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부. 제2이동통신사 선정
1992년 제2이동통신사업자 선정을 둘러싼 경쟁은 사업자 신청 마감 직전까지 극도로 과열됐다. 컨소시엄별 홍보전과 해외 기술업체의 로비, 장비 수주전, 국산화 점수 계산까지 얽히며, 통신 역사상 유례없는 사업자 공모전이 연출됐다.
당시 미국 AT&T, 모토로라, 스웨덴 에릭슨 등 글로벌 장비업체는 각 그룹에 회장단까지 보내며 장비 스펙과 견적서를 앞다퉈 제시했다. 사업계획서에 장비 구매 계획이 필수로 포함돼야 했기 때문이다. 국산장비 확보를 위한 삼성과 금성 등 국내 제조사의 판촉도 이어졌다. 사업자의 선택을 받은 장비업체는 향후 수천억원대 공급계약을 기대할 수 있어, 이른바 "이동통신 올림픽"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공모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가장 많은 포화를 맞은 곳은 선경이었다. 당시 최종현 회장이 노태우 대통령과 사돈지간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특혜 의혹이 증폭됐다. 선경은 삼성·현대·대우·럭키금성 등 4대 재벌이 지분 제한으로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사실상 '5대 그룹' 중 유일한 참여자였고, 이 때문에 다른 그룹들로부터 견제의 대상이 됐다.
실제로 특혜 시비는 선경 외에도 포항제철(박태준 민자당 최고위원), 코오롱(김종필 민자당 최고위원과 사돈)의 정계 연관성이 지적되며 확산됐다.1) 하지만 유독 선경을 향한 비판 강도는 높았다. 시장은 가장 유력한 후보를 낙마시켜 경쟁 구도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작동했다고 봤다.
이에 맞서 선경은 정보통신사업 진출의 당위성과 준비 과정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룹 사보와 인터뷰, 기자 간담회 등에서 최종현 회장은 정보통신을 "단순 진출이 아닌 국가 산업의 미래로 바라보고, 경쟁 없는 영역에 전략적으로 접근한 것"이라며 반박했다.
선경그룹 사보 ‘선경’의 1992년 1월호에서는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최종현 SK그룹 회장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2)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계열화 완성이 가시화될 즈음인 10여 년 전부터 앞으로 어떤 사업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심사숙고해 왔습니다. 새로운 사업이라고 해서 아무 업종에나 진출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남들이 하니까 한다는 식은 곤란합니다. 당시 각광을 받던 가전업계나 자동차 업계의 진출도 고려한 적이 없지는 않지만 이들 분야는 이미 충분한 경쟁체제가 이루어져 있어 기존 업체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고 국가적으로도 낭비를 초래할 소지가 있어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기존업체와의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고 국가산업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분야를 우선적으로 생각했고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글로벌리제이션 시대에서의 성장 가능성도 고려했습니다. 이런 분야들 중 나는 정보통신사업을 다음 사업영역으로 선정하여 그룹의 중점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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