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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 "세상에 공짜 망은 없다"

59부. 코로나19, 멈춰선 일상

by 김문기

2021년 6월 25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동관 462호 법정. 1년 넘게 이어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채무부존재 확인 소송' 1심 판결이 내려지는 날이었다. 전 세계 통신사와 글로벌 콘텐츠 공룡들의 시선이 이 좁은 법정으로 쏠렸다.


결과는 SK브로드밴드의 완승이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주장해 온 '망 이용료 무상성'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실상 "망을 썼으면 대가를 내는 것이 상식"이라는 준엄한 심판을 내렸다.


"무임승차"의 마침표를 찍을 심판의 날


2021년 상반기까지 넷플릭스는 '망 중립성'과 '무정산 원칙(Bill-and-Keep)'을 전매특허처럼 휘두르며 통신사의 비용 분담 요구를 외면해왔다. 그 사이 넷플릭스의 한국 내 트래픽은 상용화 초기 대비 수십 배 폭증했고, 이를 감당하기 위한 국내 통신망의 부하는 한계치에 도달했다.


국내 콘텐츠 사업자(CP)들이 역차별을 호소하고 국회에서 '넷플릭스법'까지 제정된 상황이었지만, 사법부의 명확한 판단이 나오지 않는 한 글로벌 CP들의 오만함을 꺾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번 판결은 단순히 두 기업의 돈 문제를 넘어, 인터넷 생태계의 '수익자 부담 원칙'을 사법적으로 재확인해야 한다는 시대적 당위성을 안고 있었다.


넷플릭스의 궤변을 무너뜨린 법리의 칼날


재판부는 넷플릭스가 내세운 핵심 논리인 "접속은 유료, 전송은 무상"이라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넷플릭스는 자신들이 미국 ISP에 비용을 냈으므로 한국 ISP(SKB)에 또 돈을 내는 것은 이중 과금이라고 강변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가장 결정적인 타격은 '오픈커넥트(OCA)'에 대한 판단이었다. 넷플릭스는 OCA를 설치해 트래픽을 줄여줬으니 그것으로 망 이용료를 대신한 것이라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OCA는 넷플릭스 자신의 필요에 의해 설치한 것일 뿐, 그것이 망 사용에 대한 대가 지급 의무를 면제해주지는 않는다"고 못 박았다.


또한 넷플릭스가 SKB의 망에 직접 연결(Peering)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이상, 그 연결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익에 대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유상 계약'의 기본 원칙임을 명확히 했다.


'망 이용료'의 정당성 확보와 글로벌 기준의 탄생


이 판결은 국내외 통신 산업에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우선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CP들은 "드디어 기울어진 운동장이 바로잡히기 시작했다"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파장은 컸다. 프랑스, 미국, 유럽연합(EU)의 통신 당국과 사업자들은 한국 법원의 판결문을 번역해 검토하며, 자국 내 글로벌 CP들과의 협상 카드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일반 대중에게는 '인터넷망은 공공재이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대량 소비하는 주체는 적절한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5G 시대의 대용량 콘텐츠 소비가 늘어날수록 통신사의 망 투자 여력이 중요해진 상황에서, 이번 판결은 향후 통신 요금 안정화와 서비스 품질 유지의 법적 토대가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1,200일 전쟁의 승전보, 그 이상의 의미


1심 승소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ICT 규제 표준을 선도하고 있음을 증명한 사건이다. 2019년 페이스북 판결의 패배를 딛고, 2년 만에 이뤄낸 값진 승리였다. 넷플릭스는 즉각 항소하며 2라운드를 예고했지만, 사법부가 명시한 "망 이용료는 유상"이라는 대원칙은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가 됐다.


이 승전보는 훗날 2023년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가 극적인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소송을 취하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동력이 된다. 이제 전쟁의 흐름은 통신사의 압도적 우위로 기울었다. 다음 회차에서는 1심 판결 이후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벌인 또 다른 전략적 변화와, 이에 맞선 국내 통신 업계의 'K-콘텐츠' 주권 수호 노력을 다룬다.




부록 : 서울중앙지법 1심 판결 핵심 요지


지급 의무 확인: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에 대한 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있다."

빌 앤 키프 부정: "인터넷 환경에서 직접 연결 시 무정산(무상)이 관행이라는 넷플릭스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하다."

OCA의 한계: "오픈커넥트는 트래픽 전송 효율을 높이는 기술적 수단일 뿐, 망 사용료를 대체할 수 없다."

유상 서비스 원칙: "망 사업자가 제공하는 연결 서비스는 당연히 유상이며, 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CP는 그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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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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