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8. SKB-티브로드 합병,
IPTV+케이블 생사고

61부. 5G 빛과 그림자

by 김문기

2020년 4월 30일, 대한민국 미디어 지형도는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SK브로드밴드와 케이블TV(SO) 업계 2위 사업자인 티브로드(t-broad)의 합병 법인이 공식 출범한 날이다.


이는 불과 몇 달 전 단행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와 맞물려, 대한민국 유료방송 시장이 '통신 3사'라는 거대 자본 아래로 완전히 재편되었음을 선포하는 사건이었다. 한때 안방극장의 주인이었던 케이블TV는 이제 통신사의 성장을 돕는 '조연'으로 밀려났고, 미디어 주권은 선(線)을 쥔 자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2020년 초, 국내 미디어 업계의 최대 화두는 '생존'이었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글로벌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공습은 기존 유료방송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고 있었다. 안방에서 리모컨을 돌리던 시청자들이 스마트폰과 태블릿으로 눈을 돌리자, 전통적인 케이블TV의 가입자 수는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SK남산빌딩(200428).jpg SK 남산빌딩 [사진=SKB]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에게 티브로드와의 합병은 선택이 아닌 필수였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않고서는 천문학적인 콘텐츠 투자비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2016년 공정거래위원회의 불허로 한차례 좌절됐던 CJ헬로 인수전의 아픔을 딛고, SK는 티브로드를 품으며 단숨에 가입자 821만 명, 시장 점유율 24%의 거대 미디어 공룡으로 거듭났다.


이는 1위 사업자인 KT를 턱밑까지 추격하는 동시에, 지상파 3사와 합작해 만든 OTT '웨이브(Wavve)'의 가입자 기반을 유선까지 확장하려는 고도의 포석이었다.


기술적으로 이번 합병은 IPTV(인터넷 프로토콜 TV)라는 '디지털 혈관'과 케이블TV라는 '오래된 신경망'의 결합이었다.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의 망을 흡수하며 초고속 인터넷 인프라를 효율화했고, 티브로드 가입자들에게는 기가 인터넷과 최신 셋톱박스 등 고도화된 IT 환경을 제공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뼈아픈 갈등이 존재했다. 케이블TV의 본질적 가치인 '지역성(Locality)'의 실종 우려였다. 케이블TV는 각 지역의 소소한 소식과 민원을 전달하는 풀뿌리 언론의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거대 통신사 자본에 귀속되면서 지역 채널의 독립성과 제작 자율성이 위축될 것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통신사의 효율성 논리가 지역 밀착형 콘텐츠의 다양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비판은 국회와 시민단체에서 줄기차게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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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전문지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하며 전세계를 누볐습니다. 이전에 정리했던 이동통신 연대기를 재수정 중입니다. 가끔 다른 내용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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