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라고 뭐 별 건가. 늘 그랬듯 여느 날과 같은 하루가 시작됐다. 차이점은 있다. 추석이라는 연휴.가 주는 그 특유의 편안함이 있다. 어젠 한 시간 걸었다가 조금 지나 한 시간 걷고 저녁 먹고 다시 나와 한 시간을 걸었다. 자연스레 2만보를 걸었다. 명절 연휴라고 해서 과식하지 않는 나 자신에게 궁딩이 팡팡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산책길에 만난 보름달이 영롱하게 빛났다. 무언가 날 위로하는 것 같았다. 나도, "내눈엔 너만 보여."라고 말해주듯 빤히 바라봐주었다. 까만 도화지위에 황금색 알이랄까. 동그라미 하나가 박힌 것처럼. 검은색과 황금색의 대비가 유난히 신비스러웠다.
내 마음이 무언가 그러서겠지. 늦은 밤 산책에서 마주한 나의 사색에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어맛, 내일 뭐하지? 내일 점심은 뭐먹지? 무얼하면 내일 하루ㅡ 즐겁게 보낼 수 있을까? 뭐 먹고 싶어? 뭐하고 싶어?.... "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내 안에 질문하느라 분주했다.
아침 일찍 오늘은 유난히도 정갈해지고 싶은 것은 무엇. 이부자리를 촥촥 정리하고 소파다리에 기대 앉았다. 푹신한 소파를 놔두고 늘 소파 다리에 기대 앉는다. 소파는 거들뿐. 바닥에 앉는 편이 내겐 더욱 안정감과 편안함을 주는 건 어쩔 수가 없다. 노트북을 하거나, 무얼 올려 넣고 먹기 편리한 작은 테이블이 살림살이 중 제일 유용한 듯하다.
무얼 먹을까.하다 즉흥적으로 삼겹살 생각이 났다. 혼자 삼겹살을 먹는 건 내 스스로에게 주는 선물이다. 편안한 아이보리색의 롱 슬리브리스 원피스를 꺼냈다. 베이지 가디건을 걸치고 지갑 하나 들어가는 크기의, 달랑달랑 들고 다니는 천 주머니를 들었다. 집에서 걸어서 십오분 거리에 있는 고깃집을 찾았다.
걸어가는 동안, 왜 이리도 즐거운지. 왜 이리도 신나던지. 먹는 즐거움도 있겠고 넓은 테이블에 앉아 천천히 고기를 굽고 잠시 멈췄다가 하는 그 사이사이 간격과 분주함이 주는 낭만을 좋아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선, 삼겹살 1인분을 주문했다. 치지직. "맛있게 먹자! 오늘 하루 초아 너 자신에게 주는 선물이야^^" 평소에도 이런 방식으로 나에게 작고 소소한, 사소한 선물을 하는 편이라 뭐든 의미부여 하기 나름이다. 맛있는 카페 라떼 한 잔을 사는 일도 선물이고 뭐든 선물이 된다.
고기 먹을 때 다른 반찬은 필요가 없게 되는데, 청양고추, 마늘, 상추, 깻잎, 된장, 김치면 된다. 쭉쭉쭉쭉 잘 만 들어갔다. 삼겹살 한 쌈.에 이토록 즐거울 일인가. 즐거울 일이다. 인생 뭐 별건가.의 무심함은 고기를 구우면서도 빛을 발하는데, 그 순간을 즐기자. 이런게 행복아니고 즐거움 아니고 기쁨 아니고 낭만 아니고 무엇이겠는가.하며 쌈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양념갈비, 갈매기살, 돼지껍데기까지 아주 맛있게 먹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엔 카페에 들러 아이스 라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했다. 냉동실에 잠깐 넣어두고 세탁기를 돌렸다. 다시 소파에 기대 바닥에 앉아 커피를 마셨다. 아이스 라떼를 홀짝홀짝 마시면서 꺄하~ 이게 바로 행복이지. 낭만이지. 편안함이지.했다. 정말 뭐 별건가.싶다.
그러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켜고 글쓰기를 시작한다. 마음이 시켜서 하는 일은 늘 이런식이다. 계산적이지 않다.
혼삼은 외롭지 않다. 외로운 것이 아니다. 혼자만의 시간이고 혼자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들 중 지극히 평범한 것들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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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겹살을 선택한 건, 무엇보다 먹고 싶었던 게 맞고 기운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 잘 먹고 힘내고 싶은 딱 그 마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