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채로, 상담자 자리에 앉는다

슈퍼비전 앞에서 나는 작아진다

by 빛영

요즘 나는 상담심리사 수련을 받고 있다.

매주 내담자들을 만나 상담을 진행하고, 슈퍼비전을 받는다.




상담사를 지도할 권한을 가진 1급 선생님들께

내 상담을 점검받으며 배우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


지도를 받을수록

내가 무엇이 부족하지 더 명확히 보인다.


슈퍼비전을 받기 전에는

'내가 잘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가 조금은 있었다.


잘 들어주고 있다는 사실 하나에 기대어,

그것만으로도 내담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실제로 2주 전에 받은 슈퍼비전에서도

초심 상담사가 내담자에게 주는 치료적 요소가

분명히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 말에 나는 조금 안도했다.


그런데 막상 슈퍼바이저 앞에서

내가 진행했던 상담이 오픈되면,

수정하고 보완해야 할 상담자의 말들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슈퍼비전은 내담자의 동의 아래 진행된다.

기록 속 정보는 철저히 비공개로 다룬다.


그제야 알게 된다.

내가 '잘 들어주고 있다'라고 생각했던 장면들에도,

사실은 상담자의 개입이 더 섬세하게 다듬어져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잘 듣는다'는 것이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듣는 일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그 안에는

섬세한 질문과 적절한 공감이 포함되어 있었다.


단순히 듣기만 한다고 상담이 되는 건 아니었다.


물론 내담자는 이야기할 곳이 필요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 편견 없이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치유를 얻기도 한다.


하지만 상담은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했다.




슈퍼비전을 받을 때마다

'부족한 내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나'라는 마음이 잠깐씩 고개를 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 부족함을 숨기지 않고 배우려는 마음으로

상담에 임하고 싶다.


그 마음이

전문 상담사로 성장하는 긴 여정을

버틸 힘이 되어주지 않을까.


부족함을 인정하고

배움을 멈추지 않는 그런 상담자로 성장하길,

나 자신에게 바란다.

작가의 이전글상담을 받던 사람에서, 상담자의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