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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 데이터 중심 요금제 탄생,
‘무제한’ 일상

46부. 카카오톡 쇼크

by 김문기

mVoIP를 둘러싼 갈등은 끝내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요금제의 혁신이라는 다른 출구로 흘러갔다. 통신망을 공공재로 볼 것인가, 사업자의 자산으로 볼 것인가에 대한 논쟁은 여전했지만, 산업은 이미 ‘무제한’이라는 새로운 방향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2013년 초, 정권 교체와 함께 새로 출범한 박근혜 정부는 가계통신비 절감을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정보통신부 해체 이후 흩어졌던 통신 행정이 미래창조과학부로 재편되면서 다시 정부 중심의 통신정책이 추진됐다. 미래부는 이동통신 가입비 폐지, 알뜰폰 활성화, 그리고 mVoIP 확대를 통해 통신비 인하 효과를 직접 끌어내겠다는 구상을 세웠다.


그 변화의 신호탄은 2013년 3월 21일, 서울 을지로에서 터졌다. SK텔레콤이 ‘T끼리 요금제’를 발표한 것이다.1) 이 요금제는 가입자 간 음성통화와 문자메시지를 완전히 무료로 개방했고, mVoIP 사용도 전면 허용했다. 사실상 국내 이동통신사 최초의 ‘무제한 음성통화’ 요금제였다.

다운로드.jpeg [사진=SK텔레콤]

경쟁사들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KT는 ‘모두다 올레’ 요금제를 내놓으며 망내 음성 3천분 혜택을 무제한으로 전환했고, LG유플러스도 유사한 조건의 요금제로 대응했다. 이때부터 요금의 중심축은 음성이 아니라 데이터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사용자에게는 ‘음성은 공짜, 데이터는 선택’이라는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진 셈이었다.


하지만 미래부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같은 해 12월 4일, 미래부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트래픽 투명성 기준’을 발표하며 “mVoIP는 사업자 자율 결정이지만, 이용자 편익을 위해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놨다.2) 이는 사실상 전 요금제의 mVoIP 전면 허용을 유도하는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통신사들은 저가 요금제 구간에 한해 제한을 유지하며 신중한 태도를 고수했다.


그 사이 기술은 빠르게 앞서갔다. LTE 품질이 개선되면서 역설적으로 카카오톡 같은 mVoIP 서비스의 통화 품질도 함께 높아졌다. 이통사의 네트워크 고도화가 오히려 플랫폼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아이러니한 구조였다.


그리고 이 지루한 공방은 2014년 봄, LG유플러스의 한 수로 마침표를 찍었다. 4월 2일, LG유플러스는 가입자 간 무제한 음성통화에 더해 무제한 데이터까지 포함한 ‘LTE8 무한대 요금제’를 출시했다.3) 데이터 사용량을 제약 없이 개방한 첫 요금제였다. KT와 SK텔레콤도 즉시 비슷한 형태의 요금제로 응수했다. 이때부터 ‘무제한’은 경쟁의 수단이 아니라 통신의 기본 조건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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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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