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은행에서는 참을 인을 삼백번 삼켜야 한다
오늘도 나는 열폭을 했다.
인내심이 가닥가닥 잘린다.
하지만 절대 화를 내서는 안된다.
참아야 한다.
욱하면 안된다. 그래 참자...참자...
내가 정말 사랑하는 미얀마이지만, 정말 방문하고 싶지 않은 곳이 있다. 바로 은행이다.
업무로 인해 한달에 평균 3번 정도 은행에 가는데 방문하는 날이면, 내가 이렇게 참을성이 부족했나? 왜이리 화가 많아졌는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1. 내 돈은 어디서 받으라는거죠...
때는 지금으로부터 6개월 전 즐거운 토요일 나는 우리 회사 보스 및 동료들과 새로 생긴 이탈리안 레스토랑을 가게 되었다. 회비를 내야하는데 뽑아 놓은 미얀마 짯이 하나도 없어 근처 은행의 ATM에 방문했다. 카드를 넣고 비번을 입력하고...모든게 완벽했다. 돈만 나왔다면 말이다. 모바일 앱으로 잔고를 확인해 보니 이미 돈은 빠져나갔는데 정작 내 손에는 단 일푼도 없었다. 멘붕이었다. 이 나라 은행 계좌가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쓰던 마스터 카드를 가져온건데, 이를 어쩌나...하필 주말이라 은행에는 경비하시는 분들만 계셨다. 결국 회사 통역원님께 전화를 하니, 큰 문제 아니라고 자주(?) 있는 일이라며 다 해결 할 수 있으니 월요일에 은행에 같이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마음을 놓고 있었다.
월요일이되고, 보스의 허락을 받고 통역원님과 은행에 방문했다. 사정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니, 들려온 대답이 무척 황당했다. 내 카드는 본인들 은행 카드가 아니며 내가 거래하는 한국쪽 은행 문제이니 직접 연락하라는거다.
순간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본인들 은행 ATM 기계에서 문제가 발생한건데 한국쪽 은행에 연락하라니...결국 한국쪽 은행에 연락하니 고객 센터 상담원분이 굉장히 당황해 하셨다. 인출이 된 것은 확인이 되나, 보통 이런 문제는 기계 오류가 많은데 기계 오류 사진이나 현지 은행에서 접수한 증빙 자료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이는 마스터 카드의 지침으로 고객이 직접 증빙을 제출해야하며, 그렇지 않으면 이의 신청을 해도 패소가 된다고 한다. 기계에 아무런 오류 메세지도 뜨지 않았고, 영수증은 아예 나오지도 않았는데...
다시 미얀마 은행에 가서 요청을 하니 자기들 문제도 아니며 기계에 내가 돈을 인출한 기록이 없다고 한다. 진짜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그래서 사정사정하여 CCTV를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니 알겠다고 하고 한참 뒤에 매니저분이 돌아오셨다. 그리고 표정이 뭔가 심상치 않았다. 어색한 표정으로 CCTV 화질이 나빠서 지금 제대로 확인이 되지 않으니 담날 다시 오라는거다. 이거 뭔가 찝찝하다. 하지만 어쩌나 사정을 하는 사람은 나인데.
담날 다시 방문하니 매니저분이 말씀 하시길 CCTV 상으로 내가 인출을 시도했고 프로세스상 문제가 없었으며 현금이 나오지 않은 것도 확인이 되었다고 한다. 근데 자기네는 그 어떤 증빙 자료를 줄 수 없다는거다. 본사에서 아무것도 주지 말라고 지침을 내렸기에 이에 따라야 한다는 거다. 순간 너무 화가 나서따졌더니, 자기는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고 근데 특별히(?) CCTV는 보여 줄 수 있지만 절대 사진은 찍으면 안된다고 한다. 결국 나는 이 지점의 설립이래 최초로 CCTV실을 방문한 외국인이 되었으며, 정말 CCTV만 보고 나왔다. 매니저분이 미안한 표정으로 자기가 지역 매니저이지만 본사의 허락하에 일이 진행되기에 도움을 드리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고 차라리 본인을 신고하면 본사에서 뭔가 조치를 취해주지 않겠냐는 극단적인 방안까지 제시를 하는데, 도저히 더 따질 수가 없었다. 그저 매니저님의 상황을 잘 알았고, 화낸것에 대해 사과를 한 후 허탈한 마음에 은행을 나왔다. 이후 이 은행의 본사에 CCTV상의 확인 시간까지 기재하여 장문의 항의 이메일을 보냈고, 돌아온 대답은 한국쪽 거래 은행에 연락하라는 정말 로봇 같은 답장을 받았다.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이메일을 증빙서류로 제출했는데, 다행히 6개월 뒤 내 돈 30만원은 먼길을 돌고 돌아 다시 계좌로 들어왔다.
아직도 마스터 카드 지침의 문제인지 미얀마 은행 시스템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단지 내가 너무 답답했던 것은 이들의 대응이었다. 솔직히 간단한 접수장 하나라도 줬었다면, 시간과 감정을 덜 소비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계속 남았고, 그저 올해의 액땜은 이걸로 끝인가 보다 했더니 이 은행은 나랑 전생에 원수였나보다. 이 보다 더한 일들이 또 일어났다. -2탄에서