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없이 사는 사람
향수가 없다.
대학시절엔 마크 제이콥스의 데이지만 줄곧 썼고,
향수를 그나마 뿌렸던 시절은 대학시절 말고는 없다.
직장인이 돼서도 아주 가끔 뿌렸을 뿐이다.
지금은 향수가 하나도 없다.
향수가 당기지 않아서다.
샴푸나 바디클렌저의 향은 예외다.
스파 제품엔 좋은 것. 그리고 기분좋아지는 것들로 채운다.
얼마 전, 향수가 세일하길래 하나 정도는 사놓을까.싶어
테스트해봤는데, 그 잔향이 옷에 짙게 배었다.
집에 오는길 내내 향수 냄새가 내 코 끝을 찔렀다.
짙은 향수가 이제 더 이상 내겐 매력적이지 않게 됐다.
외려 짙은 향수냄새에 속이 울렁거릴 정도였다.
아니 향기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실제 향수엔 이리도 매정하달까.
그러면서 든 생각은,
이젠 향수조차 당기지 않는 거니.
점점 구수한 언니.가 돼 가는 것 같다.
꾸밀 줄 모르는 건 아닌데,
도통 날 치장하는데, 화려하게 보이는데에 관심 없다는 설명이 적확하다.
있든 없든, 많이 가졌든 가지지 않았든 상관없이,
있어 보이는데, 날 포장하는 데, 날 치장하는데,
화려해 보이는데, 고급스러워 보이는데, 부티나 보이는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구수한 게 좋고, 자연스러운 게 좋고, 수수한 게 좋아졌고,
단출한 게 좋아졌고, 심플한 게 좋아졌고, 연한 색들이 좋아졌고,
다소 촌스러워도 괜찮고, 없어 보여도 상관 없고, 그렇다.
다 자기 만족이겠고,
다 자기 취향이겠고,
다 자기 삶의 결이겠고,
다 자기 삶의 태도겠다.
나 다운 거라면,
나 다울수 있다면,
그 무엇이 중요할까.
나다울 수 있으면, 절로 나다운 방향으로 삶이 끌어당겨진다.
#파리가 지나간 자리
파리는 차가운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다가 금세 달콤한 카페 라떼로 변신해버리기 일쑤였다.
낭만적이라는 파리에서조차 마냥 행복했던 것은 아니었다.
내 마음은 어둠일 때가 더 많았다.
슬픔의 공기로 가득했다.
알게 되었다.
내가 어디에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고.
어디에,
어느 동네에,
큰 집에,
작은 집에,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내 마음이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을
그렇게 처절하게 여실히 깨닫게 됐다.
내 안에 답이 있었고 낭만적인 장소도 내 마음을 위로해주지 못한다는 것.
내 마음이 낭만적이게 될 때,
내 마음이 평온할 때,
안정될 때,
평안할 때야 비로소 내가 사는 집도 내가 사는 공간도 낭만적이게 된다.는 걸
나는 그렇게 알게 되었다.
더불어 내 마음이 거센 파도와 마주하게 될 때 나는,
그 파도를 어떻게서든 피하기 위해,
살기 위해 치열한 사투를 벌이지 않게 됐다.
대신,
그 파도 위에 날 내맡겨 그 파도를 타고 일어서 서핑하는 단단한 내.가 되기로 결심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내가,
어제보다 나은 내가 되어가고 있는 나의 성장에,
나는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축복인지.
하루에도 몇 번을 감사해한다.
나의 모든 경험이 이토록 소중한 이유는,
그것이 기쁨이었든,
행복이었든,
슬픔이었든,
불행이었든,
나의 이 모든 경험은 내게 하나같이 소중한 교훈을 주고 떠났다는 것.
그 교훈과 배움을 딛고 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섰다는 것.
그런 경험이 있다는 것.
이것만으로도 어떨 땐 내 자신이 이토록 대견할 수가 없다.
내게 많은 깨달음을 주기도 했던 파리에서의 삶...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파리와 나는,
어떤 모습으로 서로를 마주하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