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사색 1

by Aarushi

#earthing, 지구와의 접지

자연은 말이 없다. 그래서 좋다. 나도 자연도 어떤 말도 없어서 이토록 편안하다. 침묵이고 고요함이다.


젖은 황토길을 걸을 땐, "어쩜 이리 촉촉하다니? 꺄악. 발바닥이 지구의 표면에 철썩 달라붙는 그 기분, 마치 ET 손가락 끝과 내 손가락 끝이 찌지직 하고 접지하듯. 우주와 내가 하나되는 기분, 접지의 순간이다.


걸어서 5-6분 컷. 작은 숲속인데 마치 요정들이 살고 있는 게 아닐까.하는 착각이 일만큼 자연 속에선 상상력과 창의력과 순수가 자유롭게 펼쳐진다. 아무렴 상관없다. 내 세상인 마냥 천진난만하게 걷고 호흡하고 거닐다 온다.


걷기가 주는 생경함, 기분좋음, 왠지 모를 설렘, 상쾌함, 리프레쉬함이 내가 사는 이 세상이 더욱 아름다워보이게 한다. 더 아름다워진다. 발바닥이 대지에, 땅에, 지구 표면에 닿는 순간 나와 자연은 하나가 된다. 자연과 내가 하난데, 무엇이 두려울까. 무엇이 불안할까. 무엇이 우울할까. 어싱은 천연 에너지 드링크다. 천연 치유제다.


걷기 시작한 순간부터 핸드폰 오프. 오롯이 나와 자연뿐이다.


산다는 게 무얼까. 이토록 삶이 짧구나. 이토록 찰나구나. 작은 숲속을 거닐면 나무 뿌리가 마치 뼈대처럼 사방으로 뻗어있는 것이 연연하게 드러나있는 걸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모습을 볼 때면 나무의 끈질긴 생명력이 명징하게 다가온다. 모두가 숨쉬고 있다. 들숨과 날숨, 호흡하고 있다. 모든 것은 살아있다. 모든 것은 변한다.는 사실이 내 생명력에 빛을 더한다.


나는 살아있다 동시에 죽어가고 있다. 지구별 여행자의 여행은 잘 가고 있는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이 여행이 끝나면 어디로 가게 될까? 어디로 스러져 갈까? 또 어디로 떠날게 될까?


두 발이 땅에 딱 닿아 있는 걸 좋아한다. 어떻게서든 땅에 내 두 발을 딛고 서있는 것.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기도 하다.


내가 여기에 태어난 이유가 있겠지.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가 다 있겠지. 무엇을 경험하고 체험하기 위해 왔을까? 잘 해내고 있는 걸까? 삶이란 수양 그 자체란 걸 깨닫게 됐다. 모든 것엔 다 이유가 있다. 또 그렇게 생각하는 편이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훨씬 이롭다는 것도. 유익하다는 것도.


황토길 진흙은 벽돌색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적확하달까. 사뿐히 즈려 밟으면서 내 양 발가락이 푹푹 빠질 때, 그 속에서 기어코 나 자신을, 지나온 내 삶을, 지금 이 순간을 펼쳐보인다. 투영한다.


진흙 속에 빠진 진주랄까. 진흙 속에 빠진 빛나는 보석이랄까.

무튼 직관적으로 직감적으로 그 모양새와 그 문장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 또한 다 이유가 있겠지. 내 안의 목소리겠거니 의심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느끼는 대로 받아들인다.


인생이 고통이라면, 삶이 고통이라면, 인생은 진흙과도 같겠고 나.는 늘 빛나고 있으니, 늘 그 자리에 있으니 변하지 않는 보석이겠다. 그러니 진흙이라는 고통은 필연이겠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빛나고 있음을 알아차리면 된다.


걷기는 어떤 조건도 필요하지 않다. 내 두 발과 대지. 서로가 그 자체로서 닿기면 하면 된다. 이토록 즉각적이게 쉽게 자연과 하나되는 길이 있는데 놓칠리 없다.


자연은 내가 무엇이 되지 않아도, 무엇이 있지 않아도, 날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 포옹한다. 껴안는다. 위로한다. 사랑해준다. 자연은 알고 있다. "너는 빛나고 있어."라고 늘 말해주는 듯하다.


솔직하게, 어떨 땐 이 세상 다 산 사람처럼 풍경을, 사람들의 군상을 바라볼 때가 있다. 어느 날은 희한하리만치 이게 꿈일까?싶다가도 실재하는 걸까?싶다가도 이 세상이 게임일까?, 가상현실 속 무언가일까?싶다가 결국엔 내가 사는 세상으로, 내 눈 앞의 실재로 돌아오고 만다. 삶이니까. 살아지는 거니까. 살아야 하니까.


인간과 삶, 사랑, 고통, 우주...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란 걸, 보이지 않는 것 너머의 이면을 볼 줄 아는 통찰력과 지혜, 이런 것들에 관심이 있다. 책은 이런 것들에 대한 내 관심에 훌륭한 도구가 되어준다.


걷기는 이런 방식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준다. 양 발바닥을 결코 땅에서 놓지 않겠다고, 훨훨 날아가버리지 않겠다는, 어떻게서든 붙들어 메겠다는, 내가 이 세상에 온 이유, 임무를 잘 수행할 때까지 나 자신을 잃지 않겠다는 의지이자 삶을 대하는 태도다.


자연은 말한다. "헬로우! 마음 껏 놀다가렴. 너는 이토록 살아있어 동시에 죽어가고 있지. 두려워할 거 없어. 삶과 죽음은 하나니까. 자기 자신이 되렴!"


자연과 내가 하나이니, 실은 내 안에서 이는 강력한 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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