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중개플랫폼의 미션이자 운명, 필터링
나는 최근까지도 중고거래를 하지 않았다. 아니, 하지 못했다. 나의 중고거래가 실패했던 기억들 때문이다.
나의 첫 중고거래는 바야흐로 2년 전. 애플워치 미개봉 상품을 팔고자 중고거래 앱에 글을 게시했다. 유명한 앱을 직접 써볼 수 있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반응이 오기를 기다렸다.
띵동.
'제가 살 수 있을까요?'
와, 역시는 역시였다! 이렇게 빨리 거래를 하겠다는 알림이 오다니!
'오늘 퇴근 후 거래 가능하신가요?'
'네!'
그렇게 정해진 시간에 약속 장소로 나가 메시지를 보냈다.
'어디쯤이신가요?'
'길이 막혀서 조금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네네!'
하지만 그렇게 거래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30분이 흘렀다.
'아직이실까요?'
'죄송한데, 제가 딸아이 생일선물로 사주려는데 아내가 반대하네요. 내일 다시 거래하러 가도 될까요?'
'아! 네네. 괜찮습니다.'
딸아이에게 애플워치를 선물해 주려는 아버지시라니! 낭만적이었다. 이 낭만에 기여할 수 있다니!
그렇게 즐거운 마음으로 다음 날, 다시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다. 그렇게 또 30분.
오고 있는 중이라던 아저씨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고 메시지에도 아무런 답이 없었다. 평점도 높은 아저씨였는데!
그래도 어느 한 소녀의 생일선물을 지켜주고 싶은 마음에 예약상태로 며칠을 더 기다려 봤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고 아저씨는 새로운 상품을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했다.
홀로 낭만적이었던 첫 중고거래를 실패한 후, 왠지 조금 실망스러운 마음에 몇 년 간 글을 게시하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아기 용품을 판매하고자 다시 중고거래 글을 게시했고 며칠 후, 알림이 울렸다.
띵동.
'오늘 거래 가능한가요?'
그러나, 그날은 바로 태풍 '카눈'이 오고 있던 날이다.
'아, 오늘 태풍 때문에 비가 많이 온다고 하는데 괜찮으세요?'
'네!'
강력한 의지로 거래하고 싶다는 거래자를 보며 '아기한테 급하게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약속 시간을 정하고 몰아치는 비바람을 뚫으며 약속 장소에서 기다렸다.
하지만 또다시 나타나지 않는 거래자.
남편은 내게 도착한다는 연락이 오면 약속 장소로 나가라고 했지만 비가 많이 오는데 아기 엄마를 기다리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태풍 속에서 기다리게 된 아기 엄마는 나였다.
결국 아무런 연락도 받지 못하고 씩씩거리며 집으로 돌아와 울분을 토해내는 날 보며 남편이 물었다.
'평점이 높아?'
그랬다. 아주 높았다!
2년 전 아저씨도, 오늘의 아기엄마도 모두 평점이 높았단 말이다!
'내가 지나치게 믿은 건가? 평점도 높으면서! 왜 매번 바람을 맞히는 거야?'
태풍 속에서 아기 엄마에게 아무런 연락도 없이 바람맞은 그날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으니 올 수 없다면 내 연락에 답이라도 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그날 밤, 나는 다시는 영원히 중고거래를 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잊고 있었던 알림이 울렸다.
띵똥.
'혹시 제가 살 수 있을까요?'
아, 내리는 걸 깜빡했구나.
흠.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믿어볼까?
그렇게 한 번 더 믿어 본 결과는 '거래완료' (야호) 한 번의 좋은 경험이 쌓이자, 지나간 실패의 기억들은 잊혀졌다.
게다가 왠지 집에 있던 물건으로 장사에 성공하자 창조경제를 이룬 것 같은 보람찬 기분에 휩싸였다.
미처 사용하지 못한 새 상품들을 몇 개 더 올리며 신나 하는 날 보던 남편은 웃으며 말했다.
"뿌듯하지? 그래서 사람들이 중고거래 하는 거야."
나는 중고거래 앱을 통해 좋은 경험도, 나쁜 경험도 했다. 바람을 맞기도 했지만 동네 주민들을 만나 내게 필요하지 않은 새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험은 상당히 즐거웠다.
우리는 이렇게 사용자가 서비스 이용을 통해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는 총체적인 것들에 대해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라고 한다.
서비스를 기획할 때는 이러한 사용자 경험에 대해 '나쁜 경험'은 최대한 줄이고 '좋은 경험'을 늘리기 위한 다양한 장치들을 설계한다.
