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근육

by Aarushi

고심 끝에 결제 했다. 올 한 해 나름 애쓴, 수고한 나에게 선물 하나 하기로 했는데 조금 전 구매 완료했다.


소비하지 않는 즐거움을 아주 맛깔나게 맛보아왔던터라, 사실 날 위한 구매에도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옷도 원래 입던 옷을 돌려 입기 시작했고 고백하건대 같은 옷을 작업복처럼 매일 입은 적도 있다. 정말 패션에 관한 한 남의 신경이라곤 일도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초라해 보이지는 않으려고 했으며 내 안의 나에게 집중하다보니 정말 그렇게 되었다.


마치 "내 눈엔 너만 보여."라고 말하듯 내 안의 나에게 그랬다.


그렇다 보니, 내 안의 소리에, 내면의 심연에 들어가다보니 외적인 것은 내게 그리 큰 관심사가 되지 못했다. 매력적이지 않았으며 자연스레 불필요한 소비에도 흥미를 잃게 됐다. 그렇다고 고상한 철학이 있는 것은 아니었고 삶의 태도가 그리 되었다는 설명이 맞겠다.


한 달 전부터 새운동화를 사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한 달 가까이 찜. 목록에 담아놓은 물건을 샀다. 둥글둥글하고 통통해 보이는 버전으로 구매했는데 이유는 내 눈엔 그 신발의 입체감이 진짜 귀여워서였다. 어쩌면 이 걸 신고 학창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건지도 아니면 귀엽고 깜찍하고 영해보이고 싶은 나의 작은 바람의 반영일런지도 모르겠다.


패스트 패션으로 쇼핑을 한 지도 과거가 된 지 오래고 옷을 사느라 한 번에 몇 십만원을 하루에 소비하던 소비 요정도 자취를 감춘지 오래다.


결국엔 옷보다도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까지. 명품이면 무엇할까. 내가 명품이어야지. 끌리셰하지만 난 이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아무리 저렴한 옷이라 할지라도 내가 멋들어지게 우아하게 소화하면 면된다는 자신감은 있다.


운동화 하나 산 일이 뭐라고 내 마음이 이리도 설레는지.


그렇다고 소비요정이 다시 돌아온 것 같지는 않고 오랜만의 날 위한 한소비라 그런 것일텐데. 오랜만의 운동화 구입에 기분 좋아졌고 설렜다. 그거면 되었다.는 이 여유도 늘 새롭고 놀랍다.


예쁘게 아름답게 꾸미는 데 시간과 돈을 쓰고 열정을 불태우던 시절의 나도 나고 편안함과 자연스러움과 소박함으로 삶을 채우는데 시간과 돈을 쓰고 열정을 불태우는 지금의 나도 나일 테다.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이 운동화 하나에 내 일년의 수고를 다독이기에, 보상하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소비하는 즐거움보다 소비하지 않는 즐거움이 여전히 편하고 좋다.


내가 나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가 내 삶의 시선과 태도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스스로의 선택과 때로는 용기가 만들어 낸 인생의 파도와 부딪히며 쌓아온 나의 인생 역경과 경험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는 확신은 곧 더 큰 용기와 도전을 가능하게 한다.


끊임없이 사유하고 의심하고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난 그렇게 또 한 번 성장하고 버티며 나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조화롭지 않은 것이 없는 요즘의 내 삶이 그저 사랑스럽고 내 인생 근육도 그마만큼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 멋지다.


그러다보니 자꾸 내가 내게 기대려고 하는 부작용이 있긴 하지만 ,

내가 나를 의지하고 믿고 기대지 않으면 누구한테 기대하리.하고선 더욱 바짝 붙는다.

내 발이 되어줄 새로 주문한 운동화를 마주할 준비는 이만하면 되었고 새 운동화의 신발끈을 야무지게 단단히 메고선 난 그렇게 또 다시 내 삶의 여정을 이어갈 것이다.


수고한 너에게,

많이 성장한 너에게,

점수를 후하게 주고 싶을 만큼,

Tu es jolie! 넌 예쁘다고 멋지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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