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부. 5G 새로운 도전
2019년 2월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삼성전자는 갤럭시 언팩을 통해 갤럭시S 10주년 기념작인 '갤럭시S10'을 공개하면서 5G 버전의 '갤럭시S10 5G'를 동시 선보였다. 기다렸던 5G 스마트폰이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때였다.
삼성전자는 5일후인 2월 25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글레스(MWC)에서 미국과 한국에 있는 5G 기지국을 통해 현장에서 갤럭시S10 5G로 5G 테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갤럭시S10 5G가 공개되자 우리나라 정부와 이통3사도 부지런히 움직였다. 당초 예고한 3월 상용화를 위해 '코리아 5G 데이' 개최를 추진하기로 했다.
문제는 정책적, 기술적 난관을 한정된 시간 내 완료하는가였다. 정책적으로는 5G 이용약관에 따른 인가 및 신고가 진행돼야 하고, 단말에 대한 전파인증도 완료해야 한다. 하지만 기술적 문제로 인해 갤럭시S10 5G 출시가 연기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래 불확실성이 커져만 갔다. 업계는 한정된 수량만이라도 풀어서 시일을 맞출 수는 있다고 설명했으나 반쪽짜리 상용화라는 오명을 쓸 수도 있었다. 과거 LTE 3CA가 전례로 꼽힌다.
결국 정부는 한발 물러섰다. 3월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품질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완벽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1) 하지만 세계 최초 모바일 단말 상용화가 불가능하지는 않다는 긍정적 메시지를 전달했다. 또한 이번 지연이 스마트폰 등 단말 문제라 밝혔다. 또한 앞서 SK텔레콤이 제출한 5G 요금제도 반려된 상태로 정책적으로도 미비했다.
다행스럽게도 3월 18일 국립잔파연구원이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에 대한 전파인증 결과를 공개했다. 5G 첫 단말 출시에 대한 법적인 절차는 마무리된 셈이다. 남은 과제는 이용 약관과 실제 출시 때까지 기술적인 문제를 완벽히 해결하는가였다. 결과적으로 3월 상용화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시기 조정이 필요했다.
3월 25일 SK텔레콤은 삼성전자 갤럭시S10 5G에 대한 검증을 완료했다고 밝혔다.2) 단말의 경우 이통사의 적합성 문제 등을 따져 이를 통과하면 정식 출시로 이어진다. 즉, 갤럭시S10 5G에 대한 기술적 문제는 해결된 셈이다. 아울러 이날 SK텔레콤은 5G 요금제 인가 재신청에 나섰고3) 통과됐다.
우리나라가 여러 우여곡절을 겪는 가운데 미국 역시 손 놓고 있지는 않았다.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은 기존 5월 상용화 계획을 4월 11일로 당겨 잡았다. 버라이즌은 지난말 공개된 모토로라 '모토 5G 모드' 모듈을 통해 세계 최초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이 모듈은 모토Z3에 장착시키면 5G를 이용할 수 있는 일종의 모뎀 액세서리다.
한국의 5G 단말 상용화가 예정된 3월에서 4월로 옮겨가자 '세계 최초' 타이틀 획득에도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우리나라는 태연했다. 버라이즌이 상용화하기 전에는 분명 우리가 먼저 5G 단말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3월말 갤럭시S10 5G 전파인증 통과와 5G 요금제 인가 및 신고까지 마친 상태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는 끝내놓고 있었다.
그리고 이통3사는 실제 상용화 일정을 4월 5일로 맞춰 잡았다. 이에 앞서 4월 1일 이통3사는 일제히 갤럭시S10 5G 예약판매를 실시했다. 각종 혜택을 내걸고 가입자 유치에 집중했다.4)
4월 2일 KT가 먼저 서울 종로구 광화문 KT스퀘어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5G 서비스와 슈퍼플랜을 포함한 4종의 5G 요금제를 공개했다. 이 중 슈퍼플랜은 모두 속도 제어 없이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실제 상용화일인 5일부터는 5G 커버리지 맵을 KT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이틀날인 3일에는 SK텔레콤이 '5G 론칭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데이터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하고, 타사 대비 넓은 커버리지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도 바톤을 이어 받아 4일 5G 개통전야제를 개최하기로 했다.
4월 3일 늦은 밤.
갑작스럽게 이통3사가 일제히 5G 1호 가입자 탄생을 알렸다.5) 이미 지난 1일 갤럭시S10 5G에 대한 예약판매를 실시했고, 실제 판매가 시작되는 상용화 일정은 5일이라고 명시해 놓은 상태였다. 하루가 시작되는 아침 시간도 아닌 늦은 밤. 갑작스러운 5G 1호 개통자 소식은 말 그대로 아닌 밤 중에 홍두깨였다.
SK텔레콤은 4월 3일 23시 보이그룹 엑소의 백현과 카이, 전 피겨스케이트선수 김연아 씨와 페이커 이상혁 선수, 윤성혁 수영선수, SK텔레콤 31년 장기고객인 박재원 씨 등과 함께 1호 가입자 개통식을 마련했다. 모두 한류에 이바지한 공로로 5G 1호 가입자로 모셨다고 설명했다.
KT 역시 같은 시간 대구 동성로 KT직영점에서 5G 상용 스마트폰을 개통했다. 1호 가입자는 대구에 거주하는 이지은 씨로 이 씨의 남편은 독도와 울릉도에 5G 네트워크 구축을 담당하고 있는 통신사 직원이었다. 섬 출장이 잦은 남편이 직접 구축한 5G 네트워크를 가장 빨리 이용할 수 있게 됐다는 감동적인 소감을 전했다.
