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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6. 중립성 논쟁,
데이터 중심 통신 재편 불씨

46부. 카카오톡 쇼크

by 김문기

보이스톡을 둘러싼 논쟁은 기술과 산업의 문제를 넘어 제도의 시험대로 옮겨갔다. LTE 상용화가 가져온 ‘데이터 기반 통신’의 파장은 결국 정부의 문턱을 두드렸고, 방통위가 처음으로 그 기준선을 제시하면서 갈등은 한층 더 깊어졌다.


2012년 7월 13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및 이용에 관한 기준(안)’을 발표했다.1) 핵심 문구는 단 한 줄이었다. “유무선으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는 망 과부하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이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한도 내에서 트래픽을 제한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언뜻 중립적인 문장처럼 보였지만, 이 한 문장이 통신산업 전체를 뒤흔들었다.


이통사들은 즉각 환호했다. 방통위가 사실상 mVoIP를 일정 요금제 이상 사용자에게만 허용할 수 있는 근거를 제도적으로 인정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자율적 정책으로만 유지되던 ‘트래픽 관리권’이 정부의 공식 문서로 보장된 셈이었다.


반면, 카카오·다음·NHN은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나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대신 시민단체가 나섰다. “망중립성 원칙 위배”라는 비판이 잇따랐고, ‘망중립성 이용자포럼’은 방통위에 공식 유권해석을 요구했다.


갈등은 정치권으로 다시 번졌다. 7월 19일, 권은희 의원(당시 새누리당) 주최로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 전면 허용, ICT산업에 약인가 독인가’ 토론회는 이전보다 훨씬 날카로웠다.

이통사들은 이번엔 ‘공유지의 비극’을 들고 나왔다. “망은 공공재가 아니다. 제한된 자원을 모두가 마음대로 쓰면 결국 망 붕괴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였다. mVoIP를 무제한 허용하면 트래픽이 폭주하고, 그 피해는 이용자 모두에게 돌아간다는 주장이었다.2)


카카오와 다음은 정면으로 반박했다. “매출 감소를 이유로 혁신을 막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며,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산업의 구조적 재편은 필연적이라고 맞섰다. 디지털 카메라가 필름 산업을 대체한 것처럼, mVoIP는 통신의 진화 과정이라는 논리였다.


이 논쟁은 단순히 기업 간의 이해 충돌을 넘어, 망을 ‘사유재’로 볼 것인가 ‘공공재’로 볼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이어졌다. 방통위가 설정한 ‘트래픽 관리의 합리성’이라는 문구는, 결과적으로 망중립성의 이상과 산업 현실의 절충선이 됐다.

다운로드 (2).jpeg KT, 新데이터무제한 요금제 가입 50만명 돌파 [사진=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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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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