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되어가는 순간
돌다리를 건넜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책 한 권 들고 그렇게 한참을 걸었다.
내가 가는 방향으로 가려면 쭉 가다 어느 지점에서든지 돌다리로 천을 건너기만 하면 되는데, 늘 마음가는대로 가고 싶은 지점에서 돌다리를 건넌다.
같은 일상이어도 같은 산책이어도 날마다 새롭게 느끼는 것도 순전히 내 몫이겠다.
날씨가 화창한 것과는 달리 물살이 조금 거셌다. 그러다 중간지점에 이르러서는 돌다리 3개가 이미 옅게 물에 깔려 있어 격정적으로 흐르고 있었다.
분명 멀리서 봤을 땐 보이지 않았는데, 순간 당황했지만 대수롭지 않았다. 건너면 되는 일. 무엇이 문제일까.
나는 돌다리를 건너면서도 돌다리를 보면서도 거센 물살을 바라보면서도 나.를 본다. 내 삶을 본다.
수십개의 돌 다리 중 3개만 물에 잠겨 건넜을 뿐인데, 운동화 앞 부분이 살짝 젖었다. 살짝이지만 스며들어 양말이 축축히 젖은 느낌이 들었다.
살면서 내게 오는 장애물이나 난관이, 위기가 어쩌면 그리 큰 게 아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게 됐다. 헤쳐나가면 되는 일. 반드시 일어나면 되는 일. 그 끝엔 반드시 아름다운 것이, 더 큰 깨달음이 찾아온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되었다.
돌다리를 건너는 일이 하나도 두렵지 않았다. 거센 물살을 헤쳐 가는 내 자신을 느끼고 발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 안의 두려움과 불안은 집착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닫게 된 후 나를 다스리고 다독이는 법을 알게 됐다.
나는 나 자신이 되어야 한다. 완전할 순 없어도 적어도 나 자신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걸어오면서 1시간 남짓 책 1권을 다 읽었다. 마지막 책 장을 덮었을 때 그 환희.가 있다.
"자기 자신과 일상을 잊지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자신의 삶을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단단히 붙잡기 위해 독서를 해야 한다."
-헤르만 헤세, 독서에 대하여-
이 문장을 만났다. 작가 자신은 누군가의 삶을 더 의식적으로 더 성숙하게 단단하게 붙잡아 줄 그런 사람이란 걸 알았을까.
고전작가들과의 만남은 늘 위대한 수업이다.
나는 내 운명을 사랑하기로 했다.
이 책 한 권으로,
산책 한 걸음으로,
나의 오늘은 빛났고 눈부시게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