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냄새가 났다. 입춘인 것도 있겠지만 나는 분명 봄향기를 맡았다. 오늘부터 진짜 병오년의 시작이기 때문일까. 오전 6시에 눈이 똑 떠졌다. 눈뜨고 침대 맡에서 시계를 보니 6:00였다. 2월 4일 입춘인데 눈을 떴으니 더 자지 말고 일어나자했다. 창문을 열어 그 기운을 받고 싶었고 몸도 가볍게 일어나졌다. 곧장 창문을 열고 바깥 공기를 크게 들이마신 뒤, "올 한해 잘 부탁해.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라고 말했다.
곧장 소파로 갔다. 티비를 켜지 않고 은은하게 비추는 LED조명 하나만 켜둔 채, 커피를 탔다. 그러곤 소파에 기대 앉아 멍하니 가만히 있었다. 생각은 쉼없이 일어나고 있지만 그걸 알아차리고 있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 생각의 소용돌이 속 희한하리만치 어느 순간 몰입되고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는 순간이 찰나 오기 때문이다. 그 잠깐의 머무름 속에 나는 평안과 안정을 찾을 뿐이다.
화사한 딸기 우유색의 복슬복슬한 핑크 니트를 입었다. 머리도 보통은 질끈 묶고 다니는데 오늘은 머리를 가지런히 풀어볼까. 고데기를 좀 해볼까. 그렇게 단정하고 엘레강스한 느낌이 나도록 손질했다. 새 기분이다. 입춘이어서일까. 무튼 기분이라기보다 기운적으로 아주 조금씩 변화가 오고 있구나.하는 기대감이 생긴다. 그러면 참 좋겠고 아니어도 좋다.라는 마음이면 실은 무엇을 하더라도 이롭다.
도서관에 도서 예약 신청을 해놓았는데 문자가 왔다. 저녁에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와야지.하며 나름 농밀하게 하루의 스케쥴이 파바박 머릿속을 스친다. 때론 바쁜 스케쥴이 내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몸의 움직임 때문인데 바쁘다는 건 실은 눈코 뜰 새 없이 이리저리 몸을 움직인다는 것이므로 나는 그 몸의 힘듦을 내 정신 건강의 정신 상태의 바로잡음 혹은 몰입으로 유익하게 생각하는 편이다.
어제 "The Neuroscience of spirituality"라는 제목의 에피소드를 듣곤 스르르 잠이 들었다. 즐겨 듣는 팟캐스트들을 자연스레 더 자주 틀어놓자는 생각과 넷플릭스를 볼 때도 한국어 자막 없이 듣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라도 영어를 놓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도 입춘을 맞아 새바람처럼 다시금 영어가 내 일상으로 돌아왔다. 독서 할 때 계절을 가리는 것은 아니나 유독 봄에 독서량이 많다. 봄이면 유독 내 가방 안 필수품처럼 책 한 권은 넣고 다니는데 이동 중에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을 때 책을 읽으면 시간을 알차게 사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그 이동하는 짧은 순간의 몰입을 수시로 경험하는 것 자체가 내게 고요와 안정과 평온을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병오년의 시작에 내 마음은 굉장히 차분하면서도 설렘이 있다. 지난 일 년 돌이켜보면 이토록 찰나라는 것과 그 안에서 나는 무얼 했나? 정말 나로 살았는가? 질문하게 되고 통렬한 자기 반성이 있었기에 화로 점철되는 이 병오년, 생기 있게 적극적으로 활기차게 아름답게 친절하게 나로 살아보기로 결심한다.
살면서 경험하게 되는 삶의 우연과 필연, 알게 되는 것들, surrender, 자기 탐구, 자기 돌파, 사랑, 수용, 감사... 확실한 건 내가 변해야 세상이 변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그렇게 되어있고 결국 인간이란, 그들이 경험해야 할 세상이란, 세상 안에 내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세상이 있다는 걸 자각하고 알아차리는 과정이구나를 알게 된다. 나이 들어갈수록 나의 심연이 깊어질수록 지적 열망이 더욱 커진다.
나를 변화시킨다.
내가 사는 환경과 세상이 변한다.
결국 내 안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