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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5. 정치권 개입, 보이스톡 논란 공론화로 번지다

46부. 카카오톡 쇼크

by 김문기

보이스톡을 둘러싼 충돌은 산업의 논리에서 정치의 무대로 확산됐다. 기술의 발전이 통신사의 수익모델을 흔들자, 그 여파는 결국 ‘망중립성’이라는 정책적 의제로 옮겨붙었다. 2012년 여름, LTE 상용화가 본격화되던 시점에 벌어진 이 논쟁은 단순한 음성통화 서비스의 갈등이 아니라, 한국 ICT 정책의 근본 구조를 시험하는 사건이었다.


6월 14일, 전병헌 의원(당시 민주통합당)은 민간단체 ‘망중립성이용자포럼’과 함께 ‘카카오톡 보이스톡 논란과 망중립성 토론회’를 공동 주최했다.1) 이날 자리에서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통신사들이 보이스톡 트래픽을 고의로 누락시켜 품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일본과 미국에서는 손실률이 거의 없는 반면, 국내에서는 16.66%에 달한다는 근거도 제시됐다. 더구나 “보이스톡을 전면 허용하겠다”고 선언했던 LG유플러스마저 실제로는 서비스를 차단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스타트업이 국내 3대 통신사를 정면으로 비판한 장면은 당시 ICT 업계에서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통3사는 즉각 반박에 나섰다. “굳이 품질을 인위적으로 낮출 이유가 없다”는 논리였다. SK텔레콤은 속도 제한이 있을 뿐 패킷 유실은 자연스러운 망 제어 과정의 결과라 주장했고, KT는 “사실무근”이라 일축했다. LG유플러스 역시 약관 변경을 위한 준비 절차 중일 뿐이라 해명했다.


그러나 논쟁의 초점은 기술적 공방보다 규제 철학으로 옮겨갔다. 통신망의 투자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방통위가 단말기 보조금이나 요금제에는 적극 개입하면서 왜 mVoIP만 시장 자율에 맡기느냐는 비판이 국회 안팎에서 제기됐다. 우유부단한 방통위의 태도는 ‘수수방관위’라는 별칭으로 조롱받았다.


흥미로운 점은 당시 카카오만이 mVoIP를 시도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다음은 ‘마이피플’에, NHN은 ‘라인’에 이미 인터넷 전화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러나 두 플랫폼의 가입자 규모가 작고, 사용률이 낮았기에 사회적 파급력이 제한적이었다. 결국 논란은 국민 메신저로 성장한 카카오톡에 집중됐다.


토론회는 이어졌다. 6월 22일, ‘보이스톡 논란과 통신산업의 비전’이라는 두 번째 공개 토론회가 열렸다.2) 이번엔 이통사들이 전면에 섰다. mVoIP 확산은 망투자비 회수에 차질을 빚어 결과적으로 통신 품질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흥미롭게도 보이스톡을 제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LG유플러스조차 비슷한 논리를 들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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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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