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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May 29. 2024

판단하지 말 것

희한하리만치 

하루라도 글 한편을 쓰지 않으면 안되겠달까. 

의무적인 것은 더더욱 아니기에 

부담 없이 형식의 파괴가 용인되는 내 글쓰기는 

내겐 일종의 매일의 자기 자신과의 대화이자 

나를 사랑하는 꽤나 지적인 작업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절로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음악 재생과 

동시에 키보드로 절로 손이 가 있다.  

못 말린다. 


글쓰기는 날 치유한다. 

날 위로한다. 

날 안아준다.

날 수용한다. 

날 나.라는 세계로 끌어 당긴다. 

날 살게 한다.  

날 일어서게 한다. 

설명할 수 없는 그 오묘함과 몰입감에 중독된다. 


어떨 땐,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내가 아닌 것 같을 때가 있다. 

술술술 꼭 누군가가 요술램프로 마법을 부리는 것처럼. 

그런데 그 기분 굉장히 매력있다. 


뭐든 해석하지 않으려 한다. 


서른 후반의 나는 나를 그리고 내 생각을 판단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수용이 습관이 돼 버린 듯. 이젠 익숙해졌다. 


나를 판단해서 무엇할까.  

그 존재만으로도 된 것을. 

내 생각을 판단하려 들면 괴로워진다. 

경험적으로 그로 인한 것들이 날 얼마나 무너지게 했는지. 

날 괴롭혔는지. 

날 좀먹었는지 이제 잘 알게 된 탓일까.

내 삶 그리고 인간관계, 세상사에 무뎌진 것도 

무덤덤해진 것도 무심해진 것도 이런 연유에서일 것이다. 


나를 판단하지 않으니, 

타인도 판단하지 않는다. 


나를 판단하지 않으니, 

나에게 너그러워졌다.  

나를 이해하게  됐다. 

나를 사랑하게 됐다. 

타인에게도 너그러워졌다. 

타인을 이해하게 됐다. 

타인을 사랑하게 됐다  


서른 후반의 자기 자신(나)이 집중하고 있는 건, 

자유로울 것과 

판단하지 말 것.이다. 


자유라는 단어가 주는 날개달린 듯한 그 무언가. 


판단하지 않으니 자유로워졌고 

자유로워지니 판단하지 않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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