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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 국정감사의 포화,
넷플릭스 향한 입법칼날

59부. 코로나19, 멈춰선 일상

by 김문기


2020년 10월,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는 사실상 '넷플릭스 청문회'였다. 소송이라는 초강수를 둔 넷플릭스를 향해 여야는 한목소리로 비판의 포화를 퍼부었다. 단순히 망 이용료 문제를 넘어,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도 조세를 회피하고 책임을 다하지 않는 글로벌 CP들의 오만함이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팬데믹의 수혜와 무임승차 논란


2020년 하반기는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비대면 경제가 완전히 정착된 시기였다. 넷플릭스의 한국 가입자 수는 330만 명을 돌파하며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 화려한 실적의 이면에는 통신사의 망 부하와 국내 콘텐츠 생태계의 역차별 논란이 짙게 깔려 있었다.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매년 수백억 원의 망 이용료를 지불하며 서비스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었으나, 넷플릭스와 구글 등은 '망 중립성'을 명분으로 단 한 푼의 대가도 지불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넷플릭스가 제기한 소송은 국회의 분노를 촉발하기에 충분했다. "한국 고속도로에서 돈 한 푼 안 내고 과속하는 외제차"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입법의 당위성으로 작용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넷플릭스의 버티기


10월 22일 열린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한 연주환 넷플릭스 서비스코리아 팀장은 의원들의 날 선 질문에 "전 세계 어느 통신사에도 망 이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특히 넷플릭스가 미국과 프랑스 통신사(컴캐스트, 오렌지 등)에 비용을 지불했던 과거 사례를 지적하자, "그것은 망 이용료가 아닌 다른 성격의 계약"이라며 교묘한 논리로 빠져나갔다.


이에 국회는 넷플릭스의 조세 회피 의혹까지 정조준했다. 한국 법인이 거둬들인 매출의 대부분을 미국 본사에 '경영 자문료' 명목으로 송금해 영업이익을 고의로 낮추고 법인세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기술적 피어링(Peering) 논쟁으로 시작된 싸움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조세 정의의 문제로 확산된 순간이었다. 여야 의원들은 이를 "갑플릭스의 횡포"라 규정하며 강도 높은 압박을 이어갔다.


세계 최초 '넷플릭스법'의 시행


국정감사에서 확인된 글로벌 CP의 무책임한 태도는 입법 속도를 가속화했다. 2020년 12월 10일, 이른바 '넷플릭스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전격 시행됐다. 이 법은 전 국민 일일 평균 이용자 수 100만 명 이상, 국내 트래픽 발생량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대형 CP에게 '서비스 안정성 확보를 위한 기술적 조치' 의무를 부여했다.


이 법의 시행은 산업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등 5대 CP는 이제 망의 안정적인 유지를 위해 통신사와 협력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지게 됐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트래픽 폭증 시에도 안정적인 고화질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 권리를 법적으로 보장받는 계기가 되었으나, 한편으로는 글로벌 CP들의 반발로 인한 서비스 이용료 인상 우려라는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망 주권 확립의 이정표


2020년 국감과 넷플릭스법의 탄생은 대한민국이 글로벌 망 이용료 분쟁에서 전 세계적인 이정표를 세운 사건이다. 2019년의 '제로레이팅' 논란이 마케팅적 차원의 갈등이었다면, 2020년의 입법은 '망 주권'이라는 개념을 법적 실체로 만든 과정이었다.


국회가 세운 이 입법적 토대는 곧이어 2021년으로 넘어가는 법정 공방에서 통신사(ISP) 측에 강력한 명분을 제공하게 된다. 넷플릭스가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던 자리에 대한민국 국회가 "서비스 안정성 의무"라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못 박았기 때문이다.




부록 : 2020년 국정감사 및 넷플릭스법 주요 일지


2020.05.20: 제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넷플릭스법) 통과.

2020.10.07~26: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진행. 넷플릭스·구글의 망 무임승차 및 조세 회피 집중 포화.

2020.12.01: 국무회의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의결.

2020.12.10: 넷플릭스법 본격 시행.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 5개사 적용 대상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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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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