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부. 카카오톡 쇼크
LTE로 음성통화를 구현하기 위한 선결과제는 명확했다. 전국망 완성이다. 데이터 통신을 넘어 음성까지 수용하기 위해서는 읍면단위까지 이어지는 촘촘한 커버리지가 필수였다. 2012년 상반기, 이통 3사는 이 조건을 갖췄다고 판단했고, 본격적인 VoLTE(Voice over LTE) 상용화 경쟁의 막이 올랐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복병이 있었다. ‘데이터 음성통화’라는 개념이 시장에 먼저 파고든 것이다. 음성을 전기신호로 전환해 데이터망에 실어보내는 기술은 통신사 전용 서비스가 아닌 누구나 구현 가능한 기술로 알려졌다. 특히, 다중역할수행게임(RPG)이나 온라인 채팅을 즐기던 사용자들에겐 이미 익숙한 방식이었다.
이러한 흐름을 한껏 당긴 건, 당대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플랫폼 사업자 카카오였다. 문자 메신저 ‘카카오톡’으로 시장을 평정한 이 회사는 2012년 ‘보이스톡’을 출시하며 데이터 기반 음성통화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통3사는 즉각 긴장했다. 데이터 기반 음성통화(mVoIP)의 무분별한 확산은 통신사의 음성 매출 기반을 흔들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에 대응해 SK텔레콤과 KT는 mVoIP 사용을 일정 수준 제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반면, LG유플러스는 정면 돌파를 택했다. mVoIP를 전면 허용하며 VoLTE 상용화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LTE망에서 자체적인 음성통화 서비스를 곧 선보일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이었다.
실제로 2012년 6월 20일, SK텔레콤은 ‘LTE 2.0’ 시대 개막을 선언하며 빠르면 9월말 VoLTE 상용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1) 동시에 음성은 물론 메시지, 사진, 영상까지 통합하는 차세대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RCS(Rich Communication Services)’도 함께 소개했다. LG유플러스 역시 7월 1일 간담회를 열고 VoLTE 도입 일정을 발표했다.2) KT는 같은 해 7월 17일 “VoLTE로 역전하겠다”며 후발주자임을 인정하면서도 적극적인 전략을 내세웠다.3)4)
VoLTE는 단순히 ‘LTE로 음성통화를 한다’는 기술을 넘어, 통신산업이 그간 주장해온 ‘All-IP’의 상징과도 같았다. 데이터와 음성이 하나의 네트워크로 통합되는 시대, 즉 텍스트, 음성, 영상, 인터넷이 모두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에서 융합되는 시대의 본격 개막이었다.
기술의 대중화를 위한 브랜드 전략도 함께 전개됐다. SK텔레콤과 KT는 고음질 통화를 강조하며 ‘HD보이스’라는 용어를 앞세웠고, LG유플러스는 ‘속마음까지 전해주는 친구’를 의미하는 ‘지음(知音)’이라는 브랜드를 출범시켰다.
이러한 전략은 곧 성과로 이어졌다. 2012년 9월 8일,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는 나란히 세계 최초 VoLTE 상용화를 선언했다. KT는 한 달 뒤인 10월 8일 상용화에 돌입했다.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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