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은 실체가 없었다

내담자에서 초보 상담사로 가는 길목에서

by 빛영

두려워서 하지 못했던 일을 막상 해보면, 그 안에는 처음 생각했던 두려움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된다.




나에게는 상담실에서 내담자분들을 마주하는 일이 그랬고,

또 경력이 오래된 상담 선생님께 내가 한 상담을 지도 감독받는 일이 그랬다.


나는 예비 심리상담사가 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느꼈다.

내담자로서 상담 선생님을 마주하고 앉는 것이 너무나 익숙했고,

상담 선생님은 늘 따뜻하고 든든한 존재로 내 앞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그 자리에 앉는 일을 스스로 허락하지 못했다.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주 한참을 돌고 돌아,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상담사의 자리와 나를 하나로 여길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내담자를 바라보는 일이 낯설지 않았다.

시간이 참 많이 필요했다.


내가 내담자에서 상담자로 정체성이 건너올 수 있었던 건

마주 앉아주고 마음을 열어준 내담자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담자로서의 나를 지도하고 이끌어주신 선생님들 덕분이었다.


나는 상담을 하며 한동안 궁금했던 것이 있다.

왜 나는 내가 상담을 받던 시절 만났던 선생님들처럼

수용적이고 따뜻하고 공감적인 상담을 하지 못하는가 하는 질문이었다.

내가 받을 때는 그런 반응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당연해 보였는데

막상 내가 상담사가 되니 현실 속의 나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


생각과 현실은 정말 달랐다.

나는 말이 많다고 느꼈던 상담사보다도 더 말이 많은 상담자였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경기에 직접 뛰지 않고 평가하는 사람과

경기에 직접 임하는 사람의 태도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무언가를 하기 전에 가졌던 두려움은 실체가 없었다.

대신 경험이 있었고, 배움이 있었고,

스스로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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