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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May 28. 2024

스몰 해피니스

비가 온 후라 그런지 요 며칠 하늘이 어쩜 이리 푸른지. 파란지. 청명한지. 깨끗한지. 맑은지. 인디블루 컬러에 마치 생크림이 몽글몽글 퍼진 느낌이랄까. 아침 일찍 픽업 온 언니 차를 타고  조수석에서 하늘멍을 했다. 


첨벙대며 수영을 하다 언니와 나는 어린 시절 그때로 돌아가 아이처럼 장난을 치곤 한다. 그  순간 서로의 웃는 얼굴을 보면 그렇게 맑고 깨끗하고 순수해 보일 수가 없다. 사우나를 좋아하는 나는 언니보다 조금 일찍 풀에서 나와 사우나를 했다. 


사우나에서 나와 찬물로 샤워하는 일은 내 모닝 루틴 중 하나다. 콜드샤워. 나를 깨어있게 한다. 내 온 몸의 에너지를  각성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뇌신경학자 앤드류 후버만(즐겨듣는 팟캐스트 중 하나다)에 따르면 콜드샤워를 하면 도파민이 생성되고 염증강화, 면역시스템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점심은 집에서 그린 샐러드와 레몬 파스타를 만들었다. 언니에게 맛있는 점심 한끼를 차려주고 싶었는데 수영하곤 곧장 집으로 왔다. 그린그린한 것. 건강한 맛. 담백한 맛.에  관심이  있다. 재래시장에서 사놓은 싱싱한 재료들을 찹해서 그린 샐러드를 뚝딱 한 접시 담아냈고 드레싱은 아보카도를 넣고 직접 만들었다. 


레몬 파스타로 상큼한 맛을 테이블에 더했다. 그제 원데이 클래스가 있어서 분주했는데 오늘은 시간적 여유가 생겨 지금 이 순간이, 오늘 이 시간이 그저 잔잔하고 고요하고 평화롭다. 내게  행복은 이런 것들이다. 


마음이 평온하면 내면을 훈련하면 어떤 상황에서든 내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다. 방방뜨지도 그렇다고 가라앉지도 않은 감정의 수평상태라고 할까. 나이가 들수록 이런 감정들이 날 편안하게, 이롭게 한다는 생각이다. 


요리를 연구하고, 내 취향껏 창의적으로 요리를 하는터라, 모든 식재료들은 내게 보물같다. 그래서인지 싱그러운 야채, 채소, 과일 등 농작물을 보고 있자면 내게 이 농작물들이 오기까지 모든 이, 모든 여정에 감사함이 절로 난다. 


감사하면 할수록 내 마음은 더욱 풍요로워지는 마법이 있다. 언니를 위한 밥상, 날 위한 밥상을 정성껏 차려 맛깔나게 하하호호하며 먹었다. 후다닥 정리를 마치고 언니차를 얻어타고 도서관으로 왔다. 


내게 스케쥴이 없는 날은 웬만해선 도서관이다. 책을 읽고 스케쥴과 일정들을 체크하고 다이어리를 쓴다. 계획도 쓰고 정리도 하고 할일이 꽤 많다. 고요한 도서관 안이 내겐 최적의 글쓰기 장소다.  술술  잘써진다. 


어제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 앞부분을 읽었다. 내 눈에 명징하게 들어온 단어는 '자기자신'이었다. 고전을 읽을 때마다 소스라치게 전율이 흐르곤 하는데, 어찌 고전을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하고 늘 생각한다. 


책읽고 글쓰는 일은, 내 삶의 에너지다. 모든 것은 에너지다. 내가 좋아하는 요리도 책도 글쓰기도 나도 에너지다. 고로 이 모든 행위는 에너지와 에너지가 만나는 일, 대화하는 일인 셈이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두렵거나, 우울감이 밀려올 때면 어김없이 책을 든다. 그런 감정일 땐 희한하리만치 내가 책을 찾는다.는 느낌이 아니라 책이 날 부른다.는 느낌이다. 


오늘 역시 가뿐한 마음으로 도서관을 찾았고 의식의 흐름대로 물흐르듯 책도 읽었고 이렇게 글도 쓰고 있다. 글을 쓰는 행위는 분명 경험자아일테고 내가 지금 글을 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리는 건 배경자아일텐데, 내 자아를 구별하고 관찰하는 일 꽤 재미있다. 


어느 순간부터 알아차릴 수 있어서, 깨어있을 수 있어서, 나의 내면에 삶의 통찰과 지혜가 켭켭이 쌓아지고 있는 것 같아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가장 중요한 건,  state of being.  state of existence. 현재에 머무르는 것. 현재를 사는 것. 지금을 사는 것. 지금에 집중하는 것.이다. 고로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을 낭비하는 건 어리석다는 생각이 있다. 내 자신에게 하는 말이다. 


오늘 유독 키보드에 손이 절로 간다. 의식이 아니라 무의식이 날 부르는 거라 생각된다. 내 마음이 머무는대로, 내 마음이 가는 대로, 내 마음이 원하는대로 그렇게 한 편이든, 두 편이든 글을 써 내려갈 생각이다. 


모든 해답은 내 안에 있다. 내 안을 들여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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