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74. 보이스톡 충격,
이통사 음성 수익모델 흔들

46부. 카카오톡 쇼크

by 김문기

4세대 이동통신 LTE의 대중화는 단순한 네트워크 기술의 진보를 넘어 기존 통신 질서를 뒤흔드는 단초가 됐다. 특히 LTE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결합은 소위 ‘선 없는 시대’를 앞당겼다. 데이터 통신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등장했고, 그 중심에는 스타트업이 만든 하나의 서비스가 있었다. 바로 ‘카카오톡’이다.


스마트폰 시장 초기, NHN 공동대표 출신 김범수 의장이 창업한 아이위랩은 2010년 3월 iOS용 ‘카카오톡’을 처음 선보였고, 같은 해 8월에는 안드로이드 버전도 내놨다.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회원 100만명을 돌파하며 기세를 올렸고, 2010년 9월 ‘카카오’로 사명을 변경하며 본격적인 플랫폼 확장을 예고했다.1)


카카오톡의 약진은 기존 통신사에는 위협이었다. 이들은 문자 메시지를 유료로 제공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해왔지만, 카카오톡은 무제한 무료 메시지를 내세워 이 같은 제약을 무력화시켰다. 유료였던 문자 서비스를 넘어, 커뮤니티·채팅·이미지 공유·대화방 등 PC메신저 수준의 기능을 스마트폰에 구현하면서 이용자 입장에선 ‘신세계’에 가까운 서비스였다.


하지만 이통3사는 스타트업을 향해 직접적인 제재에 나서기는 어려웠다. 대기업이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무료 서비스를 견제한다는 인식은 역풍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았다. 이에 이통사는 대응 전략으로 자체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인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 개발을 가속화하며 ‘대항마’를 키우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결정적인 전환점은 2012년 6월 4일 찾아왔다. 카카오는 ‘보이스톡’이라는 이름의 인터넷전화(mVoIP) 서비스 도입을 위한 테스터 모집을 공지했다.2) 문자에 이어 음성통화 기능까지 데이터 기반으로 흡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가입자 수 4600만명을 확보한 카카오톡이 국민 메신저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MNO) 입장에서는 핵심 수익원이 통째로 흔들릴 수 있는 위기였다.


더욱이 보이스톡은 이미 일본에서 상용화돼 있었고, 카카오 김범수 의장은 같은 해 안에 국내 정식 서비스를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통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들은 망 투자 축소, 요금 인상 가능성을 거론하며 mVoIP 전면 도입 저지에 나섰다.


당시 SK텔레콤과 KT는 상위 요금제에 한해 mVoIP 사용을 허용하되, 일정 데이터 사용량을 넘기면 차단하는 제한적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균열이 발생했다. LG유플러스가 6월 7일 기자간담회에서 모든 요금제에 대해 mVoIP 제한을 해제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3) 자사 집전화 서비스인 ‘070 플레이어’를 홍보하는 자리였지만, 사실상 보이스톡과의 정면 대결을 피하겠다는 입장이기도 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김문기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14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2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97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매거진의 이전글173. 보이스톡 쇼크에 맞선 이통사의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