LG유플러스는 같은 시간 서울 종로직영점에서 모델 겸 방송인이자 U+5G 서비스 체험단 '2019 유플런서'인 김민영 씨와 남편인 카레이서 서주원 씨는 5G 1호 가입자로 맞이했다. 부부가 함께 가입자가 됐다는 뿌듯한 소감을 나타냈다.
5G 1호 가입자 축하는 반길 일이지만 이미 일반 고객은 5일부터 정식 개통됨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야심한 시각에 이통3사가 5G 개통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일까.
사실은 이랬다.
우리나라가 4월 5일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천명하자 미국 이통사 버라이즌은 당초 예정된 4월 11일 상용화를 보다 앞당기기로 했다. 그 일정을 우리나라보다 빠른 4월 3일로 잡았다. 시차를 감안한다면 하루 정도 더 일찍 미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이루는 셈이었다.
버라이즌의 5G 조기 상용화 계획은 극비리에 진행되기는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또 우연치 않게 우리 정부와 업계가 이같은 전략을 미리 알게 된 것. 그것도 하루도 채 안되는 시점에 전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시간은 불과 몇시간밖에 남지 않은 상황.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이었다.
정부와 이통사 및 업계는 긴밀하게 움직였다. 네트워크 인프라와 초도 단말 물량은 이통사가 이미 준비해놓고 있었다. 부리나케 1호 가입자를 찾아 섭외에 돌입했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기념비적인 일이었기에 짧은 시간을 활용해 의미있는 작업이 될 수 있도록 만전을 기했다.
그리고, 이통3사는 4월 3일 오후 11시. 1호 가입자 개통을 알리면서 진정한 의미의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 개통을 알린 후 미국 버라이즌 역시 5G 상용화를 알렸다. 다만, 버라이즌의 상용화는 한국 이통3사의 상용화 시기보다 2시간 가량 늦은 뒤였다. 동일한 4월 3일 이었으나 시간상 우리가 앞서게 된 것.6)
4일 과기정통부는 3일 오후 11시 이통3사가 동시에 각사별 1호 가입자를 대상으로 5G 스마트폰을 개통, 세계 최초 5G 서비스를 공식 시작했다고 발표했다. 유영민 장관은 "민관이 합심해 달성한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통해 우리나라가 명실상부한 정보통신 최강국임을 다시 한 번 입증하게 됐다"며, "오늘이 있기까지 산업계, 연구계, 학계 등 모든 관계자분들의 노력과 헌신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전했다.
사실 두 진영의 세계 최초 경쟁은 2018년부터 치열하게 전개됐다. 버라이즌은 2018년 11월 우리나라보다 먼저 5G 첫 전파를 쏘기는 했으나 유선을 대체하는 FWA 방식이었고, 국제표준화기구가 확정한 표준 기술이 아닌 자체 기술을 활용하면서 정식 상용화가 아닌 것으로 판단내려졌다. 이 때문에 2018년 12월 1일 5G 첫 전파를 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타이틀을 가져 왔다. 하지만 진정한 상용화는 보편적인 서비스 관점에서 일반 소비자도 5G를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해 단말 상용화에 따른 세계 최초 경쟁이 계속됐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버라이즌은 5G 단말 상용화에 있어서도 밀리게 된 셈이다. 버라이즌은 3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와 미니애폴리스 지역을 대상으로 '모토Z3 LTE' 스마트폰을 5G로 전환할 수 있는 '모토 5G 모드' 모듈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5G 상용화를 이뤘다. 이도 실제 단말이 아닌 5G 모뎀과 라우터의 일종인 모듈을 사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진정한 의미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왔다.
운이 따른 것도 있었다. 우선 삼성전자가 예약판매를 자체적으로 실시하지 않고 이통사에게 넘겼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통3사가 충분한 초도 물량을 미리 확보해놓을 수 있었다. 또 SK텔레콤의 경우 3일 오전 5G 쇼케이스에 참석한 김연아 선수와 이상혁 선수, 윤성혁 선수, 박재원 씨에게 '갤럭시S10 5G'를 증정한 상태였다. KT도 사전예약한 일반인을, LG유플러스는 인플루언서를 1호 개통자로 섭외하는데 성공했다.
게다가 삼성전자의 공도 컸다. 갤럭시S10 5G 스마트폰의 경우 삼성전자가 자체 보유한 칩셋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다. 가령, 퀄컴칩이 탑재된 LG전자 V50 씽큐 5G는 10일 후 실제 출시가 이뤄졌다.
물론 국제 인증 과정에서 한국과 미국 중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가 관건이었기는 하나 대체적으로 우리나라가 세계 최초 5G를 실현한 국가라는데 이견이 크지 않다.
1) 김문기 기자, "5G폰 품질확보 안됐다"..과기정통부, '3월 상용화' 조정 시사, 아이뉴스24, 2019. 3. 7.
2) 김문기 기자, SKT, '갤럭시S10 5G' 검증완료.."출시만 남았다", 아이뉴스24, 2019. 3.25.
3) 김문기 기자, [단독] SK텔레콤, 5G 요금제 정부 인가 재신청, 아이뉴스24, 2019. 3.25.
4) 김문기 기자, [종합]이통3사, 5G 유치전 '점화'..갤S10 5G 예판 돌입, 아이뉴스24, 2019. 4. 1.
5) 김문기 기자, 이통3사의 5G 1호 가입자는?..연예인~일반인 '각양각색', 아이뉴스24, 2019. 4. 4.
6) 김문기 기자, '세계 최초 5G' 어디? 韓, 간발차 美 제치고 '성공', 아이뉴스24, 2019. 4.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