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원의 행복

by Aarushi

이제 9월이구나!.한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제 곧 추석이야!.라고 한 게 엊그제 같은데 모두가 이미 한참은 지났고 10월이 왔다. 와우. 이토록 쏜살같다니. 알면서도 또 알면서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흔부터 진짜 노화가 시작된다는데 끄억. 마흔에 대처하는 자세.라는 문장이 즉흥적으로 떠올랐다. 곧 마흔. 마흔이라... 마흔이라고 무어가 다를까?


스물과 서른의 체력은 확실히 다르다.는 건 몸소 체험했고 서른과 마흔은 또 다르겠지.싶으면서도 곧 마흔.이란 사실뿐 아직까지 체감되지 않고 있다. 그러다 허걱.하겠지. 바뀐 나이로 셈하는 편이 이롭다.


바뀐 나이라 하면 지금이 내년이라 치면, 두 해는 남은 셈이다. 그러니 조금은 안도되는 건 무엇. 나이가 무슨 대수랴.싶으면서도 현실에선 막상 내 실존과 내 삶 앞에선 작아지고 소심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 호기롭던 위풍당당하고 빠릿빠릿했던 나는 어디로 간거니? 지금 여기 나는 누구라니?... 이렇게 시시로 묻곤 한다.


대답없는 너. 똑똑똑.해봤자 나타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좀 나타나줬으면 하는데.


하루에 커피를 마시지 않는 건 밥을 먹지 않은 것과 같다.라고 느껴질만큼 커피를 좋아한다. 커피는 내겐 낭만이고 에너지고 리프레시되는 그 무언가다. 스타벅스나 커피빈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숍에 가는 일은 극히 드문 편인데, 내 취향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조명의 채도와 명도도 꼭 내 스타일인 카페에 간다. 통창으로 된 카페도 참 좋아하고 무튼 무드톤을 선호한다.


크고 작은 카페의 커피값도 카페 라떼의 경우 5,000원이 넘는다. 전엔 커피 값도 아껴가며 가급적 집에서 마시거나 2,900원짜리 중저가 프랜차이즈 커피를 마시곤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내 취향의 카페에 가는 것에 망설이지 않게 됐다. 그곳은 내가 숨쉴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말에도 집에 가만히 앉아 있는 것보단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던지, 글쓰던지, 사색하면 훨씬 더 풍요로운 순간들을, 하루를 보낼 수 있다.


카페에 가서 쓰는 5,000원을 아끼지 않게 됐다. 내게 즐거움과 기쁨과 낭만과 생생함을 가져다주는데 필요한 한 건 단 돈 5,000원, 천 원 짜리 5장이다.


카페는 나만의 동굴이다. 때론 침잠하거나 숨고 싶을 때, 어딘가에 콕 쳐박혀 나오고 싶지 않을 때, 온전히 쉬고 싶을 때, 아무 것도 생각하고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 어떤 영감이 떠오르지 않을 때, 도저히 어떤 답도 찾아지지 않을 때, 삶이 뿌옇게만 보일 때, 막연할 때, 도저히 길을 찾지 못해 답답해 미추어버릴 것만 같을 때...더는 우울해지지 않고 싶을 때, 두려움과 불안을 떨쳐내고 싶을 때... 비오는 날, 화창한 어느 날... 자동반사적으로 찾게 되는 곳이 되었다.


내 안의 우울이 스멀스멀 심심하다고 문을 두드릴 때, 곧장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카페로 비장하게 발걸음을 옮기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재즈풍, 클래식 피아노 선율, 발라드가 내 사색에 화음을 맞춘다. 책도 읽었다 덮었다를 반복하기도. 그러다 통창 너머 파란 하늘을 한참을 들여다보기도 한 곳을 응시하며 멍때리기도. 그 모든 것이 카페 안에서는 조화롭고 아름답고 낭만있고 감성적이게 된다.


카페도 혼자 일 때, 가장 편안하다. 누군가와 함께여도 그 나름의 즐거움과 기쁨과 생명력이 있지만, 실은 혼자일 때 온전히 오롯이 내 안의 나를 만날 수 있다.


지독하게 외로워본 적 있나?

지독하게 고독한 적 있나?

치열한 외로움을 만나본 적 있나?

견디기 힘들만큼 외로웠던 적 있나?

나와 지독하게 치열하게 독대한 적 있나?

내 안의 외로움으로 밑바닥 끝까지 가본 적 있나?


내 대답은 YES다. 이 시간은 필연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이 지리한, 때론 고통스러웠던 시간들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모든 것은 인연이고 필연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꼽으라면 스페인 마드리드와 바로셀로나에서 마셨던 카페 콘 레체다. 카페 라떼와도 같은 것인데 허름하면서도 노점상 특유의 낭만이 서려있는 카페 안 스탠딩 바에서 앉아 마시던 아침의 카페 콘 레체. 그 시절 바이브가 문득 그리워질 때면 또 다시 그곳으로 떠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시시로 찾는 카페는 내게 5,000원 이상의 즐거움, 설렘, 편안함, 평온함, 고요를 선물한다. 커피값이 전혀 아깝지가 않다. 우울에 침잠해 어쩔 줄 몰라하는 것보단, 몇 시간 내내 겪는 그 감정의 고통보단, 커피값 5천원으로 얻는 감정의 전환, 기분 전환, 즐거움과 설렘, 회복은 비교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 만의, 자기만의 쉼터.를 마련하는 것, 찾는 것, 찾아나서는 건 이토록 중요하다. 나에겐 그곳 중 하나가 지극히 취향저격인, 지극히 사적인 취향의 카페라는 공간인 것이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또 다시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푸르른 하늘은, 맑고 깨끗한, 청명한 하늘은 말이 없다. 그 존재 자체로서 내게 질문하게 할 뿐. 모든 것이 감사할 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삼겹살을 구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