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H는 책상에 앉았다. H의 브라우저 북마크바에는 S사, W사, J사가 순서대로 추가되어 있다. 지원 서류를 추리는 작업은 어제 해두었다. 더욱 성가신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H는 책상 위에 놓인 두 개의 통신기기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유선으로 연락하면 받지를 않고 무선으로 연락하면 찝찝해 죽겠다. 면접자를 면접장까지 모시기가 하늘의 별따기인 세상이므로 여느날처럼 개인 휴대폰을 선택했다. 메세지 창을 켜면 모르는 번호가 끝도 없이 나열되어 있다. 열한 자리 숫자가 아닌 이름으로 저장된 가족이나 애인의 메세지가 눈에 번쩍 띌 정도였다. 괜히 어떤 번호 하나를 쨍하니 노려봤다. 어제 말도 없이 면접에 불참한 이였다.
띠링. 액정 상단에서 골치 아픈 이름 하나가 반짝였다. 홍길동 이사님.
←마케터 면접 내일 13시 맞지?
→14시입니다.
토독토독 두들겨 답장을 보냈다. 세 번째 리마인드였다. 그래도 면접이 어그러지지 않은 게 어디인가. 최근에 홍길동 이사님께서 잊어버린 면접이 무려 두 개였으므로! H는 습관처럼 지니고 다니는 회중시계를 내려다보았다. 면접관들 시간 뺏기 되게 어렵네, 생각했다.
그때 H의 눈에 홍길동 이사님의 구닥다리 감성 상태메세지가 유독 번쩍거리기 시작했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번쩍. 번쩍. 번쩍…….
눈앞이 수차례 번쩍였다.
홍길동이 H를 2023년으로 데려다주었다. H는 책상에 앉았다. 더이상 전화기 사이에서 고민하지 않았다. 대신 ‘캔디데이트’에 들어갔다. 클릭 몇 번으로 홍길동을 포함한 면접관들에게 리마인드 알림을 띄웠다. 또다시 클릭 몇 번으로 면접자들에게 안내사항을 보냈다. 이 과정에서 H의 열한 자리 번호는 일초도 노출되지 않았다. 단 몇 분 안에 면접관과 면접자 모두를 위한 업무가 나란히 진행되었다.
이제 H의 메세지창에는 택배/배달기사님을 제외하고 모르는 번호가 무작위로 쌓이지 않는다. 띠링. H가 2020년도 아니고 2021년도 아니고 하필이면 2023년에 도착한 이유가 또박또박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회사A으로부터 면접 제안이 도착했습니다. 자세한 안내사항은 아래….]
캔디데이트가 존재하는 2023년으로 도착한 후 인사담당자 H씨의 일일은 달라졌다.
H씨의 일일이 어떻게 달라진 건지, 자세한 내막이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