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받아들이기

by Aarushi

1월 갑작스런 지출이 많다. 노트북 고장이며 이것저것 크고 작은 지출이 생기는 걸 보니 돈이 이렇게 흘러가야 하는 시기구나. 돈이 나가야 할 때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니 어차피 나가야하는 지출, 흘러가게 두자.한다. 이럴 땐 야단법석이나 들뜨기 보단 내 기운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무탈하게 지나가길 기다리는 것이 현명하다. 나이 들어가며 좋은 점은 경험의 총량이 쌓이면서 어떤 상황 앞에서도 비교적 의연해진다는 점이다.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온전한 받아들임이자 내게 무슨 일이라도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 지혜다.


바람 앞에 등불. 문득 죽음을 상기하다 절로 이는 사색과 사유에 커피 한 모금을 더한다. 나이 들어갈수록 가지고 싶은 것보다 향유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진다. 매일 똑같은 옷을 입어도 남의 시선일랑 전혀 개의치 않게 되고 옷을 고를 때 지금의 나는 예쁜 것보단 색감이나 디자인과 소재가 날 안정감있게 하는가. 편안한가. 내가 입었을 때 편안한 것을 고른다. 보헤미안풍의 옷도 취향인데 그래서인지 따뜻한 질감의 레이스나 테슬이 달린 것 혹은 패브릭 소재, 크로셰 스타일의 상의, 니트류 스커트를 즐겨 입는다. 이제는 있는 옷을 아주 잘 입는 것으로 만족한다. 나의 스타일을 보면 이토록 심플한데 이 심플함은 초라함이 아니란 걸 알기에 옷이며 신발이며 살림살이며 많은 면에서 단출하려 한다.


죽으면 나는 어디로 가는가? 끌리셰하지만 곱씹을수록 무언가 선명해지는 그래서 삶이 이토록 소중하고 아름답다는 걸, 내가 호흡하고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적이구나.행운이구나.선물이구나.를 알게 된다. 건너가는 것이겠지.싶은 직관적인 앎이 인다.


겨울생인 나는 확실히 봄 특히 여름에 에너지가 넘친다. 이 또한 기가막힌 음양의 조화구나싶다. 추우니 당연히 화를 반기는 것이겠지. 겨울은 추위도 있지만 괜시리 움츠러들고 집밖을 나가지 않게 되는데 그래서 내게 겨울이란, 나 자신이 마치 동물이 동잠에 들듯 겨울잠에 든다. 휴식기다.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이다. 은둔의 시간이다.라고 생각한다. 나의 둔함과 은둔이 당연한 것이라고 일정부분 합리화되는 부분도 있다. 여전히 겨울이고 나는 늘 그렇듯 겨울잠을 자듯 움직임이 없다. 일상을 살아나가지만 나의 내면은 여전히 미동없이 그 안에서 빛을 내고 있다.


생각이 많아 외려 그 생각으로 날 가둔다는 치명적인 단점을 알아차리고 있는 나로서는 생각의 많음이 꼭 안좋구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세상엔 좋고 나쁨이란 없으니까. 생각의 많음이 때론 글쓰기를 할 때 이롭고 사색과 사유의 발달로 이어지기 쉬운 부분이 있지 않나를 생각하면 나의 생각많음은 결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것이 된다.


절로 인 질문은 "나는 내가 사는 이 세상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얼마나 알고 사는가?"였다. 나는 모른다가 적확하다. 알게 된 건 이 세상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 우리가 어릴적부터 당연하게 생각했던 지식들이나 앎이 사실이라고 할만한 것은 무엇인가? 진짜인가? 기계론적 사고관에서 벗어나면 모든 것이 새로워 보이는 것은 왜인가? 나이 들어갈수록 보이는 세계가 아닌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이 생긴다. 심연, 내면의 확장과 영적 성장, 에너지, 자기 기운의 강화...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 "귀로 듣지 말고 마음으로 들어라 마음으로 듣지 말고 기로 들어라."라는 장자의 말을 상기한다. 음양의 조화, 기의 관점에서 보면 내가 사는 세상이 이토록 흥미롭고 경이롭다. 한 치의 오차가 없는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면 결국 많은 곳에 닿게 된다.


나는 이 세상을 얼마나 알고 사는가?라는 스스로의 질문에 나는 "나는 모른다."고 답한다. 바람 앞에 등불처럼 인간의 생은 불확실성 위에 펼쳐진 수많은 닻이 아니던가.


깊어지는 나의 사색과 사유와 통찰과 같이 진정 나 자신의 삶도 붕뜨지 않도록 살랑이는 바람에 쉬이 날아가지 않도록 생이라는 대지 위에 두 발을 딱 붙여 씩씩하게 살다 건너가야지.하는 생각을 한다. 사랑하라.는 이 말이 내 안에서 끊임없이 이는 것도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 왔으니까. 사랑을 경험하기 위해 왔으니까. 본질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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