이를 위해서는 앱을 사용하는 사용자의 흐름(User Flow), 사용자가 보는 화면인 UI(User Interface)를 편리하게 하고, 최대한 앱 사용에 오류가 없도록 개선하고 지속적인 A/B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들이 좀 더 편리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가 되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인다.
또한 이러한 작업들 외에도 훨씬 더 사소한 것들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예를 들면, 서비스에서 사용하고 있는 문구에 대해서도 아래와 같이 섬세한 기획이 필요하다.
1. 서비스 문구의 사용자 오해 줄이기
- 사용자가 서비스 문구를 보고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간결하고 정확한 서비스 문구로 기획해야 한다.
2. 서비스 문구의 일관성 있는 어투 사용하기
- 만약 브랜드 콘셉트에 따라 지향하고 있는 어투가 있다면 전체 페이지에서 일관된 어투가 사용되도록 문구의 통합 관리가 필요하다.
3. 오류 안내에 대한 상세한 문구
- 서비스 이용 시 사용자의 액션으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면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해 상세하게 안내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의 네트워크 오류로 인해 오류 페이지가 발생하고 있다면 사용자가 네트워크 연결을 확인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만약 다른 오류의 해결이 필요하다면 사용자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별도 안내 문구를 기입해 두는 것도 좋다. 사용자 스스로 해결이 불가한 경우,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 수 있도록 고객센터 연락처를 기입하는 것 또한 필요하다.
서비스를 이용하다 발생한 오류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면 사용자는 그 과정에서 나쁜 경험을 할 수밖에 없고 서비스의 이탈로 이어질 것이다. 오류 자체를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류로 인해 사용자가 취해야 하는 액션에 대해 안내할 때는 사용자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상세한 문구를 기획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이 외에도 서비스 이용에 있어 나쁜 경험을 줄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센터 또는 앱 리뷰를 통해 접수되는 다양한 의견들을 최대한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사항들에 대해서는 최대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리 좋은 어플리케이션이라도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만 주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중고거래 앱과 같은 어플리케이션은 좋은 경험만 제공하기가 더 어렵다. 서비스의 특성이 오프라인 중개플랫폼이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앱의 주요 기능은 바로 '중개'이다. 그러나 '중개' 그 이후에도 어플리케이션 밖 오프라인에서 다양한 일들이 펼쳐진다. 그 일들을 모두 통제하는 것은 쉽지 않다.
서비스에서 판매되는 상품을 제한하고자 다양한 필터 기능을 도입하고 관계자에 의한 모니터링 제도를 운영하며 오프라인 거래 이슈를 줄이기 위해 평점 제도를 운영하더라도 말이다.
이와 같은 어려움은 오프라인 교류가 가능한 중개플랫폼들이라면 공감할 것이다. 중고거래뿐만 아니라, 고용 중개 플랫폼도 마찬가지다. 고용을 원하는 곳과 채용을 원하는 이를 연결하는 중개의 과정에서 연락도 없이 면접에 오지 않는 지원자, 야근을 강요하는 기업 문화를 가진 회사 등 사용자에게 좋지 못한 경험을 남길 수 있는 모든 요소들을 필터링하는 것은 쉽지 않다.
택시를 부르는 서비스도 같다. 기사를 교육하여 별도 관리하는 택시를 운영하기도 하고 기사와 승객에 대한 평점 제도를 운영하여 불쾌한 경험을 준 기사 또는 승객을 만나지 않도록 할 수는 있지만 그 후 좋은 경험만 하게 된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반면 그러한 믿을 수 있는 중개가 쉽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해당 서비스를 믿으며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용자들로 인해 앱 내 인프라가 형성되고 중개서비스는 커져가며 시장이 확장된다.
그래서 중개 플랫폼들은 서비스가 매개가 되어 만나게 되는 양측의 사용자 간 교류 영역을 서비스 밖의 영역이라고 쉽게 생각할 수 없다. 서로의 교류가 좋은 경험이 될 수 있도록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필터링을 위한 다양한 제도와 정책들을 고민해야 하는 것이 중개 플랫폼의 미션이자 운명인 것이다.
온라인에서의 연결을 오프라인에서도 “신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문제. 그 어려운 문제를 계속해서 해결해가고 있는 서비스들.
불쾌한 경험은 줄이고 계속해서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줄 수 있도록 중개플랫폼들이 많은 노력을 해주길 바라며 응원과 함께 오늘은, 중개플랫폼 창업은 상당히 신중해야겠다는 깨달음으로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