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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문기 May 31. 2023

(32) KT 민영화·SK 깜짝쇼·LG 파워콤

9부. 3G 시대 개막


2002년 5월 18일. 통신시장에 깜짝 놀랄 일이 발생한다.1)


KT 완전 민영화를 위해 진행된 지분공모에서 SK가 전략적 투자자에게 배정된 5% 지분을 모두 청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 때문에 1%를 청약한 삼성과 LG가 배정순위에서 밀려 각각 0, 1% 이하의 지분만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 SK가 그간 KT 입찰에 소극적인 면모를 보였던 만큼 당사자뿐만 아니라 시장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당초 삼성과 LG, SK가 비슷한 비율로 KT 지분을 가져가면서 균형을 맞출 것으로 기대했던 정보통신부 역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소위 SK의 일방적 승리로 끝났다. KT 민영화 작업은 15년간 이어졌으며, 사실상 완전 민영화를 이룰 수 있는 마지막 단추에서 SK가 최대 주주로 부상하게 된 셈이다. SK텔레콤의 KT 지분은 당시 9.55%였다. 교환사채 인수분까지 더하면 총 11.34%다.


정보통신부는 즉각 SK텔레콤 견제에 나섰다. 양승택 정통부 장관은 5월 25일 SK텔레콤이 2대 주주로 지위를 내려야 할 것이라며 날 선 압박을 가했다.2) 


하지만 시장은 그런 정부에 인색했다. SK텔레콤이 법적 테두리 내에서 입찰에 성공한 만큼 자본주의 시장에 반하는 정부 행위라는 비판을 감내해야 했다. 즉, 정부의 KT 민영화 정책 실패라는 오명을 쓸 수 있었다. 재정경제부 등 타 부처에서도 시장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청와대가 나서 이번 지분 인수 백지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문제는 레임덕 시기라는 것. 제대로 된 힘을 싣기 어려웠다. 정통부는 하릴없이 백기를 들었다. 7월 3일 양승택 장관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SK텔레콤이 KT에 대한 경영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단순 재무적 투자로 간주하겠다는 의미로 발언을 이어갔다. 3) 시장은 정통부가 그간 완강하게 주장했던 내용을 1개월 만에 뒤집었다며 따가운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KT 이용경 사장

KT는 8월 20일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적으로 완전 민영화됐다.4) 기존 자리를 지켰던 이상철 KT 사장은 정보통신부 장관에 올라섰다. 민영화된 KT의 첫 대표는 이용경 사장이 선임됐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이상적 회사를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당시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한 이 사장을 두고 ‘전형적인 테크노 CEO’라고 평하기도 했다. 아울러 정관변경을 통해 지분매각에 따라 최종 9.95%를 보유한 SK텔레콤의 경영권 침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SK텔레콤은 KT뿐만 아니라 두루넷의 전용회선 사업부문을 SK글로벌을 통해 인수하는 한편, 인터넷포털사업자인 라이코스코리아를 인수하기도 했다. 유선망 사업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기는 했으나 그 위를 뛰노는 유선서비스사업만은 놓지 않겠다는 의도였다.


이 같은 결정은 파워콤 인수전에도 영향을 미쳤다.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합병은 사실상 물 건너갔기 때문. 이와 관련해 하나로통신과 LG그룹의 파워콤 인수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파워콤 인수 4차전 피날레 - 데이콤 품으로

2004년 데이콤, LGT, 파워콤 관계자들이 네트워크 협력위원회를 발족한 후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상호 협력을 다짐한 모습 [사진=데이콤]

2002년 7월 30일을 시작으로 9월 4일 파워콤 4차 지분매각 입찰이 마감됐다.5) 두루넷이 빠지고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에 이어 새롭게 온세통신이 합류했다. 결과적으로 두루넷과 연합전선을 꾸린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온세통신 등 3개 컨소시엄이 경쟁에 나섰다.


