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고 밝혔다.7)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지국 장비가 구축돼야 하는데, 그 전에 시험과 인증을 거쳐야 한다. 5G 약관 인가 및 신고도 마쳐야 실제 단말을 통해 5G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정부의 이같은 자신감은 이 모든 절차를 상용화 시점인 12월 1일 전까지는 끝마칠 수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통3사도 화답했다. 11월께 이통3사 모두 5G 장비업체 선정을 마무리했다.8) 앞서 9월 SK텔레콤이 삼성전자와 노키아, 에릭슨 장비 공급을 확정했고, 11월에는 KT가 동일한 공급사를 채택했다. LG유플러스는 3개 장비사에 화웨이 장비까지 4개사와 본계약을 체결했다. 


시련의 연속, 5G 첫 전파를 쏘다


11월 중순이 되자 5G 세계 최초 상용화에 대한 가시적인 그림이 도출됐다.9) 장비 사업자를 선정한 이통3사가 주요 지역만을 대상으로 네트워크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단말과 서비스 방식에 대한 확실한 로드맵이 필요했다. 서비스는 기업간거래(B2B), 단말은 라우터 약 2천여대를 수급할 요량이었다. 또한 5G 상용화 기념식을 개최를 12월 1일이 주말임을 감안해 11월 29일 대대적으로 열기로 했다. 


하지만 또 다시 문제가 발생했다. 11월 24일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사고에 따라 이례적 통신재난이 발생했다. 이통사는 장애 복구에 매달리면서 예정된 5G 기념식을 모두 취소했다.


2018년 12월 1일. 자정이 되자 이통3사는 기다렸다는 듯 첫 5G 전파를 쏘아 올렸다.10) SK텔레콤은 경기도 분당에서, KT는 경기도 과천, LG유플러스는 서울 마곡에서 일제히 스위치를 올렸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첫 전파를 올린 국가로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SK텔레콤은 서울과 수도권, 6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5G 서비스를 시작했다. 5G 상용 서비스는 제조업 분야 기업 고객에게 먼저 제공된다. 5G 1호 개통업체는 경기도 안산 반월공단에 위치한 '명화공업'이다. 명화공업은 자동차 부품 전문 기업으로 올해 예상 매출은 약 6천100억원이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SK텔레콤은 20년 전 CDMA 신화를 시작으로, 3G, LTE 시대에도 세계 최고의 길을 걸어왔다"며, "5G∙AI 초융합으로 대한민국 뉴 ICT 혁신을 선도하자"고 결의를 보였다. 이날 박 사장의 손에는 5G 스마트폰이 들려 있기도 했다. 

KT도 SK텔레콤과 마찬가지로 3.5GHz 주파수를 활용해 수도권과 전국 6대 광역시 주요 밀집지역뿐만 아니라 제주도와 울릉도, 독도를 포함한 도서지역에 5G를 상용화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사내방송을 통해 "5G 시대는 지금보다 더 많은 것들이 연결돼 KT그룹 역할이 더 커지고 중요해진다"며 "이번 재난 극복 경험을 발판으로 위기대응 능력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위기를 더 큰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인천시, 대전시를 비롯해 부천시, 고양시, 광명시, 하남시 등 경기지역 11개 도시에 4천100개의 5G 기지국 구축을 완료해 서비스에 돌입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5G는 일상생활에 정보 기술이 깊숙이 들어오면서 모든 사물이 거미줄처럼 인간과 연결돼 있는 초연결 사회"라며, "개인을 둘러싼 네트워크는 훨씬 더 촘촘해져 인프라 혁명은 시작됐다. LG유플러스가 초연결 사회의 주역이 되자"고 강조했다.

남은 과제는 실제 소비자간거래(B2C) 시장에 5G를 첫 상용화하는 일만 남았다. 5G 첫 전파를 쏘아 올리면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기는 했으나 진정한 의미의 세계 최초는 누구나 동등하게 5G를 누릴 수 있는 5G 스마트폰을 통한 서비스가 실현돼야 했다. 또한 아직까지도 미국과의 경쟁은 계속되고 있는 상태였다.  


1) 김문기 기자, '5G 최초' 미국이 먼저? 유영민 장관 "두고 보라" 자신, 아이뉴스24, 2018. 1.15.

2) 김문기 기자, 韓보다 한발 앞선 日, 첫 5G 표준장비 계약, 아이뉴스24, 2018. 1.19.

3) 김문기 기자, '5G 최초 상용화' 공언..유영민 장관 "그만큼 절박하다", 아이뉴스24, 2018. 3.12.

4) 김문기 기자, 유영민-이통3사 '5G 도원결의'..동시 상용화 '합의', 아이뉴스24, 2018. 7.17.

5) 김문기 기자, 이통사-삼성전자, 12월 1일 5G 첫 상용화, 아이뉴스24, 2018. 9. 6.

6) 김문기 기자, 韓 5G 세계 최초 상용화 '적색불'..美 선수 뺏길라, 아이뉴스24, 2018. 9.11.

7) 김문기 기자, 과기정통부, 5G 12월 상용화 '완비'..공은 이통3사로, 아이뉴스24, 2018. 10. 4.

8) 김문기 기자, [종합]이통3사, 5G 장비 선정 완료..본게임 '스타트', 2018. 11. 8.

9) 김문기 기자, [단독]이통3사, 12월1일 5G 최초 서비스는 'B2B', 2018. 11.14.

10) 김문기 기자, [5G 시대 개막] 이통3사, 세계 최초 상용화①, 2018.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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