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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May 29. 2024

살뜰한 마음

무언가 새로운 시작을 할 때, 무언가를 새롭게 하고 싶을 때, 내 마음이 가라앉을 때, 내가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내 물건, 내 주변 환경을 깔끔하게 정리하는 일이다. 


빳빳하게 잘 말려진 내 취향의 수건을 가지런히 개어 포개어 놓는 일, 쿠션 커버를 벗겨내 새로운 디자인의 쿠션 커버로 바꾸는 일, 옷을 몽땅 다 꺼내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는 일, 파우치 등을 꺼내 정리하는 일, 그릇들을 다 꺼내 다시 배치하고 정리하는 일, 침구를 정리하는 일, 바닥을 쓸고 닦는 일 등등 이 모든 일을 한꺼번에 몇 시간을 걸려 하곤 한다. 


정리를 하고 나면 내 몸과 마음, 마음가짐 그 모든 게 온전하게 새것이 되는 기분이 든다. 일이라기 보다 날 치유해주는, 날 정화시켜주는, 오직 날 위한 수고라는 생각에 전혀 힘들지 않다. 날씨가 제법 따스해진 듯하고 봄이 성큼 다가온 듯하다. 살랑이는 바람에 괜스레 마음이 설렌다. 


차제에 옷정리를 시작했다. 정리된 옷장을 보고 있자니 내 마음까지 개운하고 가뿐하고 깨끗하다. 


언제부터인가 간소하게, 살뜰하게 살고 싶은 내 바람은 동시에 내 라이프스타일과 태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는데 간소하면서도 정갈하면서도 쌈빡한 지금의 내 삶의 방식이 진정 마음에 쏙 든다. 다  정리된 된방을 보니 딱 지금 내 마음 상태와 같다며 흡족해하는 날 발견하는 즐거움이 크다. 


특히 내 물건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졌다. 후회스러운 것 중 하나는 지난 내 물건들을 너무도 쉽게 놓치고 버리지 않았나,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점이다. 지금은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는 지난 내 물건들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지금까지 잘 보관했더라면 아주 유용하게 잘 사용했을 텐데, 옷들도 지금은 나오지 않는 디자인에 지금 입으면 너무 예뻤을 텐데...


지금은 내 물건에 고마워하며 그것들을 귀히 여길 줄 안다. 지금 내 생각은 은내 물건들을 내가 할머니가 돼서도 사용하고 잘 입어야지.인데 그래서인지 가끔은 내 물건들을 어루 만져 주기도 한다ㅏ. 


내 물건이란, 내 역사와도 같다는 생각에 이젠 절대 소홀할 수가 없으며 그것도 내 취향의 것들로만 콤팩트하게 갖춰서인지 애정이 짙다. 


물건에 대한 나의 태도가 살뜰해지면서 불필요한 한물건은 사지 않게 됐는데 이젠 작은 것 하나라도 내게 필요한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됐으며 불필요한 것들을 내 집안으로 불러들이는 일은 짐같이 느껴질 정도가 됐다. 


정갈하고 싶다. 내 몸과 마음도, 내 주변의 모든 것들까지도. 소소하고 싶고 정갈하고 싶고 간소하고 싶은 내 작은 소망은 오늘도 날 자유로이 한다는 생각이다. 


몇 차례에 걸쳐 정리를 끝내고 나니 이젠 정말 내가 좋아하는 것들, 애정하는 것들, 아끼는 것들, 취향저격의 것들만 내 주위에 남게 됐다. 옷만 해도 그렇다. 내가 진짜 예뻐하는 봄여름 스커트들이 일렬로 정리돼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그리 행복할 수가 없다. 무엇이든 행복은 그 순간순간, 찰나이기 때문에 난 그렇게 또 소소한 순간에 행복감을 맞이한다. 


어쩌면 내 물건도 나와 같이 숨쉬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기도. 내 물건을 더 오래보고 싶어서 이젠 내 물건을 닿는 손길까지 더욱이 상냥해졌고 부드러워졌다. 


사랑한다는 건 아껴준다는 것과 같다는 말에 격하게 공감한다. 내 물건에 대한 나의 사랑 역시 아껴줌과 보살핌과 상냥함과 살뜰함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 주위가 이렇게 나만의 방식으로 간소해지고 깨끗해지면 불필요한 생각이나 잡념이 날 잠식할리 없다는 생각도 크다. 


전체적인 나의 라이프 스타일이 간소해지자 먹는 것 역시 간소해졌다. 밥상을 차려냄이 더욱 정갈해졌고 예뻐졌고 건강해졌다. 어느 것 하나 만족스럽지 않은 게 없는 요즘이다.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 역시 늘 살뜰하길, 정성스럽길, 상냥하길, 자상하길, 따뜻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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