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 22

by Aarushi

#죽음에 대하여

살면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 불안, 우울, 두려움, 상처, 고통, 환희, 행복... 실존하기에 그런 감정도 느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죽음을 인식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죽음을 완전히 달리 인식하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내 삶에 대해 아주 많이 너그러워지게 되었다.


죽음.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다.


파리 살 때의 일이다. 자주 걷던 길에 유명한 생 슐피스 성당이 있는데 그날도 들라크루아의 그림을 다시 볼 겸 그곳에 들른 참이었다. 평소와는 다르게 엄숙한 성당 안 분위기에 잠시 발걸음을 멈춰 서다 이내 성당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꽤 많은 수의 내 또래 혹은 나보다 한참은 어린 젊은 친구들이 슬픔에 가득찬 모습으로 미사를 보고 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 한 노신사는, 며칠 전 갓 스무살이 된 한 청년이 오토바이를 몰다 사고가 나 죽었다는 것이다. 내가 방금 본 장면은 그의 장례식이라고 했다. 그날은 새해를 맞이한 지 며칠 되지 않은 한 겨울의 1월 초였고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새해의 기쁨에 한 껏 부풀어있었을텐데. 그 청년은 자신이 며칠 후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생각이나 했을까. 안타까운 사연에 내 마음마저 엄숙해졌다.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고 삶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그곳을 나와 집으로 향하는 내내 우수에 찼고 한겨울 찬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며 인간의 삶과 죽음을 생각했다.


죽음.을 매일 생각한다.


나는 여전히 살아있고 또 언젠간 분명 죽는다.는 이 간단한 공식을 매일 기억하고 인지하고 깨닫고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내게 주어진 시간과 하루가 그렇게 소중할 수 없으며 감사하다. 부정적인 감정들이 내 몸과 정신 전체를 잠식해버리는 것을 막아주는 엄청난 효과가 있다.


죽음을 인식하는 것. 살아있는 것이 어쩌면 우리에게 당연한 것은 아니다.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순간, 내가 내 삶을 대하고 받아들이는 태도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때로는 내 삶에 두려움이 없고 거침 없는 용기도 생기고 때로는 한없이 겸손해지고 겸허해지고 엄숙해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이제 더는 죽음이 두렵지 않게 됐다. 딱 한 번 주어진 내 삶에서 어떻게 하면 더 친절하고 상냥해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이 지구라는 행성에 잠시 왔다가는 이방인.이라며 고로 원래부터 내 것은 없었다.며 때로는 거친 삶의 이 무게 앞에서 초연함을 배우고 다시 일어선다.


언젠가 바람과 함께 사라질 나와 내 영혼이여.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초인이 된 듯한 밤이다.


#가을의 이유

날씨 하나에 내 마음이 이토록 아름다울수가 있다는 것.

내 하루가 이토록 소중할 수 있다는 것.


행복이란, 실체가 없다.


이전엔 실체없는 행복을 왜 그리 붙잡고 살았는지.

나 자신이 뭐 그리 대단하다고 살았는지.

나 자신이 뭐 그리 특별할 거라 생각하고 살았는지.


누군가의 행복이 누군가에겐 불행일 수 있고

누군가의 불행이 누군가에겐 행복일 수 있듯.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이런 것들을 깨닫고 나자

많은 것이 편안해졌다.


여전히 두렵고 불안하고 우울한 마음을 데리고 살지만

숙명처럼 그냥 받아들인다. 나만 그런 것은 아니다.

누구에게나 삶은 힘든 것.

내가 사랑하는 그 시절 고전작가들에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날이 화창하니,

따뜻하니, 내 마음도 바람이 분다.

바람부는 내 마음 그 바람이 더 약해지기 전에 무엇이든 해야겠다.

가을바람에 내 바람을 흩날리고 싶은 마음이다.


가을이 오는 이유도 시시하다.

필연이겠고,

모든 것은 순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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