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innerplate Jun 11. 2024

늦은 깨달음은 행운이었다  

 

나의 실존은 죽음에 있다. 죽음이 있어서 내 삶이 아름답다. 

언제부터인가 죽음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늦은 깨달음 때문이었을까. 


나와 대화하면 할수록 사색할수록 사유할수록 삶과 죽음은 하나구나. 나는 언젠가 죽는다.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날 성장하게 한다.


영원히 살 수 있는 것이 아닌데 

뭐가 그리 두려울까. 

뭐가 그리 불안할까. 

뭐가 그리 화날까. 

뭐가 그리 미운마음일까. 

뭐가 그리 이해안될까. 

나는 용서. 수용. 받아들임.을 배울 수 있었다. 


내 마음이 안정되고 고요하고 평온해지면서 나를 다스릴 줄 알게 되면서 희한하리만치  내게 화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화날 일이 없게 됐다. 용서하지 못할 게 없게 됐다. 이해하지 못할 사람, 일이 없게 됐다. 


나를 존중하면 타인을 존중할 수 있다. 내게 친절하면 남에게도 친절할 수밖에 없다.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 나 자신을 돌아볼 줄 알아야 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본다. 내 마음에서 이는 사특한 마음이 아닐지. 차분하게 날 들여다보고 다독여준다. 


감정이, 기분이 태도가 되는 걸 경계한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감사함을 느낄 때가 있다. 벅차오름이고 삶에 대한 숭고함이다. 특히나 자연과 함께 일때 더욱 쉽게 느낄 수 있다. 


구매에도 신중하다. 살림살이가 꽤나 단출한데. 이렇게 산 지 꽤 되었다. 내 삶의 가치관이 명확해지면서부터다. 그래서인지 내 소비는 심플하면서도 신중하다. 아무 거나 사는 게 아니고 단지 예뻐서만이 아니고 지금 내게 꼭 필요한 것인지. 정말 내 취향인 것인지. 딱 이 두가지다. 


비슷한 여러 개를 사는 것보다 내 마음에 쏙 드는 딱 한 가지를 구매하는 일이 나답고 자유롭고 취향껏 사는 일이다. 그릇이나 접시를 좋아하는데. 내 취향의 그릇이나 접시에 음식을 담으면 기분좋아지고 날 대접하는 기분이 든다. 


그래서 지금 주방 살림은 식기라함은 그릇 몇 개, 접시 몇 개 손에 꼽는다. 그치만 내가 꼭 좋아하는 디자인이나 텍스처여야 한다. 같은 것 2개 인 것이 없다. 흙이 느껴지는 그런 질감과 색이 좋다. 자라홈을 좋아하는 이유다. 자라홈에서 접시 하나와 미니볼을 주문했다. 내 취향의 것이었고 내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하는 것이었다. 망설임없이 주문했다. 잘 쓸 걸 생각하니 얼마나 설레는지. 


옷도 가방도 신발도 잘 안사고 갖고 싶은 물건도 딱히 없다. 갖고 싶은 물건이 생겨도 이 물건이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인지. 내 마음이 진짜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남에게 보이기 위해 사고 싶은 건지. 구별하려고 한다. 


나이 들어가며 좋은 것 중 하나는, 경험탓인지. 사색탓인지. 분별력이 생긴다는 점이다. 소비에 있어서도 분별력은 유효하다. 


작고 사소한 것으로도 나는 행복할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 만족할 줄 안다는 것. 감사할 줄 안다는 것. 삶을 살아갈수록 유리하다. 


알뜰함이 소박함이 수수함이 단출함이 좋다. 기분좋게 하고 내게 더 큰 깨달음과 기쁨과 낭만을 준다. 


참 단출한 살림살이에도 나는 부족한 것이 없다고 느낀다. 남을 의식하지 않는다. 있어보이기 위한 소비가 없다. 사람이 사는데 뭐 그리 많은 물건이 필요한가. 개인적인 경험으론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다.고 느낀다. 주방용품도 늘 쓰던 것만 쓰고 옷도 입다보면 내게 편한 옷만 계속 입게 된다. 신발도 가방도 마찬가지다. 


단출할 수록 선택이 쉬워지고 귀한 줄 소중한 줄 안다. 


내 물건과 곧잘 대화하곤 하는데,  

"넌 어쩜 이렇게 아름답니?"

나도 이렇게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야겠다. 

너를 많이 사랑해줄게.한다. 


생각은 내가 아니다. 생각은 이는 것이고 곧 사라진다. 이걸 알게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방황하며 돌고 돌아 지금의 내가 되었다. 


생각은 감정이 되고 생각만으로 내 감정을 내 기분을 통제할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재빨리 몸을 움직여 환경설정하는 일. 몸을 움직여 내가 하면 기분좋아지는 것들을 하는 일. 나는 그것들에 최선을 다한다. 내 생각과 감정으로 내.가 무너지지 않게. 내 하루가 엉망이 되지 않게. 


살아있음.의 기적을 매일 누리고 산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이 아름다운 기적 앞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최선을 다해 이 기적을 누리는 것. 

이 기적을 향유하는 것. 만끽하는 것이다. 


나란 사람. 

아주 작은 것에도 감동받고 감사할 수 있다. 

삶의 기적과 아름다움과 감사함을 안다.  

내가 가진 여러 능력 중에서도 가장 귀한 게 아닐까. 



이전 08화 자기 생의 철학자가 되어간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