9월 7일 우선협상대상자로 하나로통신이 선정됐다.6) 당연히 우리 차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LG그룹은 긴급대안 마련에 골몰했다. 데이콤은 하나로통신의 자금력에 의문이 있어 반드시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 믿었다. 외부적으로는 하나로통신 지분 추가 확보 여부를 통해 압박하는 한편, 우선협상 결렬 시 언제든지 나설 수 있도록 제반작업 준비에 돌입했다.


데이콤의 예상대로 기회는 다시 찾아왔다. 당초 우선협상기일인 10월 19일까지 협상이 이뤄지지 않았다.7) 이에 따라 차순위였던 데이콤에게도 협상 기회가 부여됐다. 이에 따라 파워콤 지분 매각은 하나로통신과 데이콤이 동시 추진하는 쪽으로 결정됐다. 두 기업 모두 자금 마련에 총력을 기울였다.


11월 29일. 드디어 파워콤 인수 결정의 날이 밝았다. 한국통신에 이은 2위 유선망 사업자를 품는다는 것은 앞으로 발생할 종합통신 3강 진입 관문을 통과했다는 의미였다. 결과적으로 그 문고리는 데이콤이 흔들게 됐다.8) 


데이콤은 파워콤 지분 45.5%를 8천190억 원에 확보했다. 나머지 8.5%는 추가 인수 선택권을 부여했다. 이로써 3년 만에 파워콤은 주인을 찾았다. LG그룹으로서는 LG텔레콤과 데이콤, 파워콤으로 이어지는 유무선 인프라를 갖출 수 있게 됐다. 한전과 데이콤은 이틀날인 30일 지분매각에 대한 계약을 체결했다.


파워콤 인수에 실패한 하나로통신은 독자 생존을 위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한전은 파워콤 매각에 따라 노조 달래기에 나섰다. 사실상 무리하게 인수를 추진한 데이콤 역시 내부 경각심 고취에 골몰했다.


12월 16일 인수대금을 납입하고 주식인도 절차를 마무리한 데이콤은 파워콤을 정식으로 품에 안았다.9) 하나로통신은 초고속인터넷 2위 사업자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기존에 추진했던 두루넷 인수를 추진해 12월 30일 확정했다.10)


파워콤은 2003년 1월 20일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박운서 데이콤 회장을 파워콤 대표이사로 선임했다.11) 이로써 박 회장은 두 회사를 겸임하게 됐다.


파워콤을 안은 LG그룹은 내친김에 하나로통신에 대한 야욕을 보였다. 이로 인해 하나로통신을 이끈 신윤식 회장이 자진 사퇴하기도 했다. LG그룹의 하나로통신 지분은 15.92%로 1대 주주였기에 가능한 시나리오였으나 하나로통신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다. 또한 경쟁사의 견제로 인해 결론적으로 무산됐다.



1) 박창욱 기자, <SK텔레콤, KT지분 5% 참여(종합)>, 연합뉴스, 2002. 5. 18.

2) <SKT의 KT 1대주주 유지, 정부정책 정면도전>, 아이뉴스24, 2002. 5.25.

3) <"SKT 보유 KT지분, 재무적 투자로만 끝난다면 큰문제 아니다"...양승택 장관>, 아이뉴스24, 2002. 7. 3.

4) 이구순 기자, <민간기업 KT 공식 출범-주총 열어 이용경 사장 선임>, 아이뉴스24, 2002. 8.20.

5) 박창욱 기자, <파워콤 입찰제안서 3개사 제출(종합)>, 연합뉴스, 2002. 9. 4.

6) 류지복 기자, <파워콤 우선협상대상자에 하나로통신(종합)>, 연합뉴스, 2002. 9. 7.

7) 최승철 기자, <파워콤 협상 불발…데이콤 참여 문열려>, 파이낸셜뉴스, 2002.10.18.

8) 장규호 기자, <데이콤, 파워콤 인수..LG 통신3강 기반 확보>, 한국경제, 2002.11.30.

9) 황형규 기자, <데이콤 파워콤 인수 마무리>, 매일경제, 2002.12.16.

10) 장규호 기자, <하나로, 두루넷 인수>, 한국경제, 2002.12.30.

11) 임윤규 기자, <파워콤 신임대표 박운서씨>, 디지털타임스, 2003.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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