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세계와의 만남
받아들이기. 이 밤 불현듯 내 안에서 이 말이 일었다. 언제부터인가 받아들이기, 수용.이라는 말이 나는 편해졌고 좋다. 나이 들어갈수록 외면도 내면도 좋은 에너지들로 텅빔을 잘 채워나가고 싶은 바람이 있는데, 이런 방식으로 이따금씩 때로는 수시로, 불현듯 이런 문장과 단어들이 파다닥 떠오르곤 한다.
알아차림도 있겠고 내 안의 나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고 나를 돌아보는 과정이라는 생각도 있다. 그러던 중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내 눈동자와 눈빛은 안녕한지. 깨끗한지. 맑은지. 초롱초롱한지. 빛나고 있는지. 그러면서 가르마 방향을 바꿨다. 즉흥적이었고 바꾸고 난 후 거울 속 나를 보니, 새로운 기분이 들었다.
가끔 후루룩 순식간에 몰입하며 써 내려간 내 글을 읽고 있자면, 내 사유와 사색의 여유에 감사하다. 글을 통해 내 정신과 마음을 다스리고 정리하고 살아갈 힘을 얻는다. 글을 통해 나는 나.를 더욱 깊이 만난다.
글쓰기란, 나라는 세계와의 만남이다.
#일상의 다정함
건물 안에서 나오다 한 아이와 문 하나를 두고 양방향으로 마주쳤다. 나는 그 아이가 먼저 문을 열어 지나갈 때까지 내 쪽 켠에 서서 기다리거나 그 폼이 아닌 것 같으면 내가 먼저 열어 지나갈 수 있게 문을 잡아 줄 참이었다.
어린 아이는 문을 열어 젖히곤 "먼저 지나가세요."라며 큰 문을 힘껏 잡아 주었다. 고맙다는 말과 함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내 마음은 퐁퐁해졌다.
참 따뜻한 아이네.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작은 것에 크게 감동하고 따뜻함을 느낀다.
이런 일상의 소소한 다정함, 따뜻함이 인간을 살게 한다. 행복하게 한다.
#판도라의 상자
왜 쓰는가. 무언가 봇물터진 느낌이다. 내가 경험한 것들. 쌓아온 이야기 보따리들이 판도라의 상자처럼 서서히 풀리고 있다는 걸까.
#퐁피두에서
파리 프란시스 베이컨의 전시를 다음날 그 다음날 이런 방식으로 족히 스무 번은 넘게 찾았다. 추운 겨울, 두꺼운 코트와 머플러를 여밀며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내가 아른거린다. 기괴한 모습의 사람 형상이 그려진 작품 속에서 나는 한참을 앉았다 섰다를 반복하며 머물다 오곤 했다. 위로받고 싶었던 걸까.
#일교차
낮과 밤 일교차가 크다. 가끔은 이런 종류의 밤의 쌀쌀함이 유독 얄궃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때면 지금 내 마음이 심술맞은 건 아닌.지 되돌아본다.
#밤의 고요
고흐의 영혼의 편지.를 쉼없이 읽으며 걸어왔는데,
고흐가 동생 테오와 주고 받은 편지를 읽으며,
파리 살던 때,
직접 고흐의 흔적을 만나기 위해 찾은
오베르 쉬오아즈의 풍경이 절로 떠올랐다.
나는 고흐의 오랜 팬인데,
고흐가 걸었을 밀밭과
고흐와 테오의 무덤을 찾았던 8월 어느 날.의 기억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고흐는 분명 철학가임이 틀림없다.
내가 고흐를 좋아하게 된 건 필연이 아니었을까.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고흐의 자화상을 나는 자주 찾았었다.
고흐의 그림 속에서 그의 삶이 보였다.
실제 고흐의 그림을 눈 앞에서 자주 본 경험이 있은 후여서 그런지,
고흐의 영혼의 편지.를 이제서야 읽은 것이 한 수 였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시간, 모두가 잠든 이 밤.
이 세상에 마치 나 혼자만이 존재하듯,
지금 내 공간이 하나의 우주인 마냥,
고요하기만 하다.
이 평온과 고요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이 밤.이 주는 그 특유의 입김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