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treet of Lost Children @ Phnom Penh
프놈펜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많은 아이들을 만납니다. 길에서 물건을 팔거나, 본드에 취해있거나, 쓰레기를 뒤지는 아이들도 눈에 띄지만, 꼭 상황이 어려운 아이들만이 거리로 내몰리는 것은 아닙니다. 당장 학교가 끝난 아이들도 갈 곳이 없긴 마찬가지거든요. 학교 안에 있는 놀이기구가 괜찮다면 다행이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고도 집으로 돌아가기를 주저한 채 거리를 헤매기 마련입니다. 아이들의 넘치는 체력과 왕성한 활동량을 받아줄 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기 때문이죠. 우리가 경제성장에서 간과했듯 프놈펜 역시 도시는 커져가지만 사람을 위한 공공시설은 턱없이 부족한 형편입니다.
비포장 도로의 흙구덩이에서 뒹구는 아이들, 아이들이 씻을 곳이라고는 처마 밑 우수통 곁뿐입니다. 그것마저도 워터파크에 온 아이들처럼 놀이의 일종으로 생각하니 웃기지만 웃을 수 없는 상황이랄까요.
시장의 아이들에겐 운송수단들이 놀이기구가 됩니다. 시클로 할아버지들의 부탁으로 시클로를 지키고 있는 거라 우기지만 때론 기사로, 때론 손님으로 혼자 소꿉놀이하며 이 시클로 저 시클로를 위험하게 넘나드는 아이.
프놈펜 주변의 공장 근처 마을 아이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가끔 쌩쌩 달리는 트럭이 주는 휴식시간을 제외하면 진흙길과 시멘트 길 어딘가가 아이들의 놀이터입니다. 비라도 온 뒤라면 간단한 물놀이까지 함께 할 수 있다지만 가끔 위험천만한 상황도 오곤 합니다. 보는 사람이 불안하거나 말거나 아랑곳하지 않는 당사자들이지만요.
"괜찮아요 아저씨!"
내 불안한 눈빛을 금방 눈치채고 활짝 웃으며 달려드는 아이들.
그저 조금은 안전한 곳에서 온전히 뛰어놀면서 미소를 건네주었으면 하는 마음이 드는 순간이었습니다.
2017년 마구놈포토스의 거리 시리즈를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2018년에도 색다른 주제로 꾸준히 찾아뵙겠습니다 :)
Location : Phnom Penh, Cambodia
Date : May, Jun & Oct, 2012
Format : Digital
Camera : Epson R-d1
Lens: Voigtländer Color Skopar 21mm F4
Editing : EPSON PhotoRAW 1.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