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Winlahwah Oct 07. 2020

마스크 대란보다 더 무서운 생리대 부족

미얀마 여성을 위한 면생리대 보급 프로젝트

여성이라면 모두 공감할 것이다. 주기적으로 한 달에 한번 찾아오는 불편한 손님을.

컨디션도 확 떨어지고, 예민해지고, 때론 너무 아파 가만히 누워만 있고 싶은 날.

혹여 외부에 있는데 날짜 계산을 잘 못해서 생리대를 챙겨 오지 못했을 때의 그 공포감이란, 아마 국적, 종교를 불문하고 여성이라면 모두 겪는 일들이지 않을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가 하루에 1,000명 이상 생겨나고, 누적 확진자수가 만 명을 훨씬 뛰어넘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총 확진자수가 400명이 채 되지 않던(통계가 의심스러웠지만) 나름 청정국가였던 미얀마가 동남아시아에서 확진수가 가장 많이 증가하는 나라가 되었다. 해외에서 방역 물품을 적극 지원해주고 있고, 많은 NGO 단체에서 식량 및 생필품 등을 보급하고 있지만 한 가지 조금 관심이 덜한 제품이 있다. 바로 여성 용품의 대표 품목인 생리대다.  


처음 미얀마의 생리대 부족 기사를 접한 건 9월 1일 현지 대표 신문사인 Myanmar Times를 통해서였다.

라카인 난민 캠프에는 약 20만 명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주식인 쌀 조차 구하기 힘든 이곳에서 최소 6만 명 이상의 여성들이 생리대를 보급받지 못해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한다.

무엇보다 보수적인 미얀마 문화 특성상 생리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이 한국만큼 쉬운 일이 아닌 듯하다.  오죽했으면 라카인 여성 협회 회장이 제발 생리대를 기부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아 달라고 까지 했을까.


직접 만든 생리대, 귀엽다


먹먹한 마음에 도와줄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 회사에 파견 오신 전문가님이 케냐에서 면생리대를 보급하셨다는 말씀이 기억났다. 후다닥 전문가님께 달려가 위의 상황을 말씀드리니, 흔쾌히도 면생리대를 함께 만들어보자고 하셨다. 그렇게 전문가님과 나 그리고 우리 회사의 미얀마 여직원들로 구성된 라카인 여성 생리대 보급 TF팀이 결성되었다.

전문가님의 신속하고 정확한 지시하에 시장에 가서 필요한 천을 구매하고, 표본을 만들고, 재단하여 다 같이 생리대와 교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Myanmar Times를 통해 라카인 여성 협회 회장님의 연락처를 받아 면생리대 지원에 대해 협의도 하고, 여하튼 희망적이었다. 아주 작지만 모두가 한 마음으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기뻤다.


그런데 더 기쁜 소식이 찾아왔다. 전문가님은 괜히 전문가님이 아니다. 한국에 연락하셔서 면생리대 1,600개를 지원받기로 하셨고, 지금 이 귀한 물품은 바다를 건너 미얀마로 오고 있는 중이다. 짧은 시간에 이 많은 물품을 확보하신 한국 어머니들의 힘은 정말 대단하다. 이외에도 아는 지인분이 기부를 하고 싶다고 하셔서 천과 재봉틀도 추가적으로 기부하기로 했다.


만약 혼자서 기부를 했었더라면 비용도 비용이지만, 그 효과가 정말 미미했을 거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한마음 한 뜻으로 적극 도움을 주셔서 한분 한분 어떻게 인사를 드려야 할지...


그렇게 라카인 여성들에게 지원 계획이 어느 정도 막바지 단계에 이르나 했더니, 오늘 또 신문기사가 났다.

이번에는 양곤이다.

시설 격리를 하고 있는 여성들과 의료진들의 생리대가 부족하다고 한다. 현재 타운십 간 이동이 금지되어 있는터라 가족들에게 부탁을 해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 기부 물품도 부족하다고 한다. 무엇보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보수적인 문화로 인해 생리대를 부탁하기도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또 전문가님께 달려갔다.


"전문가님♥, 제가 오늘 또 미얀마 타임스에서..."

"아효, 알았어!"


사랑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