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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nnerplate Jul 14. 2024

밤의 사색

밤늦게까지 깨어있는 일이 드문데, 종종 의도적으로 밤의 사색과 고독을 삼킨다. 자정이 지난 뒤 자연스럽게 이는 사색과 고독에 흠뻑 젖은 뒤 스르르 잠이 들곤 한다.


조명 하나만을 켜둔채. 방 안은 조명 하나에 은은하게 빛난다. 아늑함이 온 몸을 감싼다. 가만히 침대에 앉아 글쓰는 것도 좋고 푹신푹신한 침대위에서 발가락을 꼼지락꼼지락해가며 책을 읽는 것도 좋고 멍하니 한 곳을 바라보다 사색에 빠지기 일쑤다.


푹신한 침대가 말랑말랑한 마시멜로 혹은 구름이 아닌가.하는 엉뚱한 상상을 하곤 한다. 하루 중 확실하게 내가 가장 사랑하는 순간 중 하나가 잠들기 몇 분 전인데, 침대 위에서 발가락을 꼼지락하는 것, 바스락바스락하게 잘 말린 이불을 폭 덮고 누운 몇 초새다. "꺄하~ 이게 행복이지^^" 혼잣말이 절로 나온다. 잠들기 전 샤워하는 습관이 있어 촉촉한 피부가 바짝 말려진 이불에 닿는 그 촉감도 날 행복하게 한다.


행복은 정말이지 순간순간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시대에 살고 있어서인지. 행복이란 단어가 주는  특유의 끌리셰함이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끌리셰함이 사실 본질이기도 하다. 행복이란 단어를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설렘.이라고 바꿔 말해도 좋겠다.


쿠션 하나가 있는데(배게도 딱 하나, 쿠션도 딱 하나만 있다), 커버를 빨아 널어놓은 상태로 흰 쿠션솜을 그대로 두기 아쉬워 순간 안입는 티셔츠 하나가 생각났다. 빈티지 자동차가 중앙에 크게 프린트된 미니 티셔츠다. 직감적으로 왠지 사이즈가 딱 맞을 듯해보여 옷장에서 꺼내 쿠션솜에 입혔다. 어맛. 딱 맞았다. 미니 사이즈라 쿠션솜 부피로 채워지니 팽팽해서 지퍼 없이도 빵빵하게 그럴싸한 쿠션커버가 됐다. 요런 살뜰한 맛이 있다.


늦은 밤. 이 평온이 유독 더 편안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여유있는 이유는, 아직 일요일이라는 하루가 더 남았다는 사실이 큰데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는 걸 감안해도 아무렴. 쉰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몸과 마음을 이완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었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이겠다.


독서와 글쓰기.는 늘 나와 함께였다. 늘 내 고독과 함께였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변함없이 읽었고 써내려갔다. 몰입의 시간은 어떤 방식으로든 내게 유리하다. 몰입이 곧 명상이고 명상이 곧 알아차림이다. 알아차림을 알아차리는 것. 고요함이다.


헤르만 헤세와 밤의 사색을 읽고 난 후론 이 시간이면 어느 방 한 켠 책상 위에서 밤의 사색을 써내려갔을 헤르만 헤세와 만나는 듯한 기분이다. 그 마주함이 생생하리만치 선명하게 다가온다.


고전과의 만남은 시공간을 초월한 세계와의 만남이다. 낮이 때가 되면 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처럼, 밤도 때가 되면 낮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처럼, 음양의 조화가 그저 신비로우면서도 필연으로 다가온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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