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전 출출한 배를 꾹 참고 잠들기 참 잘했다. 후딱 잠자리에 든 나에게 궁딩이 팡팡!. 숙면만큼 날 회복시키는 게 없다. 잘 먹고 잘 자기. 사는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지만 먹는 것보다 수면이, 숙면만큼 날 이토록 신속하게 빠르게 명징하게 회복시키는 게 없다. 잠이 최고다. 잠이 최고의 보약이다. 명의다.
새소리가 날 깨우고 기지개를 편다. 몇 초새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푹신한 슬리퍼를 신고 부엌으로 간다. 불을 켜고 냉장고를 연다. 삼겹살을 꺼낸다. 청양고추와 마늘을 접시에 담는다. 쌈장도 한 스푼 던다. 지글지글 삽겸살 두 쪽을 굽는다. 군데군데 삼겹살 기름이 톡톡 튄다. 앗 뜨거!. 정신이 번쩍 든다. 노릇노릇하게 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뒤집지 않는다. 그 사이 청소기를 솨사삭 스스슥 민다. 그러곤 다다닥 달려가 삽겸살을 뒤집는다. 아침을 차린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에요? 물으면 삼겹살이라고 답할만큼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다. 삼겹살, 제육볶음, 수육, 족발... 중고등학교 시절, 엄마는 아침을 꼭 먹여 보냈는데 딸들이 좋아하는 삼겹살, 제육볶음, 고등어, 삼치 구이...를 해주셨다. 대학시절에도 그 새벽녘 학교 가기 전, 삼겹살을 구워 먹고 나갔다. 아침으로 삼겹살 혹은 고기를 굽는 건 어색한 게 아니라 익숙한 풍경이다.
잠도 푹 잘 자고 일어났고 하루를 후회없이 침착하게 차분하게 즐겁게 보내려면 잘 먹어야 한다. 오늘 아침으로 정한 건 삼겹살 쌈이다. 전라도에서 나고 자란 내게 삼겹살엔 쌈장인데, 엄마표 쌈장은 된장과 고추장, 청양고추 총총 썰고 참기름 듬뿍 넣고 만든다. 서울 할머니댁에서는 된장이 들어가지 않은 초장, 경기도가 고향인 작은엄마도 삼겹살을 먹을 땐 초장을 내셨다. 잘은 모르겠지만 서울 경기는 삼겹살에 초장인건가?했더랬다.
확연히 선선한 아침 공기에, "이러다 또 금세 확 추워지겠는 걸? 차가운 계절이 왔구나!" 그러면서 호호호 입김을 내뿜는 그 계절을 잘 맞이해야지. 올 겨울 또 어떤 일들이 내 앞에 펼쳐질까? 난 또 무엇을 경험하고 깨닫게 될까?
날 위한 아침밥을 차리는 건 이토록 간단할 수 없다. 그러면서도 이토록 섬세하고 정성일 수가 없다. 내가 날 보살피지 않으면 누가 날 보살피나? 내가 날 사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사랑해줄까? 내가 날 존중하지 않으면 누가 날 존중할까?... 이런 생각들이 어떤 일이 있어도, 무슨 일이 일어나도 쉽게 무너지지 않게 해준다.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날 구할 수 없으니까. 내가 아니면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날 살릴 수 없으니까.
주말에 먹고 남은 상추와 깻잎 몇 장에 두툼하고 노릇하게 잘 구워진 삼겹살 한 점과 마늘, 쌈장을 올려 한움큼 준 뒤 입안으로 넣는다. 청양고추를 먹는 타이밍은 딱 이 때. 쌈을 입 안에 넣고 몇 번 씹고 난 직후다. 꼭지를 떼고 쌈장에 찍어 아사삭 한 입 베어물면 마치 푹죽이 터지듯 입 안에 감칠맛이 확 돈다. 그 맛을 사랑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이 아침 삼겹살을 구우며, "내일이 내 마지막 하루라면? 난 언젠가 분명 죽는데, 어쩌자고 현재를 살지 못하고 있는가? 왜 언젠가...혹은 분명 미래에 무언가가 있을 거란 착각을 하고 사는가?" 집게로 고기를 뒤집으면서도 내 안의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실체없는 미래를 붙잡고 살면 안된다. 시시로 우울감을 느끼는 것도 두려운 것도 불안한 것도 실은 다 이런 이유 때문인 것을 알면서도. 집착때문이라는 걸 알면서도.
과거를 붙잡고 있으니 불행하게 느끼는 것이다.
미래를 쫓아가니, 움켜쥐려 하니 불행하게 느끼는 것이다.
언젠가 좋은 날은 없다. 지금 이 순간의 삶이 있을 뿐.
만족스럽든 만족스럽지 않든 지금 여기. 이 순간만이 전부다.
삼겹살 열 몇 점을 꼭꼭 씹으며 일으켜진 한 생각.
이 또한 다 이유가 있겠지.
지금 이 순간을 살라!. 살아있음에 감사하라!. 인생을 유보하지 말라!.는 내 안의 소리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기 위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